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차베스의 개헌안이 부결로 최종결론이 났다. 이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다. 이렇게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 선거가 세계적으로 반미를 외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인물인 차베스의 정치적인 입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결과를 신중히 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주류언론, 특히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차베스의 실패를 마치 독재타도와 민주승리 인양 호도하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종신집권 노린 반미선동가”, “사회개혁은 유토피아적 환상”, “차베스 국민들에게 한방 먹다”, “차베스를 무릎 꿇리다” 등의 제목을 달면서 중남미의 국민들이 차베스를 심판하였고, 역시 좌파는 나쁜 것이고, 아직까지 반미는 시대적인 조류에 어긋나며,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반기를 드는 세력은 패배하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살리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 면이나 중남미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와 전망을 해 본다. 이러한 분석은 필자가 진행하는 대학수업에서 발표된 학생들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하여 정리한 것이다. 50% 가까운 확고한 차베스 지지층 확인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마치 독재를 심판하는 양 비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차베스의 정책에 아직까지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며 다만 어느 정도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금 우세하였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반대 50.70% 대 찬성 49.29%이다. 백분율로 보면 1.41%의 차이이고 투표수로 보면 반대 450만4654 대 찬성 437만9392로 표수는 12만5262이다. 2700만 정도로 추산되는 베네수엘라의 인구를 고려해 볼 때 이러한 표 차이는 상당히 적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찬성표는 이번 정책에 대한, 그리고 차베스 정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이 강력한 반정부주의자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이전의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결과들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 보여준 차베스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최소한 50% 이상을 상회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반대표를 던진 사람 중에 상당수는 차베스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의 일방적인 행보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오히려 차베스 지지 세력이 확고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50%에 육박하는 차베스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비록 반 차베스이기는 하지만 반미 좌파적 개혁안에 동조하는 세력들까지도 합친다면 베네수엘라에서 현 정권에 대한 지지 세력은 더욱 크다고 보아야 한다.
즉 차베스의 기본적인 정책에는 동의하나 일인지도자가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은 부정적이라서 베네수엘라가 기존의 정책기조를 이어가되 대통령은 바뀔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여론이고 이러한 의견을 가진 국민들의 수가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좌파의 퇴보 혹은 차베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철회 등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극히 아전인수 격의 왜곡된 해석이 되는 것이다. 개혁 속도조절 필요성 일깨워 이번 선거를 통해서 건실한 좌파민주주의가 중남미에 더욱 공고해 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비록 미국의 개입과 같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개혁이 벽에 부딪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중남미의 좌파 국가들 사이에도 확산될 것이다. 이는 좌파국가들의 무리한 행보를 경계하게 함으로서 향후 정국의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 힘에 의하여 선출된 강력한 대통령일지라도 개혁적인 국가 운영에 필요한 방법적인 면에서는 신중함이 강조되어야 하고 행동거지 등에서 더욱 조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점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중남미 좌파 대세를 오히려 튼튼한 반석위에 올릴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혁이 부진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조절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다. 마치 달리고 있는 자전거와 같아서 정지하면 넘어지고 빨리 달리면 이번과 같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서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투표결과 승복...반민주 오명 청산 계기 이번 선거 결과 발표와 이에 대한 승복의 과정을 통해 차베스가 반민주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차베스 정권의 탄생과 유지는 철저히 절대 대다수 국민들의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져왔다. 언론들은 독재정권에 의하여 만들어진 반민주적 분위기 속에서 차베스가 자신의 정권야욕을 채우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이번 기회를 통하여 확인하게 되었다.
