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정치검찰 역사 앞에 사죄하라." 정치인의 말이 아니다. 성직자들의 목소리다. 1만개가 넘는 촛불이 타오른 13일 밤의 서울 광화문 사거리엔 성직자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목탁소리가 들렸고 십자가가 보였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은 '수사무효', '진실승리', '근조 정치검찰'이라고 쓰인 팻말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과 같이 촛불을 들었다. 그들은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한목소리로 "부패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동화면세점 앞 도로는 '부패청산과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기도회와 시민문화행사'에 참여하려는 1만 5천명(경찰 추산 4000명)의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촛불기도회는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개 종단이 참여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스님들은 목탁을 두드렸고, 전국목회자정의 평화실천협의회에서는 '갇힌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높이 들었다. 시민들도 "검찰아 돌아와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성직자들 "촛불 밝혀 부정·비리·부패의 어둠을 쫓아내야"
성직자들은 한 목소리로 "진실이 거짓과 부패에 맞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화 스님이 먼저 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80년대 격동기에 거리에 나와 데모를 많이 했는데, 다시 거리에 나오게 될지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부정·비리·부패라는 시대정신을 병들게 하는 사회악이 불행히도 우리 곁에 있다"며 "촛불을 밝혀 이 어둠을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학 목사는 "지금은 민주개혁세력이 국민 앞에 버림받은 것같은 비참한 시대"라며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했고 정치인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을 모아 반성하고 기도하고 민중 속으로, 약한 사람들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이 목사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견고한 지지를 두고 "국민들이 신기루 같은 경제의 노예가 돼 시대정신을 잃어버려 순간적인 착각에 빠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양 비안네 수녀는 기도문을 통해 "주님, 거짓·회유·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슬픔을 헤아려주십시오"라며 "부패로 얼룩진 세상은 성령으로 세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도 성직자들의 외침에 힘을 보탰다. 서경순 전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25번이나 위장전입을 했고, 많은 부정부패가 있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세금을 떼어먹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도둑의 원조당"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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