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고유가와 에너지 절약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이용은 젊은 사람에게도 꽤나 힘이 든다. 계단을 많이 오르내려야 하고 환승이라도 할라치면 제법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힘든 점은 좌석에 앉기 어렵다는 것. 목적지까지 서서 갈 수 있는 구간이나, 시간대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객차 안에서가 아니라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강장에는 열차를 앉아서 기다릴 좌석이 충분히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지역의 지하철역 승강장의 좌석 설치 상황을 살펴봤다.
이용객은 많은데... 의자엔 인색한 승강장
텅 빈 공간에 듬성듬성 놓여있는 의자, 우리가 이용하는 지하철 역 승강장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양 쪽 승강장에 각각 11개의 긴 의자가 설치돼 있을 뿐인 2호선 왕십리역은 별로 붐비지 않는 시간대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서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2개의 좌석과 5개의 긴 의자가 설치돼 있을 뿐이었고, 많은 시민들은 앉지 못하고 있었다.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여러명이 끼여앉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운데 승강장에 긴 좌석이 4개 밖에 없는 2호선 시청역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선 채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시민들이 의자가 아닌 자그마한 턱에 걸터앉아서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역마다 천차만별, 양 쪽 승강장 통틀어 40~100석 정도
역별로 구체적인 좌석수를 조사해본 결과, 역에 따라 편차가 컸지만 일반적인 역의 경우 40개에서 100개 사이의 좌석이 마련돼 있었고, 40석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긴의자의 경우 4자리로 계산) 넉넉잡아 일반 역에 평균 80석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고 하면 많은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양쪽 이용객들을 위한 것이 80석이므로 반으로 나누면 한쪽 승강장에는 40석, 즉 10개의 긴 의자가 설치된 것에 불과하다. 수도권 지하철은 대체로 1편성에 8~10량의 객차가 운행되고 있고 각 객차별로는 4개의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수치상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아예 앉을 생각을 말아라?“2호선을 주로 타는데, 객차 안에서나 승강장에서나 아예 앉을 생각을 안 하죠. 젊다보니, 객차에서야 잠시 앉아도 양보해드려야 하는 거고, 승강장엔 뭐, 자리가 별로 눈에 안 띄니까. ”
2호선 한양대역에서 얘기를 나눠 본 정직한(23세 학생, 남자)씨의 말이다. 승강장엔 자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아서 아예 앉으려는 생각을 안 해 봤다는 말은, 승강장의 좌석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객차 안 좌석이 충분하지 않은 지하철. 그럴수록 시민들에겐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만이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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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승강장에서 좌석 부족을 느꼈다는 시민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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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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