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뭘해도 어렵지,,, 그냥 하루하루 벌어서 이렇게라도 사는게 다행이지 머."
서울 강북구 번2동 145번 종점에서 자주 만나는 버스기사님의 말씀하셨습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추운게 문제지, 그래도 난 버스 안이니깐...다른 노인네들은 밖에서 일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4.7%로 전망했습니다. 고유가, 미국과 유럽 경제상황의 고전이 우리나라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성장에다 높은 물가와 경상수지 적자 문제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상황이 여전히 빨간 불이며 서민들의 삶 역시 더욱 고달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눈 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 너나없이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외치지만, 과연 꽁꽁 얼어붙은 경제상황을 하루아침에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하루 동안 번동에서 성북구, 동대문, 성동구청, 행당동 방면을 돌아다니면서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부모님, 형과 같은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성북구에서 가스 배달업을 하고 있는 김모(38)씨는 딸 두 명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였습니다.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다가 얼마전 그만두고 배달업을 하게 되었다는 그는 "번다고 버는데 그래도 언제나 빠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급히 또 가봐야 한다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경동시장 길가에서 약재를 파는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머리카락이 모두 흰 얼핏봐도 80세는 넘으신 것 같은 할머니께서는 천으로 머리와 몸을 뒤집어 쓰고 "약재 사세요.몸에 좋아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외치셨습니다. 말을 건네자 "학생 뭐 필요해? 하나 사가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더욱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인근 약재상점 주인에게 시장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자 요즘은 정말 약령시장을 찾는 손님들 수가 너무 줄었다고 합니다. "내가 여기서 20년 가까이 일해서 아는데 여기 사람이 안 보인다는게 경기가 안좋다는 뜻이지 머..."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동시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추운날씨 때문인지 더더욱 없어 보였습니다.
성동구청 앞, 왕십리 역 근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포크레인 옆에서 담배 한대를 피고 있었습니다. "공사 3달째 하고 있는데 추운게 문제지, 빨리 끝내야 하는데..."라고 말
했습니다. 실제 그를 비롯해 추운 날씨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발을 동동구르면서도 오늘 할당된 일을 끝마쳐야 하는지 다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행당동, 이번에는 한양대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에게 호떡이 많이 팔리냐고 묻자 다른 데에 비해서 학생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는 곳인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고 했습니다. 근처 만두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소수 음식점을 빼고는 가게가 자주 바뀐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이기에도 연말이라 더 북적되어야 할 술집,고기집 등도 손님들이 없어 너무 한산해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의 경제상황은 언제나 어렵고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하루가 다르게 으리으리한 빌딩들이 올라가고 명품, 고급 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이렇게 2007년 12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이웃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힘든 싸움을 해야합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대단한 경제적 영화나 성공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두 딸들을 위해 열심히 더 뛰어야 한다는 가스 배달원의 모습, 자신보다 밖에서 일하는 아내가 더 걱정된다던 버스기사 아저씨의 모습에서 소박한 그들의 꿈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네의 부모님,할머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코 앞으로 다가온 2008년 대선, 정치권과 언론에선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푸념합니다. 하지만 몇 백억원의 비자금, 주가조작 등의 문제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시민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시민들의 고단한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가정을 그들 자신이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도자를 바랄 뿐 입니다. 내년 12월 이맘 때, 그들을 다시 인터뷰할 때는 활짝 웃으며 살맛 난다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연말 분위기를 혼자내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더욱 쓸쓸해 보이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