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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학술심포지엄 ‘한국개신교회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하고 있는 광경.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학술심포지엄‘한국개신교회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하고 있는 광경. ⓒ 권성권

한국 개신교는 조선시대 말 신분철폐하는 일에 힘을 모았다. 일제 시대에는 의료와 교육 등 근대문화의 선구자 역할도 도맡았다. 군사독재시절에는 민주화의 굳은 보루가 되었다. 그런 순기능으로 인해 한국 개신교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한국 개신교가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역기능을 무수히 자아냈다. 교회와 목사가 급격한 세속화 물결을 타고 있고, 정치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로부터 강력한 거부감을 받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에서는 ‘한국개신교회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를 맡은 사람은 우리시대 최고의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그 한 사람이요, 다른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개신교 최고의 조직신학자 김균진 교수다. 진 교수는 '한국교회의 맘몬'에 대해서, 김 교수는 영국의 생물학자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의 타당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각각 역설했다. 

진중권 교수 맘몬화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진 교수
진중권 교수맘몬화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진 교수 ⓒ 권성권
얼핏 보면 두 교수의 논제가 각기 다른 영역으로 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김 교수가 파헤친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만 뺀다면, 두 교수 모두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달리 말해 하나님의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 낸 ‘망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간주한 도킨스의 견해를 도려내면 진 교수나 김 교수 모두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진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비판받고 있는 점들이 무엇인지 따져 물었고, 김 교수는 도킨스가 지적한 종교 일반에 관한 부분을 한국 개신교가 비판적 성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진 교수는 ‘성과 속’을 비롯하여 ‘교회와 극우’ 등 한국 개신교의 맘몬화된 모습을 모두 10가지 항목으로 발제했다. 그것은 곧 한국 개신교가 보편적 가치 위에서 정치참여를 해야 하는데도 특정 후보만을 지지하는데 혈안이고, 한국 개신교의 발전사가 마치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사와 일치하고 있어서 윤리와 도덕은 완전 무력한 수준이고, 전 세계에서 세습을 하는 나라는 북조선과 삼성그룹인데 교회가 거기에 똬리를 틀고 있고, 세상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고 있는데도 교회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회 내에서 결정권을 갖는 이들은 재력이 있는 사람들, 즉 한국 경제의 승자들이다. 한국 교회의 성장전략은 이들이 경제의 영역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교회의 운영에 그대로 도입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집회는 다단계 판매회사의 교육을 연상시킨다. 하니, 다단계 판매 회사가 교회의 노하우를 벤치마킹 했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4쪽, 진중권 교수의 논제 중에서)

그와 같은 진 교수의 지적은 이어 제기한 김 교수의 논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김 교수는 도킨스의 책을 인용하면서 한국 개신교의 썩은 폐부를 찔렀다. 그것은 곧 한국 개신교가 종교적 절대론 혹은 종교적 배타주의에 찌들어 있고, 한국 개신교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 있고, 한국 개신교가 물질적 욕심에 너무나 물들어 있다는 지적들이다. 분명코 한국의 개신교가 성찰적으로 수용해야 할 점들이지 않나 싶다.

김균진 교수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의 타당성과?문제점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김 교수의 모습.
김균진 교수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의 타당성과?문제점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김 교수의 모습. ⓒ 권성권
"과도한 헌금 요구, 교회 옆에 교회를 세우는 일, 교인 빼앗기 운동, 대형 백화점의 체인점을 흉내 낸 문어발 식 교세 확장, 교회 재정의 불투명한 운용, 사회 어느 기관에서도 볼 수 없는 장로의 종신직, 여성의 인간적 가치와 인권의 억압, 목회자의 성추행과 세금 납부 문제 등이 이에 속한다."(17쪽, 김균진 교수의 논제 중에서)

두 교수의 논제 이후 곧바로 생물학과 교수들의 논찬도 이어졌다. 생물학과 교수들은 과학이 신의 존재에 관한 증명보다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는 모든 진리에 관한 탐구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도킨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견해였다.

그렇지만 ‘사랑’이나 ‘슬픔’들도 뇌 속에 있는 특정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그런 심정적인 동요가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과학이나 기술이 나쁜 게 아니라 과학만능주의와 기술낙관주의가 비판의 대상임을 피력했다.

그리고 질문을 청중들에게 돌렸다. 그때 청중석에 있던 한 학생이 진중권 교수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그것은 한국 개신교회가 몇 몇 잘못들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도시락이나 다른 좋은 나눔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었다. 그에 관해 진 교수는 그런 기부 행위들은 사실 교회가 헌금을 다 쓰고 남은 돈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그에 따른 기부금 영수증도 투명하지 않게 써서 준다고 비꼬았다.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현직 개신교 목사 한 분이 진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른바 진중권 교수는 한국 개신교에 대해 애증을 갖고 비판점을 제시했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극복해 나가야 될 지향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여태껏 문제점을 진단하긴 했지만 그 대안책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그에 관해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까지 아우르면서 한국의 개신교가 바르게 나가야 할 몇 가지 틀을 제시했다. 이른바 도킨스의 무신론적 주장은 그것이 앵글로 색슨족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창조과학회가 나올 정도이고 유럽 쪽에서도 칸트 이후에는 과학과 종교는 개별화돼 있음으로 더 이상 그것은 논의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만큼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이 현재로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견해다.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가 바르게 나아가야 할 틀로서 그는 그렇게 지적했다. 죽음에 관한 한 과학이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가 필요한 것처럼 한국의 개신교도 그런 필요성 앞에 서야 하고, 무한한 하나님에 반해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한국의 개신교가 이 땅에서 서 있는 동안 바른 윤리와 도덕을 갖추고 살아야 할 것이요, 한국의 개신교 목회자들이 형이상학적인 설교로 교인들을 우매하게 만들기보다 실제적인 삶을 제시해 줘야 하고, 정치권력의 투쟁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본질에 더 가까운 종교가 되도록 질적인 수준을 회복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그와 같은 논찬들로 인해 그곳에 참석한 많은 청중들은 공감을 했다. 그러나 그 논의들은 결코 학문의 장으로만 그칠 일이 아니라 이 땅의 삶 속에서 공감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학문의 장 안에 갇혀 버린 박제화된 이슈로 그칠 뿐이다. 그렇기에 그와 같은 논제와 논찬들을 한국의 개신교가 얼마나 성찰적으로 수용할지, 얼마큼 그 순기능의 역할을 회복할지에 따라 한국교회에 희망이 불어오지 않겠나 싶다.


#맘몬화된 한국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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