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 한 그루의 값은 얼마나 될까? 최근 소나무가 조경용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백두대간을 따라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 일부에 걸쳐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우리 주위의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고 바르며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히 붉다.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 혹은 줄여서 강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춘양목(春陽木)이라고 더 널리 알려진 바로 그 나무다.
춘양목이라 불려진 것은 춘양에서 많이 자라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울진과 삼척 정선 강릉 양양지역의 첩첩산중에서 많이 자라는 것을 베어내어 험한 산길도 다닐 수 있는 GMC 트럭에 실어 춘양역에 모아진 뒤 타 지역으로 반출된 데서 연유한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나무로 쳤다. 우리나라 소나무 가운데 우량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그루에 '억'이 넘어가는 소나무도로를 내거나 대단위 공사를 하는 지역에서 예전에는 소나무를 잘라 목재로 썼으나 지금은 캐내어 옮긴다. 잘랐을 때는 나무 가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살려서 옮겨 심으면 몇 배로 가치가 더한다. 금강소나무 중에서도 나무의 모양이 특이한 것은 부르는 게 값이다.
조경업자에 따르면 부유층의 정원이나 별장, 대단위 고급 아파트 신축현장에는 한 그루에 ‘억’ 짜리가 넘는단다. 최근 신축한 원주시청사 앞의 소나무도 한 그루에 3300만원, 세 그루에 1억이다. 때문에 소나무를 옮기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 처음에 나무의 분을 잘 뜨고 가지치기를 잘해야 한다.
나무를 캐도록 허가를 받으면 굴삭기로 소나무 뿌리 주위를 돌려 파고 인부들이 뿌리를 자르고 마대와 철사 고무줄을 이용해 잘 감싼다. 이때 넘어지지 않도록 밧줄을 매어 나무끼리 묶어 놓는다.
큰 나무 한그루를 작업하는데 5명의 인부와 장비가 동원되니 작업비만 150여만원이다.
8m 높이에 직경이 30㎝인 소나무의 조달청 가격이 350만원이니 개인적인 거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또 어디까지 가느냐에 따라 운송비도 30만원에서 더 줘야 한다.
소나무가 차 길이보다 긴 탓에 고속도로로 갈수 없어 국도를 따라 차가 드문 밤길을 달리니 운송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한적한 도로가에는 밤을 기다리는 소나무를 실은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조경업자들은 차가 들어가기 좋은 밭을 세내어 소나무를 가득 심어 놓았다. 잔뿌리가 많이 자라면 생존률이 높아지고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업자는 금강소나무의 몸값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낀다. 일하는 사람들도 “사장님만 아는 영업비밀”이라고 한다.
소나무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다보니 소나무를 주제로 한 수목원도 조성된다.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산 135번지 일원에 조성할 대단위 수목원은 국내 수목원 중 유일하게 금강소나무를 테마로 한 생태 체험형으로 윤곽을 잡았다.
몸값 높아지면서 수난도 뒤따라하지만 몸값이 높아지면서 수난도 많다. 지난 4월에 연곡면 송림리 마을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 29그루가 무더기 반출되려다 주민들의 소나무 숲 살리기 운동 등에 의해 19그루만이 남겨지기도 했다.
또 개발을 위해 소나무에 약재를 주입하거나 뿌리에 기름을 부어 고사시키고 굴취허가 없이 임의로 조경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옛부터 궁궐을 짓거나 관아건물을 짓는데 쓰였던 금강소나무는 황장목이라 하여 특별히 관리할 정도로 소중한 산림자원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급증한 신종 산림병해충이 급증하고 100년뒤에는 소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로 팔려가는 소나무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베어져 목재로 쓰이기 보다 우리나라 어딘가에 심어져 그 푸르름이 이어지길 바랄뿐이다.
덧붙이는 글 | 최백순기자는 강릉에서 자전거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www.bike100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