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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 당 27만 달러가 넘게 투입된 초호화 기숙사, 400만 달러를 들인 경주용 마사, 스타 건축가가 설계한 연구소, 넘쳐나는 후원금에도 오히려 줄어드는 교수 1인당 학생수, 고액 연봉의 유혹으로 우수 교수진 싹쓸이….

 

<비즈니스 위크> 최근호가 보도한 미국 명문 아이비 리그 대학들의 과소비 행태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지역사회와 유지들로부터 꾸준히 후원금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이 대학을 졸업한 잘 나가는 동문들이 앞 다투어 모교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사치에 가까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베이의 창업자 멕 휘트먼이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 기부한 3천만 달러가 대표적인 경우. 프린스턴 대학은 휘트먼이 기부한 돈을 포함해 총 1억3600만 달러를 들여 '휘트먼 칼리지'라는 기숙사를 지었다. 이 기숙사의 창틀은 마호가니 재질이고 유리 역시 고가의 제품이 사용됐다.

 

아이비 리그의 과소비는 캠퍼스에 그치지 않는다. 우수 교수진 유치를 위해 마치 프로야구 선수 스카우트전을 방불케 하는 고액의 연봉게임을 벌인다.

 

예일 대학은 최근 양자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거빈을 교수로 영입하기 위해 약 150만~200만불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A급 조교수의 채용에도 보통 40~50만 달러를 아낌없이 뿌린다는 것.

 

이에 따라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진의 평균 연봉은 10만 달러 내외인 명문 주립대학에 비해 28%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비리그의 교수 스카우트전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공계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아이비리그 대학은 이렇게 모금한 거액의 후원금에 힘 입어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서도 큰 손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비와 기숙사비는 연평균 4만5천달러에 달하지만 학생 1인당 학자금 지원 역시 연 3만2200달러에 이른다는 것.

 

이러자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경쟁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러 지원하는 학생의 90% 이상이 고배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아이비리그 입학이 바늘구멍 들어가는 만큼이나 힘들어지자 미국 학부모들의 입시 준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타임스> 11일자 기사는 아이비리그 입학 경쟁이 요즘 얼마나 치열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성적 외에 각종 과외활동과 지원서의 에세이를 중시하는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기 위해 미국의 학부모들이 요즘 "연 9천 달러에 입학 컨설턴트를 채용하고, 자녀에게 중국어 고급 회화자격을 따게 하며, 동구권에 자원봉사를 보내는가 하면, 심지어 스쿼시 등 각 종 스포츠 대회서 우승까지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최근 하버드가 주최한 동문 초청 행사에 참석했다가 "요즘의 하버드 신입생들은 모두 수퍼맨들"이라며 "자신의 아들은 결코 하버드 동문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미국의 지도층을 배출하고 학문발전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의 후원금 독식은 '공교육 붕괴'라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 위크>의 지적이다.

 

거액을 들여 우수교원을 스카우트하고 호화판 기숙사와 연구소를 지을 돈이 없는 주립대학들은 우수학생을 아이비리그에 빼앗기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주 정부는 주립대학에 대한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요구하고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부자 대학에 맞설 힘이 없는 주립대학들은 아이비리그의 이공계 우수 교수진 싹쓸이가 계속되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전문대학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자괴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 역시 최근 상위권 명문 대학들이 기업체 후원금을 독식하는 현상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어 아이비리그로 상징되는 미국 대학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아이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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