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9일 저녁 9시 10분] 패배 인정 뒤 신당 창당 의사 밝혀... "언젠가는 열매 맺을 것"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선거 결과를 깨끗이 인정했다. 그러나 "저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신당 창당 의사를 재확인했다. 비감했지만, 침통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5년 전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였다. "어떤 고난 닥쳐도 이 길 간다... 언젠간 열매 맺을 것" 이 후보는 19일 저녁 8시 20분 서울 남대문로 캠프 선거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이번에도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며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저는 이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저는 이제 한 알의 씨앗이 되고자 한다"며 "떨어져 죽은 하나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 후보는 "저는 이번에도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국민의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결과를 인정했다. 이어 이 후보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말씀을 전한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지난 정권의 잘못을 확실히 바로잡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신당 운동 시작... 젊은이도 매력 느끼는 당 만들겠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후 7시 26분께 캠프 21층 사무실로 나와 팀장 회의를 열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팀장들에게 "회견을 하겠다"며 미리 회견 내용에 대해 언질을 줬다. 곽성문 의원은 "보수 신당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찾아오는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 곽 의원은 "그러한 보수 신당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후보의 판단"이라며 "따라서 이번 대선 결과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미 득표율에 관계없이 마음 먹었던 정치행보를 계속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도 이미 오후 5시쯤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측근에 따르면, 이 후보는 태안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전화로 예측치를 보고 받았다. 곁에서 이혜연 대변인이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나보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이 후보는 초연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깨끗한 보수에 대한 열망 확인... 다시 시작" 캠프 곳곳에서도 창당 의지가 엿보인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무소속의 한계를 봤지만,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깨끗한 보수’에 대한 열망은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15%를 넘었으면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었겠지만, 새 과제를 안은 만큼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숨섞인 탄식도 흘러나왔다. BBK를 설립했다는 이명박 후보의 육성이 담긴 ‘이명박 강연 동영상’, 도곡동 땅·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여러 논란에도 이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기 때문이다. 허성우 정무팀장은 "정권교체란 구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정권교체=한나라당'이란 등식에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했다"며 "도덕성과 인물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캠프 내 또다른 관계자도 "어이없는 선거"라며 "후보의 자질문제까지도 무시된 채 정권교체라는 당위성 하나만이 목표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의 기자회견에는 캠프 관계자 및 지지자 5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 후보가 나타나자 "이회창"을 외쳤다. 이 후보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 후 질문을 받지 않고 참모, 자원봉사자, 기자들에게 악수로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빠져나갔다. 이흥주 홍보팀장, 지상욱 홍보특보 등 이 후보의 측근들이 울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후보를 뒤따랐다. 다음은 이 후보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이번에도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말씀을 전합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지난 정권의 잘못을 확실히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의 동지들, 지난 10년 혹독한 세월을 잘 견뎌냈습니다. 부디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 뜻 받들고 섬기길 바랍니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당부 드립니다. 하루 속히 선거로 찢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 통합에 온 힘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너무 많은 국력을 소비 했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합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불과 40여일전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혈혈단신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요행수를 바라고 선거에만 이기자고 나온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결과와 상관 없이 국민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원칙과 가치가 있습니다. 기회의 균등, 법치와 공정, 정직과 신뢰의 가치가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하게 됩니다. 지난 5년 이 소중한 가치가 너무나 흔들렸습니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소중한 원칙과 가치가 바로선 반듯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저는 이 길을 갈 것입니다. 지난 40여일 과분하게도 저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뜨거운 사랑에 아무런 보답도 못한 채 이대로 떠나게 되니 제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헌신적으로 따라준 동지 여러분, 여러분의 은혜를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제가 너무나 많은 빚을 졌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 이회창 이제 한알의 씨앗이 되고자 합니다. 한알의 씨앗이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떨어져 죽은 하나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게 될 것입니다. [1신 : 19일 오후시 40분] 침통한 캠프... "최종결과 기다려보자"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 자리한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다. 19일 저녁 6시에 일제히 발표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이 후보의 득표율은 15%를 밑돌았다. 방송에 따르면, 이 후보는 MBC-KBS 공동조사에서 13.5%를 기록했다. SBS 조사에서도 13.8%로 나왔다. 또한 모든 조사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뒤져 3위를 기록했다. 선거상황실은 단암빌딩 12층에 마련됐다. 전면에 대형 모니터 4대를 설치해 각 방송사의 선거방송을 틀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선대위원장인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류근찬·이혜연 대변인, 강삼재 전략기획팀장, 곽성문 의원, 김혁규 전 의원 등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오후 5시 45분께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미리 흘러나온 출구조사 결과 정보를 들은 듯 모두 착잡한 표정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이 후보의 뒤를 쫓으며 유세를 함께 다닌 이혜연 대변인은 한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저녁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캠프 관계자들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이 후보를 15년째 보좌하고 있는 이흥주 홍보팀장은 얼굴이 벌개진 채 입을 열줄 몰랐다.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혜연 대변인도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강삼재 팀장은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옆자리에 앉은 곽성문 의원과 몇 마디 말을 나눌 뿐이었다. 심대평 대표는 출구조사와 관련, "예측보다 적게 나왔지만 민심이 천심이니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SBS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반드시 실망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 최종 개표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깨끗하고 능력있는 국정운영 세력을 모아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득표율과 관계없이 신당을 만들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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