2002년 미국의 사주와 스페인의 동조 등에 힘입어 쿠데타를 일으킨 친미보수세력을 응징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운 힘의 원천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서 나왔다. 차베스가 쿠데타 세력에 잡혀있을 때 그를 구한 것이 카라카스에 모인 수많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다. 그리고 대통령신임투표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차베스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이를 근간으로 한 정책을 차베스는 펴왔고 이는 전국민들의 국가적인 방향성에 대한 여론이며 기조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는 말로 비하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가난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하는 정책은 반민주적인 포퓰리즘이요, 소수의 부자를 위하는 정책은 세계화 추세에 맞는 합리적 민주주의라는 어불성설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은 이제까지 차베스 정권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도 국민들의 생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필자의 수업시간에 학생들과의 대화과정에서 나온 재미난 가정이 있다. 만일 이번 선거결과가 반대로 나왔다면 어떠하였겠는가 라는 것이었다. 찬성 50.70% 대 반대 49.29%라면? 과연 친미보수세력이 이에 깨끗이 승복하였겠는가? 대대적인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근거로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위를 더욱 강력하게 펼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차베스의 행보에 더욱 큰 짐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가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이번 기회를 통해서 차베스가 깨끗이 선거결과를 인정함으로서 오히려 반민주라는 오명을 청산하고 다시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더욱 확고한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차베스의 재집권에는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 향후 다양한 사회개혁적인 정책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여론을 통해 잘 이끌어낸다면 오히려 베네수엘라 좌파연합의 정치적인 입지는 더욱 강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이번사건을 계기로 더욱 가열될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수위에 대하여 차베스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를 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언론탄압 주장 설득력 떨어뜨려 미국의 대대적인 선거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대한 차베스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선거는 이전의 중남미 선거의 역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프레시안>,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93> 미국의 차베스 반대 여론몰이 공작.) 이번 선거에서 차베스가 이길 경우 중남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미국은 점점 회생의 길이 묘연해진다. 더욱이 미국은 자국 석유수입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기도 한 베네수엘라에 반미 정부가 힘을 얻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고 -수많은 미국개입의 역사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개헌투표가 부결되기 위한 시위조장과 여론조작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증거로 미국 CIA의 내부 비망록이 공개되는 등 파문이 있어왔고 앞으로 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올해 초 수업시간에 차베스의 언론탄압이라는 내용을 담은 일련의 기사들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을 읽고 온 많은 학생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언론탄압은 없어야 하고 이는 독재로 이어질 수 있어서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 당시 언론은 RCTV의 송출주파수 허가 연장을 안 해주는 내용을 마치 방송국 폐쇄와 언론탄압 나아가 차베스의 독재로 연결시키는 맥락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케이블TV로 전환한 RCTV를 비롯한 베네수엘라의 보수성향의 매스미디어는 그 힘을 백분 발휘하여 개헌반대 여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결국 이를 통해 볼 때 차베스가 언론을 탄압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언론이 의도적인 차베스 죽이기에 동원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민주세력은 이러한 무차별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언론탄압을 하지 않고 있으며 선거결과에 대하여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민주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점에 있어서는 정도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차베스 정권을 마치 언론을 탄압하는 절대적인 압재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분명 의도적인 언론의 흑색선전이다. 중남미 선거, 미국 개입 확산 전망 미국의 중남미에 대한 개입이 이번을 계기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선거결과를 마치 중남미 사람들이 사회주의적 망상을 가진 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며, 중남미의 민주화를 위해 순차적으로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와 같은 반미정부 전복에도 역시 박차를 가할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반정부시위를 조장하고 지원하는 미국정부에 대하여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라파엘 꼬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에 대한 반대운동 역시 개헌과 연임허용이라는 동일한 맥락에서 이미 미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반면 2선에 이어 3선에 도전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친미 대통령인 우리베에 대하여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양면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전형이다.
역사적으로 철저한 반민주 독재정부가 미국의 비호 하에 중남미에서 장기집권을 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결국 중남미 좌파의 미래는 이중 잣대를 들고 반미좌파정권 전복을 노리는 미국의 개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가에 상당히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볼리비아이다. 볼리비아는 전통적인 친미국가였으나 2005년 말 선거를 통해 친베네수엘라 강경좌파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당선이후의 행보는 차베스와 비슷하지만 수백년간 단 한 번도 정치, 경제적인 주도권을 빼앗긴 적이 없던 강력한 보수세력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여 혼탁한 정국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주들의 독립운동이 가속화되고 이들이 주도하는 반정부시위도 격화되었다.
최근에 통과시킨 사회주의적인 개헌안에 대한 보수파의 공격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투표도 실시될 예정이다. 한발 물러선 모랄레스 대통령은 개헌안이 법적으로는 통과되었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된다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천명하였다. 만일 보수파들의 여론몰이가 성공을 해서 볼리비아에서도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중남미의 강경좌파들의 행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차베스의 실패는 약이 되거나 독이 될 수도... 이번 선거는 베네수엘라와 중남미의 좌파에 약이 될 수 있는 요소와 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팽팽히 맞선다. 약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한 건실한 민주주의 확장이라는 면을 꼽을 수 있겠다.
