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 버라이어티 <라인업>이 지난 15일 방송에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찾아 진지하게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경규, 김용만, 김구라, 윤정수, 신정환, 붐, 이윤석, 김경민 등 출연진이 현장에서 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사실 <라인업>은 그동안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의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MC들을 집단 진행체제나, 무형식성을 표방한 포맷 등에서 다분히 <무한도전>을 의식한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 <라인업>은 방송 3개월 내내 평균시청률 면에서 <무한도전>의 절반 밖에 안 되는 빈약한 성적에 그쳤음은 물론,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기획면에서도 끊임없는 비교당하는 수모를 감수해야했다. 사실 그동안 <라인업>이 화제에 올랐던 것은 방송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보다는 주로 '노이즈 마케팅'에 기댄 바 컸다. MC들이 프로그램 첫회부터 "무한도전을 따라잡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나, 김구라의 방송중 '욕설 파문', 벌칙 장면에서의 '수산시장 비하 묘사' 등이 번번이 세간의 도마에 오르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주로 시청자의 사랑보다는 호된 비난에 시달린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주 방영된 '노총각 장가보내기 편'처럼 독창성이 부족한 채 기존 프로그램의 재탕이나 복제에 그친 빈약한 구성력도 항상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15일 '서해안을 살리자' 편은 최초로 <무한도전>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라인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살렸다는 평가. 이날 방송은 마치 과거에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방송됐던 '이경규가 간다'를 연상시켰다. 그동안 과도한 말장난과 특정 출연자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라인업>은 이날만큼은 웃음보다는 진지한 출연자들의 모습으로 색다른 감동을 안겼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기존의 뉴스나 시사프로그램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환경파괴의 폐해'을 생생하게 일깨워졌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실제 방송직후, 기름 유출 피해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거나, 자원봉사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시청자 의견이 줄을 이었다는 것은 <라인업> 방송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해보이는 장면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 방송분을 제외하고도 <라인업>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에피소드 가 멤버들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라인업>은 한 달 전 방영된 '단합대회' 특집 편에서 개그맨 김경민의 가슴 아픈 개인 사연을 소개하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라인업>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최대 덕목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즐거움'이라는 것이 반드시 가벼운 웃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하여 나름의 의미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훌륭하고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예능'이라는 장르를 단지 '말초적인 재미를 위하여 어떤 수단이라도 용납되는 것'으로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라인업>은 방송 초반부 뚜렷한 정체성없이 말초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며 급조된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폐혜를 상징하는 사례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날 방영분에서 <라인업>은 예능 프로그램이 굳이 웃음에 집착하지 않고도 충분히 의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라인업>이 휴먼 다큐 프로그램이 될 필요는 없다. 겨우 이날 방송 한 번으로 <라인업>의 정체성이 순식간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라인업>은 <무한도전>과의 끊임없는 시청률 경쟁을 통하여 '의미와 재미'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라인업>이 무언가를 따라잡거나 흉내내는데 집착하기보다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것' 내지는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 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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