BBK 검사 결과가 나온 후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누리꾼들은 검찰을 '떡찰'로 바꿔부르며 비판하고 있고 정계는 '반 이명박 연대'를 구축하는 듯한 촛불 집회와 각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한탕주의·부패·위장·무능한 정당 등 여권과 야권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은 이젠 지겹다는 반응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유독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들이 여기저기 비토 섞여 들려온다. 이른바 기대를 걸 만한 인물이 없다는 의미이다. 대학가에는 이런 상황속에서 "이번 대선은 아예 투표 안할 것이다"(김아무개군·25)는 '사전 투표 포기'와 "아직 결정 못했다. 합동토론회 하면 그걸 본 후에 결정할 생각이다"(장아무개군·25) 같은 '좀더 지켜보겠다는 부동층'이 많다. 2002년 대학가를 휩쓸다시피 했던 '노풍'과는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차라리 제3의 후보를 밀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차피 믿을 만한 사람 없고 뽑을 사람 없으니 '내 표'를 딴 데 주겠다는 것이다. 한 대학생 누리꾼은 "허경영에 투표하여 15% 지지율을 만들자. 그러면 지금의 정치인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자조섞인 농담을 했다. 또 서울 어느 한 대학의 동아리는 '이번 대선에서 누굴 뽑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본 결과 "(누굴 뽑아야 할 지)답이 안 나왔다. 그러나 표를 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데엔 모두 동의했다"(문아무개군·20)며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난처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부적으로 차라리 허경영 후보를 찍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상당히 비현실적인 공약들 같지만…" 선택이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합동토론조차 전무하여 유권자들이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게다가 '인물기근론'에다 각종 공방전까지 더해져 이런 상황은 더욱더 심해졌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당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대학생들은 지금 침묵중이다. 그들에게 솔솔 흘러나오는 '허경영 후보에 투표'는 이런 분위기에 쓴웃음을 던지는 자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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