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가 정부위원회 90개를 통·폐합하는 등 대폭적인 정비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올해말까지 25개 위원회를 우선 정비완료하고 2008년과 2009년 각각 38개와 27개 위원회를 연차별로 정비하겠다는 구상. 행정자치부는 위원회 정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분기별로 위원회 정비 및 운영현황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폭적인 위원회 정비가 요청되기는 천안시도 마찬가지. 천안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07년 행정사무감사(행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해 시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는 모두 75개. 천안시 정책의 구상과 집행에 도움되고 민간참여의 중요한 창구역할을 하는 위원회도 있지만 간판만 내건 채 개점휴업상태인 위원회도 상당하다.
또한 특정 인사가 성격도 무관한 여러 개 위원회에 겹치기 출연하는 등 위원 위촉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천안시 위원회 4개 중 하나는 1년동안 실적 전무 행감자료에 수록된 천안시 각종 위원회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75개 위원회 가운데 25.3%(19개)는 올해들어 지난 10월말까지 단 한차례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위원회 4개 중 하나는 개점휴업상태인 셈. 특히 1995년 5월과 2004년 8월 각각 설치된 천안시노인복지기금 운영위원회와 노인일자리사업 지역협의체는 위원회 구성 후 한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아 취지를 무색케했다.
2003년 많은 기대 속에 구성된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도 지금까지 회의가 한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작년 행감에서 천안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의원들은 공동주택분쟁조정위의 활성화를 집행부에 적극 주문했다.
당시 김영수 의원은 “초원아파트의 경우 애초 대표자 지위확인 문제로 발단돼 확대됐다”며 “분쟁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면 오늘에 이르지 않았을 것?”라고 말했다. 시의원들의 잇따른 지적에 담당과장은 공동주택분쟁조정위를 활성화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위원회는 올해도 개최 실적이 전무했다. 행감자료에 따르면 75개 위원회 가운데 올해 10월말까지 회의를 한차례 개최한 위원회는 36%(27개). 회의가 2회 열린 위원회는 12%(9개)로 조사됐다. 한두차례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가 전체 위원회의 절반에 가까운 48%(36개)에 달한다. 75개 위원회 중에서 4회 이상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20%(15개)에 머무른다.
회의는 열렸지만 필요보다 못 미친 경우도 있었다. 천안지역 최대 축제인 흥타령축제의 기획과 예산을 총괄하는 천안시문화예술선양위원회는 지난 5월25일 한번 회의를 개최했다. 문화관광과 행감에서 전종배 의원은 “9억5000만원의 축제예산을 집행하는 문화예술선양위가 단 한번 회의를 갖고 사무국에 실무를 맡기는 것은 사무국에 과부담”이라며 문화예술선양위의 역할론에 이견을 제기했다. 전 의원은 “문화예술선양위 회의가 1회에 그쳐서는 좋은 대안이 나오기 어렵고 몇몇 사람이 주도하는 축제로 그칠 수 밖에 없다”며 위원회 활성화를 주문했다.
천안시재난관리기금 운영심의위원회와 천안시사전재해영향성 검토위원회는 올해 각각 5번과 6번 회의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지만 회의는 모두 서면심의로 이뤄졌다.
여성위원 드물고 일부 위원회 공무원 일색 천안시 각종 위원회는 위원 구성의 문제도 안고 있다. 일부 위원회는 공무원 일색으로만 구성, 운영에 투명함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 또한 각종 위원회에 위촉된 민간위원들의 면모가 다양하지 못한 것에 더해 몇몇 인사의 편중현상까지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감자료에 따르면 천안시 75개 위원회의 위원 수는 894명. 위원회 1개당 평균 11.9명의 위원이 위촉됐다. 위원들 구성을 천안시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구분하면 위원이 모두 공시 무원인 위원회는 시정조정위, 조례규칙심의위, 도서관자료선정위, 재난관리기금운용심의위, 공무국외여행심사위 등 5개.
민간인 보다 시 공무원 위원이 더 많은 위원회는 정보공개심의위, 기록물평가심의위, 노인복지기금운영위, 의료급여심의위원회 등 9개. 6개 위원회는 공무원과 민간인 위원 수가 동일하며 55개 위원회는 민간위원이 공무원 위원보다 더 많다.
