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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남북관계 통일문제’라는 전통적 의제가 부각되지 않았다. 관심이 떨어진 만큼 보도빈도도 낮았다. 우리 단체는 지난 1차 보고서에서 “‘평화·통일 분야’ 기사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번 2차 모니터는 12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6개 조간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 기사 유형 분석

 

총 기사수는 45건으로, 신문사당 7.5건에 불과했다. 모니터 대상 기간 동안 이틀에 한 건 정도밖에는 보도되지 않은 것이다. 기사유형 별로 살펴보면,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26건(57.8%)으로 가장 많았고, ‘기획’ 기사, ‘사설칼럼’ 기사가 각각 8건(17.8%), 7건(15.5%)으로 뒤를 이었다.
 
‘해설/분석’ 기사와 ‘기획’ 기사를 더하면 경향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과 동아는 1건도 없었다. 동아의 경우 지난 1차 모니터 기간 동안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번 모니터 기간에는 보도가 없었다. 반면, 중앙은 지난 조사에 이어 이번 모니터에서도 ‘기획’기사가 한 건도 없었다. 중앙은 10월 20일부터 12월 14일까지 두 달여 동안 ‘평화통일’분야와 관련된 기획기사가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기획기사 분석

 

이번 모니터 기간에는 한겨레가 3건의 기획기사를 내보내 가장 많았고, 조선과 경향이 각각 2건, 서울은 1건을 보도했다.

 

조선,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정책마저 ‘닮은 꼴’이라고 주장

 

조선은 <정책과 리더십 포럼>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의 정책을 비교분석했다. 이 기획기사는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정책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일부 정책검증은 편파성마저 엿보였다. 12월 4일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책검증의 제목을 <이명박·이회창 거의 같은 답변 ‘닮은 꼴’ 정책>이라고 뽑았으나, 총평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이 실용주의와 상호주의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의 상대적인 차이를 묻어 버림으로써, 이회창 후보 출마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新보수·新진보 차기정부 국정과제 대토론회> 기획기사도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전달하는데 그쳐 심층성은 없었다는 평가다.

모니터 기간 동안 중앙과 동아에서는 기획기사가 없었다.

 

한겨레․경향, 권영길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차이 커

 
한겨레는 <한겨레-참여연대 대선후보 공약 평가> 기획에서 평화비전에 대한 각 후보의 정책을 분석해 A, B, C, D로 점수를 매겼다. 한겨레는 12월 11일 기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경로에 대한 구체성이 돋보이는 후보는 정동영권영길 후보다”, “정동영권영길 후보는 국방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있다”며 두 후보에게 각각 최고점수인 A를 줬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차기 정부 5년의 핵심의제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세력균형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동북아 지역협력 강화를 위한 외교안보정책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권영길 후보에 대한 평가에서 경향은 한겨레와 차이가 있었다.
경향은 12/14일 경실련과 함께 기획한 <남북문제 쟁점 부각 안돼 ‘공약 개발’ 소홀>에서 권영길 후보에 대해 “한반도비핵지대화, 동북아시아평화지대화 등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가 호전되면 달성가능한 과제도 있으나, 한미동맹 해체 등의 공약은 한반도 정치지형에도 맞지 않고 비현실적인 방안이 들어 있다”며 ‘공약완성도’ 항목에 최하 점수인 D를, ‘공약 가치성’ 항목에는 C를 매겼다.
 
한편,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북핵문제 해결 속도, 북미관계 개선 속도, 남․북관계 개선 속도 등 전반적인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반영하고 있어 현실가능성이 높다”며 분석대상 후보 중 최고 점수인 B를 매겼다. 정동영 후보에 대한 평가는 두 신문이 공통된 평가를 내렸지만, 권영길 후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크게 차이가 났다.
경향은 주로 권영길 후보의 ‘한․미동맹 해체’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도 “한․미 군사 동맹 해소라는 개념은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적극성을 담고 있지만, 20세기 후반의 질서에 대한 반대명제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의문점을 달아 비슷한 접근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종합적인 남북정책에 대한 양 신문의 평가의 차이가 커, 기획에 참여하는 단체의 성향에 따라 평가도 나뉘는 결과를 보였다.
 
한편, 서울은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함께 정책을 분석했다. 이 기획기사는 중립적 입장에서 실현가능성과 구체성에 주목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의 시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보수의 정책은 보수의 잣대로, 진보의 정책은 나름대로 진보의 잣대로 평가했다. 예컨대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미래형 최첨단 군사력을 가진 정예강군 육성, 신세대 병영환경과 복지대책 개선, 희생장병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은 기회요인이다”라고 평가했는데, ‘정예강군’ 육성은 ‘군축’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개혁성향의 신문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법한 정책이었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주로 부족한 면을 지적하는 데 집중됐다. 이명박 후보는 “비핵화 해법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보수 친미적이라는 비판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동영 후보는 ‘남남 갈등 우려’, 문국현 후보는 ‘참여정부와 차별성 결여’, 권영길 후보는 ‘북핵 해결 언급 부족’이 각각 지적되었다. 
 
