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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잡고 서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잡고 서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된 후 방송 3사는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대담 토론프로그램을 개최했다. 2007대선 민언련모니터단(이하 민언련)은 9월 1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를 모니터했다. 시민 패널로부터 질문을 직접 받고 UCC질문을 활용하는 등 시민의 참여를 높이려는 시도는 참신했으나,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는가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후보 검증, 제대로 했나


유권자가 각 대선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자를 제대로 선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TV토론은 각 당의 후보가 우리의 대표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통로다. 특히 후보자가 직접 출연한 토론회의 경우 오랜 시간 특정한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검증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니터 결과 방송 3사 프로그램 모두 후보를 제대로 검증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체 질문 중 정책 관련한 내용이 52.2%(KBS 63.9%, MBC 63%, SBS 32.5%)인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제노동, 교육, 평화 관련 정책에 질문이 집중됐고, 여성, 지역, 복지 관련 질문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KBS와 MBC는 환경을, SBS는 여성을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예비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틀을 어떻게 잡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접근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방송3사 모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국가의 대표자가 도덕성에 문제가 없어야 법치국가의 기틀을 제대로 세우고, 사회풍조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각 대선 후보의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에서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할애한 비중은 전체 질문의 4.5%(KBS 6.7%, MBC 4.3%, SBS 3.1%)에 그쳤다. 반면 정치적 질문은 전체의 27.9%(KBS 21.9%, MBC 21.6%, SBS 38.8%)에 이른다. 범여권 단일화, 이회창 후보 출마 후 선거판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으로, 후보 검증과 크게 관련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경우 BBK, 위장취업, 위장전입, 비하발언 등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이에 대한 질문의 비중은 매우 낮은편이었다.

 

특히 SBS는 방송사 중 후보검증이 가장 부실했다. 정책 관련한 질문은 타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은 KBS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BBK의혹이나 장애인 비하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명박 후보에게는 관련 1건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반면 정치적 질문은 타사보다 약 17% 높은 비중을 보였다. 게다가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포함한 사적인 질문은 25.6%나 됐다. KBS가 7.6%, MBC가 11.1%를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유권자를 TV 앞으로 모이게 했나 - 실효성에 의문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TV토론 프로그램이 한 역할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 17편 중 해당 방송일에 시청률 20위 안에 든 것이 1건도 없다. 20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대체로 8~9%임을 감안할 때 유권자가 토론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후보자 초청 대담 프로그램이 너무 늦은 시간에 편성된 것도 한 이유다. 보통 KBS <질문 있습니다>는 밤 11시, MBC <100분토론>과 SBS <시시비비>는 밤 11시 10분에 편성됐다. SBS <시시비비> ‘권영길 후보 편(10/10)’은 심지어 밤 12시 25분에 진행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려는 시간으로, 60~100분 동안 정신을 집중해 토론을 보기 힘든 여건이다. 선거 기간에는 대선 후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등의 방송을 선관위 등이 공적인 기금으로 지원하여 저녁 시간대 방송되게끔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방송사가 준비한 토론 프로그램 내용도 큰 문제였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관심을 가질 만큼 내용을 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운하, 일자리 창출, 사회양극화 해소 등 주요 정책 의제와 BBK 등 현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자세가 부족했다. KBS와 MBC의 경우 특정 주제에 관한 추가 질문이 전체 질문의 절반 정도에 이르렀다. 답변을 피하려는 후보에게 계속 재질문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하지만 토론회 출연 전 후보가 말을 바꾸거나 여타 기관에서 연구한 결과 등의 사실관계(fact)를 제시하는 등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후보자가 진실성 있게 토론을 하는지, 또는 거짓말을 하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긴장감이 떨어지고, 시청자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한편 SBS는 ‘백화점 나열식’ 질문에 문답하는 형식으로, 전체 질문 중 추가 질문이 14.4%에 그쳤다. 타사에 비해 더 짜임새 없는 구성이었다는 평가다.

 

형식상 미흡했던 요소 많아

 

SBS <시시비비>는 진행자의 자질, 부적절한 구성 등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 먼저 진행자 김형민씨는 편파적인 진행을 보여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형민씨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대할 때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에게 연애비법을 물었던 시민의 질문에는 “부인께서 메이퀸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이라고, 이회창 후보에게 건강 관리비법을 묻는 시민의 질문에는 “얼굴이 아주 좋으신데 뭐, 나이에 구애받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여타 후보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태도다. 전문가 패널이 등장하지 않아 사회자로서의 진행 능력이 중요했음에도 KBS 정관용 씨나 MBC 손석희 씨와 달리 불공정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받았다.

 

다음으로 <시시비비>는 개인사에 대한 관심이 지나쳤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변잡기적 질문은 타사의 2~3배를 넘는다. 정미선 아나운서가 각 후보의 가정을 방문해 부인, 딸, 며느리 등과 담소를 나누었던 것도 ‘연애경험, 애정표현, 부부싸움, 내조방법’ 등 사적인 질문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인제 후보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모녀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 토론 방송으로서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시시비비>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막연히 절대 선으로 가정했고, BBK 의혹을 단순 공방으로 오인케 할 여지를 뒀으며, 유류세 등 현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일부 전문가 패널은 부적절한 언사를 보여 유권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KBS <질문 있습니다>의 정규재씨(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는 부유세를 걷겠다는 권영길 후보에게는 “어디서든지 뺏거나 거둬서 보태주겠다, 가만히 있어도 채워줄게, 천국을 만들어 줄게”, 문국현 후보에게는 “후보 개인은 (강조하는 말투로) 아주 영달을 하셨는데,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는 어떻게 세계로 뻗어나갔다는 것이냐?”는 등 감정적인 표현은 서슴지 않았다.

 

MBC <100분토론>의 권영준씨(경희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후보에게 “이 후보께서 인터넷 보는 사람들의 정보력이 정확하지 않다, 이런 말씀을 아까 하신 것 같은데요.”라며 실제 발화되지 않은 말을 꺼냈고, 문국현 후보와는 ‘유한킴벌리가 대기업이나 아니냐’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이 두 패널은 논리적 예리함보다는 공격적인 어휘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논점을 벗어나는 발언을 해 토론의 흐름을 끊기도 했다. 제한된 시간동안 토론에 적절히 참여할 수 있는 패널을 섭외하도록 제작진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선관위가 주최한 첫 번째 합동토론회가 어제(6일) 진행됐다. 참석 후보가 6명이나 되는 데다 기계적인 진행으로 심도있는 토론회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민영방송이 주최하는 대선후보검증 토론회도 시작됐지만 한 후보를 초청해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토론프로그램들과 별 차별성이 없다.

 

토론회 변화 필요하다

 

KBS와 MBC 두 방송사가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를 초청해 열려던 이른바 '빅3 토론회'가 다른 후보들의 이의 제기를 법원이 받아들여 무산됐다. 구시대적인 선거문화를 바꾸기 위해 미디어선거가 도입됐고 TV토론회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제대로 된 TV토론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각종 TV토론회가 내용과 형식면을 과감하게 개선해 남은 기간 동안에 유권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 TV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단 방송모니터팀 보고서에 대한 기사입니다. 보고서 원문은 민언련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cdm.or.kr/main/vote2007/board/board_read.asp?bbsid=vote2007_broadcast&b_num=88&page=1


#토론회#TV토론#합동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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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방송모니터를 하며 달마다 추천 유감 후보를 선정하는 모니터 단체입니다. 또한 보도모니터도 함께 병행하며 올바른 언론 환경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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