병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미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눈엣가시와 같은 중남미좌파에 대하여 눈치를 보면서 기회를 노리던 국면에서 탈피하여 대대적인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중남미의 좌파가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어 와해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좌파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이유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좌파 탄생은 치열한 역사의 과정에서 은근하고 큰 힘을 통해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상 기득권들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다수의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펴 본적이 실질적으로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오늘날의 좌파는 이러한 깊은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국민들의 선택이다. 결코 간단히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쇠퇴도 좌파 분위기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채찍이 제 기능을 발휘하더라도 채찍질 이후에 줄 수 있는 당근이 이전 같지 않다는 점은 중남미 친미 우파의 구심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는 멕시코에서의 좌파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아직까지는 미국을 통해 얻을 것이 많은 중남미이지만 향후의 계산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다는 판단이 서면 더욱 양상은 복잡하게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남미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열망을 미국이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챙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필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중남미 국민들과 정치권은 더욱 철저한 계산을 이미 끝내 놓은 지 오래다. 브라질 등 주변 강국들도 중남미 좌파 붕괴를 원치 않아 한편 중도좌파 혹은 실용좌파를 표방하는 브라질과 같은 나라가 중남미 좌파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도 향후 라틴아메리카 좌파 흐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중남미가 이전까지의 차베스 행보와 같은 강경좌파로 남는 것과 친미 우파로 되는 것 중에 브라질 입장으로서는 후자가 더욱 안 좋은 시나리오가 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자국이 미국 헤게모니 쇠퇴 이후 세계질서가 찾고 있는 대안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구체적인 계획을 위해서는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을 아우르는 “위대한 중남미의 중심국가 브라질”이라는 위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라틴아메리카 제 국가들이 미국 중심에서 브라질 혹은 브라질이 주도하는 공동체 중심으로 이동해 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이러한 계획을 착실히 수행해 나아가고 있다. 즉 기존의 서양 혹은 미국에 예속된 구시대적인 남미를 가지고서는 브라질의 야심찬 계획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브라질이 남미좌파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근원적으로 볼 때 역사, 문화적인 유사성, 지리적인 근접성, 비슷한 피해의식 그리고 현실적인 필요성 등에 근거하고 있다. 주류언론들이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불편한 관계를 계속적으로 과대하게 확대하여 전하고 있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보면 마치 금방이라도 서로 등을 돌릴 듯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같은 방향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을 이간질 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집단이 주류언론을 동원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을 포함한 다른 주변 국가와의 일련의 관계를 통해서 매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남미를 관통하는 송유관 문제에서의 불협화음, 군사비증강에 따른 양국의 불편한 관계, 남미시장(Merco Sur)의 베네수엘라 가입과 관련한 브라질의 반대 등이 언론에 의하여 상당히 심각하게 보도 되어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들이 모두 원만하게 해결되어 나가고 있거나 애당초 모함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송유관문제는 참여국가 수나 사업규모면에서 볼 때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남미시장의 베네수엘라 가입 건은 브라질 하원에서 많은 표차로 가결되어 상원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군사비 문제에 관하여서는 서로를 적대적인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상호 확인한 바 있다. 애당초 양국의 군사 강국 지향은 베네수엘라의 경우 미국의 군사개입에 대한 대비책으로, 브라질의 경우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 확보라는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양국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은 가장 작은 원인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올 3월 달에 이루어졌던 미국정상의 브라질 방문 때에도 부시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쓴 소리를 하자 룰라는 각국의 주권은 존중해야한다고 대응함으로서 미국의 차베스 견제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장기집권은 좋지 않다 그러나... 차베스 정권의 개헌 실패가 가지는 의미와 이에 따른 향후 전망을 해 보았다. 결론은 그렇게 쉽게 좌파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다. 이제까지 쉼 없이, 거침없이 달려왔던 좌파 행보의 숨고르기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으며 미국의 마지막 발악이 그 중 가장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대세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지는 해요 브라질과 중남미는 작기는 하지만 꿈틀거리며 솟아나려는 해이다. 자원과 기술, 인구, 문화 등의 다양한 21세기적 요건을 갖추고 있고 거기에 국민들의 문제의식과 자아의식 또한 충분히 성숙해 있다. 이를 통해 부의 분배를 기본 전재로 한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는 좌파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남미 좌파는 역사적으로 그 어느 시기보다도 강력한 배경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아직도 중남미 좌파를 시대착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어떠한 이유로든 일인의 장기집권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단순화되면 위험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을 해 보자. 만일 카스트로와 같은 지도자가 없었다면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미국의 식민지와 같은 쿠바에서 수백년 간 대를 물려 이어져왔던 가난을 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차베스의 장기집권은 좋지 않다고 하자. (물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미국과 서양의 장기집권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좌우간 장기집권자체는 나쁘다고 전제하자. 그런데 다른 어떤 방법으로 반미 좌파 장기집권보다 더 지독한 친미 반민주독재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점에 있어서 우리는 책임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중남미의 좌파집권은 아닌지? 차악도 악이다. 그러나 최악보다는 낳을 수 있지 않을까?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이다. 물론 차베스와 기타 중남미 좌파가 반민주적인 독재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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