4. 의견기사 분석
 
조선, 북한의 대선개입 음모론 제기
 
조선은 사설을 통해 현 정권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행태를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려,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차기 정부가 완수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 개혁언론과 대척점을 이뤘다. 조선은 12월 1일 <大選 임박한 때 청와대에 들어간 北 대남 총책>에서 북한의 대선개입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은 북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한을 방문해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난 사실을 환기하며 “이들이 실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김 부장이 서울에 온 진짜 목적에 대해 김 위원장의 무슨 얘기를 노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 있거나 남한의 대선 상황을 현장에서 살펴보려는 것이 아닌가 관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어 일련의 남북 공동행사에 대해서도 “남한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을 바꿀 수 없게 대못질을 하는 측면과 남한 대선에서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희망이 겹쳐져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북한을 싸잡아 비난했다.
조선은 12월 7일 사설 <나라는 온통 대선 판, 뒤에서 꼬여가는 북핵>에서도 “온 나라가 대선에만 정신이 팔린 사이 임기 말 정권은 마치 북핵 문제가 해결이나 된 듯이 대북 지원에 대못질을 하며 평화선언 운운하는 잠꼬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는 사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북핵 문제는 심상찮게 굴러가고 있다. 위기일발의 대한민국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계속 펼쳤다.
 
한편, 중앙은 해외 필진을 통해 이번 대선의 의미를 읽는 칼럼을 2건 내보냈다. 12월 11일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일>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전 미국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마이클 그린은 “양국 지도자 간의 ‘화학 반응’을 좋게 해야 한다, 보좌관과 수석들은 정상회담 전에 만나 상대의 전략적 목표를 이해해야 한다, 새 대통령의 보좌진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작전통제권 이양이나 포용정책 같은 논쟁적인 사안의 세목을 논의하기보다는 장기적 전략 비전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데 애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이클 그린은 이어 “몇 가지 목표를 잡아 눈에 띄는 성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 들어설 새 정부가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우려하며 “미 의회에서 한·미 FTA가 통과되려면 한국 정부가 미국 쇠고기에 관해 중요한 정책 전환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12월 14일 <12 19 대선의 국제정치적 의미>에는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실렸다. 그레고리 코플리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이 칼럼에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한국은 그간 국제사회와 미국이 제공한 통상적인 안전보장으로부터 변화해 막강한 경제대국으로 부상, 이에 상응하는 상호평등 조약, 안전보장, 경제·정치적 동맹관계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게 전망했다.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은 점차 자주노선을 지향하게 될 것이고, 한·미 동맹은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은 이런 변화된 시대가 도래하고 한국이 안정되고 강력한 국가로서 자리 매김을 할 때 한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겨레·경향, 평화체제 정착과 공동번영, 경제협력 강조
 
반면, 개혁성향의 언론들은 평화체제 정착과 공동번영, 경제협력 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12월 1일 <평화와 공동번영 의지부터 따져보라>에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 질서를 구체화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핵문제 해결’과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새 평화·안보 질서 확립’ 등을 주문하며 “경제공동체 구상을 실효성 있게 진전시키고 정치·군사 분야에서 새 틀을 정착시켜 통일의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일도 그(당선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은 12월 3일 <한반도 새 시대의 비전과 실천력이 중요하다>에서 “대선에 출사표를 낸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가 새 시대의 문턱에 있음을 지적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천의 문제로 들어가면 이들의 구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북핵 문제를 기준으로 들었다. 경향은 각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평가 없이, “북핵 문제 해결 없이 한반도가 우리의 바람대로 나아가기 어렵다. 문제는 북핵 해결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당사자인 북한의 입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 현실적인 해법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경향은 “우리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선 손상된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경향은 “한·미 관계는 겉으로 복원됐다지만 속으로는 상호 불신 속에서 여전히 냉각되어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라는 점을 그 이유를 들었다.
 
그동안 대선의 판세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이슈 중 하나였던 ‘남북관계’, ‘평화통일’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수진영의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외교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대선 3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하지만 평화·통일의 문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뒷전으로 미뤄놓을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반도가 최대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여러 대통령 후보들이 대북정책을 자신의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둘러싼 후보 간 논쟁은 끝내 불붙지 않았다. 언론의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논쟁도, 검증도 사라져버린 선거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들은 대선 후에라도 당선자의 ‘평화통일’ 정책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공동번영’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합당한지 잘 살피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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