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청원군에 위치한 고 김기창 화백의 '운보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 예전에 운보의 집 주차장으로 쓰였던 곳에는 하얀 줄이 쳐져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 터 안에 있는 마을 경로당 건물 위에는 '운보의 집 사태'를 규탄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운보의 집 입구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양쪽 길에 길게 쳐 놓은 진입금지 줄이 눈에 띄었다. 입구 관리실에는 '무료관람'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입구에서 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관람객 김아무개씨(53, 서울)는 "김화백의 작품을 보려고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주말인데도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저 입구부터 분위기가 영 뒤숭숭하네요"라고 말했다. 운보의 집은 주말이면 전국에서 2000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청원군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김화백 사망 후 운보의 집을 관리, 운영해 오던 운보문화재단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5년 주차장과 운보 공방, 갤러리, 안채 앞 잔디밭 등의 소유권이 경매를 통해 제 3자인 ㅎ씨에게 넘어갔다. ㅎ씨는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낙찰 받은 시설과 부지에 관람객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줄을 쳐 놓았다. 운보의 집의 한 관계자는 "ㅎ씨가 갑자기 나타나 12억여원에 낙찰을 받으려던 재단을 제치고18억천만원에 낙찰을 받아 놓고 이제와 37억에 부지와 시설을 사라고 하고 있다"며 "재단에는 그런 큰 돈이 없어 사실상 매입은 힘들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람객들의 발길은 끊어졌고, 운보의 집은 1년 간 파행운영 되다가 얼마 전 다시 문을 열었다. 예전에 1000원~1500원씩 받던 입장료는 운보의 집이 정상화 되기 전까지는 받지 않기로 했다. 내년 초에 다시 공식적으로 개관을 할 계획이지만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곳이 고향이라는 한 관람객은 "예전에 운보 할마버지가 그림을 그리시다가 빨간 색 양말을 신고 마을에 내려오셔서 밥을 드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며 "운보 할아버지가 고향의 자랑이자 추억이었던 만큼 빨리 운보의 집이 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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