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7일 '오늘의 나쁜 선거기사' |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은 공식적인 선거운동 개시일인 11월 27일부터 12월 18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선거관련 기사를 대상으로 ‘오늘의 나쁜 선거기사‘를 선정·발표하고 있습니다.
- 선정기사 : 동아일보 ‘BBK 이명박 동영상’ 관련 보도 전체 - 해당신문사 : 동아일보 - 작성기자 : 조수진·정원수·이진구·이유종·이명건·전지성·최우열·이승헌·장강명·김현수·박정훈·길진균·동정민·민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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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동아일보를 보며, “내가 BBK를 만들었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육성 동영상을 본 것 이상의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동아일보는 어디까지 전락할 것인가. 그동안 ‘BBK와 무관하다’고 밥 먹듯 거짓말을 일삼아온 이명박 후보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까지도, 도대체 동아일보는 어쩌자고 ‘이명박 감싸기’에 ‘올인’하는 것인가. 정녕 동아일보는 ‘이명박 찌라시’라는 수치를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싶은가.
12월 16일 공개된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은 그동안 이명박 후보가 입만 열면 ‘나는 BBK와 무관하다’고 해왔던 말을 일거에 뒤엎는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자료다. 2000년~2001년 동안 수많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일관되게 했던 말이 부인할 수 없는 자료로 제시되었음에도 “나는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다”, “오보다”며 발뺌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 후보의 그동안의 언행이 뻔뻔한 거짓말로 점철되었음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뿐만 아니라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와 국민들을 기만해왔음이 너무나 분명히 드러났다. 이 후보에게 일말의 양심이나 체면이 있다면 당장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정치공작’, ‘음해’ 운운하며 여전히 철면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마땅히 해야 할 특검을 자신의 억울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받아들이는 것처럼 ‘쇼’를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다. 특히 동아일보의 행태는 갈 데까지 간 ‘정파신문’의 추접스럽고 뒤틀린 발악을 보는 듯하다.
동아일보는 오늘 1면 헤드라인을 <노, 사상 첫 ‘재수사 지휘권’ 지시/이명박 “BBK특검법 수용하겠다”>로 뽑았다. 한겨레신문이 <이명박 “내가 BBK 설립” 동영상 파문>으로 하고, 경향신문이 <이명박 “BBK 설립” 동영상 공개 파문> 아래에다 <노, 재수사 지시…이, 특검 전격 수용>으로 할 때, 동아일보는 ‘BBK 이명박 동영상’을 제목에서 빼버렸다.
조선일보조차 <신당, “BBK 설립” 이명박 육성 동영상 공개>로 하고, 중앙일보 또한 제목에다 <‘이명박 BBK 동영상’ 최후의 전쟁>을 붙였건만, 동아일보만큼은 오늘의 핵심 사안인 ‘이명박 동영상 공개’를 구석으로 처박고 ‘노무현 재수사 검토 지시’를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동아는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무리해서 “막바지 대선 판에 ‘재수사 지시’라는 형태로 개입하고 나선 것”이고 “정치적 초강수를 두고 나선 셈”이라는 것이다.
의도는 뻔하다. 논란과 정치공방으로 ‘BBK 이명박 동영상’ 공개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다. 또한 “드디어 투표 3일 전에 새로운 공작이 나오는 것 같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부각하고 <검찰 안팎 “대통령 지시 앞뒤 맞지않아”>, <지휘권 검토 지시 타당한가>, <검찰 “재수사든 특검이든 결과 바뀌나 백번 해보라”> 따위를 기사제목으로 뽑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반면, 동아일보는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이 후보의 입장 변화는 마치 ‘구국의 결단’처럼 추켜세웠다.
동아는 <이 “거리낄것 없다” 정면돌파 승부수>를 제목으로 뽑고,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국회가 “이명박 후보의 ‘결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정됐다”고 했다. 심지어 “이 후보 측은 대선을 3일 앞두고 벌어지는 정국 혼란 상황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지도자’의 이미를 굳히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며 낯 뜨거운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 동안 입만 열면 쏟아냈던 말들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만천하에 들통 난 사람에게 ‘대승적 자세’, ‘안정적인 지도자’가 도대체 가당키나 한 말인가.
‘BBK 이명박 동영상’의 내용을 다룬 4면의 기사는 더욱 기가 찰 지경이다.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말을 이 후보가 직접 한 말임은 삼척동자도 알 정도가 됐지만 동아는 <신당-창측 “이후보 본인의 말…증거 확실”>이라며 누군가의 일방적 주장인 것처럼 기사 제목을 뽑았고, 바로 아래 <이, 강연 전엔 “김경준이 BBK 설립” 밝혀>를 붙였다. 이 후보가 직접 한 말조차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논란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특히 기사 본문에서 “이 후보는 강연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김경준 씨가 BBK를 설립했다고 밝혔거나,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고 쓰면서도 “김경준이 BBK를 설립했다”고 한 예전 기사 내용은 어디에도 제시하지 않았다.
기껏 2000년 10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김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한 말을 인용할 뿐이었다. 당시 기사에는 이 앞부분에 “김경준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김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운운하는 이 후보의 말은 ‘김경준이 BBK를 설립했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영입한 김경준이 BBK를 통해 수익을 냈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욱 마땅하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당시 동아일보 기사로는 ‘설립주체’를 단정 지을 수 없다. 완벽한 왜곡이자 독자에 대한 기만인 것이다.
사설은 더욱 가관이다. 동아는 사설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지난해 BBK를 설립한 김경준 사장을 영입했다”로 둔갑시키고, 당당히 직접인용부호까지 붙여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BBK가 김 씨 회사임을 밝혔다”고 썼다. 어처구니없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눈에 훤히 보이는 수작까지 써서 왜곡보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동아는 “BBK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는 인터뷰와 강의 내용만 보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며 “BBK를 설립한 돈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실질적으로 경영했느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입으로 ‘내가 만들었다’고 밝혔음에도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사기를 친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자신의 회사도 아닌데 ‘내가 만든 회사’라며 투자를 유치하고 다닌다면 명백한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BBK 설립자금이나 투자금 유치 등 경영에 이명박 후보가 깊숙이 연루되어있다는 정황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반면 검찰의 수사 내용은 너무나 부실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조차 “사태는 특검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이날 신당이 공개한 이 후보의 강연 동영상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며 “대그룹 CEO 출신이 사기꾼에 당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걸 과시하고 다녔던 것이 부끄럽고 창피할 것”이라고 형식적이나마 이 후보를 비판했다. 중앙일보 또한 “발언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많은 유권자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유독 동아일보는 왜 이렇게까지 이 후보를 감싸고도는 것인가.
한때 ‘야당지’로 불리며 민주화운동의 우군이기도 했던 동아일보의 이 같은 타락은 애처로움까지 들게 하지만,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동아일보를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번 ‘BBK 이명박 동영상’ 보도로 동아일보가 갈 길은 확연해졌다. 그것은 ‘한나라당 당보’로 역할과 신분을 바꾸던지 ‘이명박 찌라시’로 이름을 바꾸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12월 17일 동아일보의 보도를 2002년 조선일보의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를 상기시킬 만한 거대족벌신문의 위험한 폭거로 규정한다. 12월 19일은 거짓말로 국민과 유권자를 기만해 온 이명박 후보에 대한 심판의 날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찌라시’ 동아일보 또한 심판하는 날이 될 것이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민적 심판은 계속된다. 동아일보에 대한 심판 역시 반드시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