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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 압둘 아지스(Abdul Azis,22)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지 일 년이 조금 더 지나 이젠 일도 손에 익고 공장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어 지낼만한데, 지난 달 난데없이 ‘과태료 납부 고지서’가 날라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서울체신청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7조’를 위반했다고 1800만 원의 과태료를 납입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압둘은 최근 집중이 되지 않아 프레스를 만지는 작업을 하면서 순간순간 위험한 경우를 당한다고 한다.

 

“사실, 지난 달 말고 또 이런 고지서가 왔던 것 같아요. 그땐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지나갔는데, 이번에 회사 사람에게 무슨 편진지 물어 봤다가, 내용을 알았어요. 제가 ‘오빠, 나 심심해!’ 그런 문자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서 벌금이 나왔다는 거예요. 제 핸드폰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문자 메시지를 그렇게 보내지도 않고, 남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맞지 않잖아요. 회사 사람들이 다 웃고 저만 이상한 사람 됐어요.”

 

압둘이 자신이 이상한 사람 됐다고 말을 하면서 정작 걱정하는 것은 과태료 문제다. 압둘은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대량 스팸메일이 발송되어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작년 10월에 선불제 휴대전화를 개통했던 수원의 모처 판매점을 찾았지만, 그 판매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편 과태료를 부과한 서울체신청 정보통신국 정보통신과 담당자는 ‘압둘 명의의 핸드폰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소명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며 소명을 하거나 과태료 처분에 대해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 단 과태료 부과를 철회할 수 있는 방법은 범인을 잡아서 불법으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경찰 확인서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불법스팸대응센터 담당자는 ‘외국인에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없다. 정황상 불법명의 도용이 의심된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와 확인이 있어야 하고, 과태료 관련해서는 정보통신국 정보통신과 소관이라 어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이 일 해결하라고 오늘 쉬게 해 줬는데, 저는 외국인이고, 경찰도 아닌데 어떻게 범인을 잡아요. 알아보니까, 제 이름으로 개통된 다른 핸드폰은 제가 핸드폰 산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을 때였어요. 공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이 왜 핸드폰이 두 개가 필요해요. 열심히 일만 했는데….”

 

압둘은 그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안 되고, 정 내고 싶지 않으면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말에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1. 불법스팸대응센터 담당자의 말과 달리 금년도 상반기에 명의도용 피해를 당한 베트남인에게 부과된 과태료가 철회된 경우가 있다.
2. 현재 압둘은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3. 스팸메일 발송자는 수신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어기면 최고 3000만원의 벌금을 문다. 수신에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스팸을 받았거나, 수신동의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광고성 정보를 받았을 때에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www.spamcop.or.kr,상담전화 02-1336)에 신고하면 된다. 


태그:#불법스팸문자, #인도네시아,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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