위원회 위원이 모두 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운영과 관련해 불필요한 의심도 초래한다. 중앙도서관 행감에서 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총복위) 의원들은 신규 도서의 구매를 담당하는 도서관자료선정위원회가 중앙도서관 내부인사로만 위촉된 점을 지적했다. 유평위 총복위 위원장은 “자료선정위원회에 문화계나 전문가 등 민간인을 포함시켜야 도서구매와 계약을 둘러싼 괜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천안시 각종 위원회의 민간위원이 시 공무원 위원보다 2배 정도 많지만 민간위원내에서도 편차는 존재한다. 여성위원은 드물고 일부 위원회는 특정 민간위원의 겹치기 위촉이 눈에 띈다.
시의회 총복위가 감사를 맡는 천안시 17개 부서에 설치된 43개 위원회의 공무원과 민간인 위원 수는 총 451명. 이 가운데 여성은 불과 74명이다. 위원회 1개당 여성위원의 평균 비율은 16.4%로 정부가 권장하는 여성위원 30% 이상 기준에 많이 못 미친다. 43개 위원회별로는 여성위원이 한명도 없는 위원회가 30.23%(13개)로 가장 많다. 여성위원 비율이 1~9%인 위원회는 5개, 10% 이상은 12개, 20% 이상은 7개로 조사됐다. 여성위원 비율이 30% 이상인 위원회는 보육정책위를 비롯해 6개로 이들 가운데 4개 위원회가 여성가족과와 사회복지과에 속해 있다.
민간인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두세곳 위원회에 참여, 시정발전과 민관협력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 그러나 한 인사가 지나치게 많은 위원회에 관여하는 것은 위원회 내실을 저해하고 다양한 민간참여의 기회마저 축소시킨다.
행감자료에 따르면 김기숙 천안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기부심사위, 민원조정위, 지방재정계획심의위, 지방재정공시위, 행정서비스헌장심의위, 안전도시만들기위,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기초생활보장위, 보육정책위, 청소년위, 문화예술선양위 등 무려 11개 위원회에 몸 담고 있다. 참여 위원회의 수도 방대하지만 위원회 면모도 제각각이어서 역할에 의문을 낳고 있다.
최용대 충남북부상공회의소 사무국장도 계약심의위, 노인일자리사업지역협의체, 문화예술선양위, 외국인근로자센터운영위, 기업인의상심의위, 이전기업지원심의위, 산업단지심의위 등 7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 군살 빼고 효율성 높여야 위원회 남용 설치 억제, 참여인사 다양화, 통합관리 필요 | 75개 천안시 각종 위원회는 대부분 조례나 법령에 따라 구성됐다. 새로운 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의원발의 조례 등의 증가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위원회 수가 더 늘어날 전망. 위원회는 활성화만 뒷받침된다면 거버넌스 추세에 순기능도 많다. 하지만 무작정 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 유사 위원회의 통합 활성화를 도모, 위원회 남용과 설치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행정자치부는 설치목적이 달성된 위원회는 자동폐지될 수 있도록 내년에 가칭 ‘정부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시도 이에 발맞춰 유명무실한 위원회 정비를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체계적인 위원회 관리가 요청된다. 현재 위원회 관련 실무는 해당 위원회 설치 부서에서 담당하며 통계 등 일부 현황파악만 총무과에서 맡고 있다. 업무가 산재하다보니 부서마다 위원회에 대한 이해와 관리를 달리해 실체가 누락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웰빙식품엑스포 추진위원회, 평생학습도시 운영위원회, 지하수관리위원회 등은 해당 부서의 자체판단에 따라 행감자료의 위원회 현황에서 제외됐다.
위원회 정비 방안으로 전종한 의원은 “천안시 각종 위원회를 통합.관리하는 제도적 장치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수 의원은 “특정 인사의 각종 위원회 겹치기 참여는 해소해야 한다”며 “위원 발굴과 위촉을 해당 부서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인력풀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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