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할 만큼 필수 영양소와 함께 남자에게 참 좋다고 알려졌다. 그건 아연이 들어 있어서인데 불임 남성에게 아연을 공급했더니 정자 수가 늘어났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양기를 북돋아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부추는 소금을 잡는다고 해 고혈압에 좋고, 소화는 물론 나쁜 피를 나오게 해 생리통과 빈혈에 좋다고 한다. 그럼 이 둘이 만난다면?
시원한 부추 굴 국밥이 된다.
나이 스물이 다 될 때까지 바닷가에서 보낸 나지만 먹지 못하는 음식 가운데 두 가지를 꼽으라면 삭힌 홍어와 생굴을 말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생굴을 먹고 비위가 크게 상한 뒤로 그랬다. 그렇지만 생굴이 아닌 익힌 굴은 먹는다.
굴은 마트나 시장에 가면 봉지에 담아져 파는데 그걸 볼 때마다 세상 참 살기 편해졌다고 느낀다. 어릴 때 어머니가 석화라고 하는 굴을 캐낸 다음 뾰족한 갈고리로 꺼내는 걸 자주 봐온 탓이어서 그럴까.
날이 추워 몸이 움츠러들 때 따끈한 굴 국밥을 만들어 먹으면 한마디로 그만이다. 굴 국밥 만들기는 참 쉬운데 굴과 부추, 양념으로 새우젓만 있으면 된다. 새우젓을 사와 몇 가지 양념으로 버무려놓으면 이렇듯 굴 국밥에 넣어도 좋고 반찬이 마땅하지 않을 때는 따끈한 밥에 그냥 먹어도 맛나다.
다만 양념한 새우젓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지 말고 그때그때 먹을 만치만 해야 한다. 사온 새우젓에 후춧가루 조금 넣고 다진 마늘과 풋고추, 파, 고춧가루, 깨를 넣고 버무리면 비릿한 맛도 순해지는 맛난 새우젓이 된다. 그래도 비릿한 맛이 걸린다면 참기름을 넣으면 된다.
굴 국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굴은 소금물에 굴을 살짝 헹군 뒤 냄비에 넣고 굴이 잠길 만큼 물을 붓는다. 조금 있으면 끓어 넘쳐서 냄비 뚜껑을 밀어내니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 잠깐 동안은 부추를 다듬는다. 부추는 잘 씻어 썰어놓으면 되는데 채소는 찬물에 씻어야 싱싱하고 숨이 죽지 않는다. 굴 국물이 끓어오르면 소금을 조금 넣어 간을 한다. 굴에 짠맛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주 조금이고, 새우젓으로 간을 다 하자면 많이 넣어야 하니 새우젓 냄새가 굴 냄새를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 됐으면 그릇에 썰어놓은 부추를 넣고 여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 된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넣어서 말아먹으면 추위가 저만큼 달아나는 건 물론이고 굴 때문에 피부미용에도 좋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풋고추를 썰어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