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가 친구를 만난다고 저녁에 외출했다. 나가면서 하는 말, “나 없다고 술 먹지 마!” 히히! 아내가 친구 만나러 나가면 혼자 적적하고 해서 이따금씩 혼자 술을 먹었더니 아내가 술을 먹지 말란다. 애들 재우고 나니 왠지 심심하다. 밖에 비도 오고, 그리고 먹지 말라고 하니까 왠지 더 먹고 싶은 생각이. 근데, 돈이 있어야지. 주머니에 있는 돈 죄다 털어야 달랑 700원. 이궁, 할 수 없이 그냥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가! ‘맞아! 그게 있었지.’ 베란다 진열장에 가 보니 역시 그곳에 있었다. 올 여름에 중국 갔다가 북한 음식점에서 사온 송이버섯 술. 룰루랄라~ 진열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화장지며 몇 가지 물건을 치우고는 쫄쫄쫄 컵에 따른 후 다시 병은 넣어두고, 맛나게 홀짝 홀짝 먹고 있는데 우렁각시에게서 전화가 온다. “지금 들어가는 데 뭐 사다줄까?” 헉!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일찍 들어오는 거지? 순간, 입 안 술 냄새가 걱정. 얼른 냉장고에 가서 김치와 밥 한 공기 꺼내서는 우적우적! 손을 모아 후~ 한 후 코로 냄새 맡으니, 김치 냄새만 나네. 얼른 창문 열어 놓고 술 잔 닦아서 제자리에 놓는 데, 찰칵~ 하며 집에 들어 온 아내. “뭐해?” (얼떨결에) “보시다시피 설거지하잖아. 자긴 들어가 얼른 자.” “오호! 고마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요리조리 내가 술 먹었나? 흔적을 살피는 우렁각시다. 설거지 끝나고 들어가니 여전히 미심쩍었는지 ‘아~’ 해보라고 하기에 안 먹었다고 박박 우기면서 음주측정 거부했다. 그랬더니 수상하다며 내 얼굴 억지로 돌리더니, 킁킁~ 냄새를 맡아보더니 하는 말, “진짜로 안 먹었나보네?” 킥킥! 난 꼼짝없이 들키는 줄 알았는데, 자기도 맥주 마시고 왔으니 아마 냄새를 못 맡았나보다. 우렁각시, 자기 외출 했는데 설거지도 하고 쌀까지 씻어줘서 고맙다면서 아침에 고등어까지 구워 주는 게 아닌가. 히히~ 양심에 좀 찔리기는 했지만, 그냥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면서 아침밥 먹고 출근했다. 그런데 아침 출근 후 우렁각시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뭐? 없는데!” “없어? 정말?” 아,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저 말투! 문득 속으로 ‘술 먹은 거 들킨 것 아냐?’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건당일인 어제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사히 넘어갔는데 새삼 아침에 들킬만한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박박 우겼다. “거짓말 하고 있네. 딱 걸렸어! 어쩜 그렇게 시치미를 뚝 떼냐! 어제 술 먹었지?” 에효~ 나름대로 완전범죄라고 생각했는데, 술 꺼낼 때 진열장 앞에 놓여 있던 화장지뭉치를 원래 상태로 잘 놨어야 하는 데, 술 찾은 기쁨에 도취해서 그만 엉성하게 논 것이 화근이었다. 빨래 널다 화장지에 시선이 머문 아내, ‘혹시?’하면서 술병을 확인해 보니, 술병이 이미 따져 있더란다. 셜록 홈즈가 따로 없군. 뭐 찾아내는 데는 귀신이야 귀신! 예전에 몰래 꼬불쳐 둔 2만원도 찾아내 자기가 꿀꺽 하더니 말이야! 아무튼 우렁각시는 조심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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