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과 희망이 공존하는 장터. 3일이나 5일 간격으로 서는 시골장터는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인구 400만이 넘는 대도시, 부산항의 구포장은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같은 부산이면서도 부산진시장은 매일 장이 서지만 북구에 위치한 구포는 3과 8이 들어가는 날에 장이 섭니다. 해서 장날에는 덕천 로터리까지 시장이 확장되고 일출에서 일몰까지 열리는 데, 2007년의 마지막 장터 풍경을 기억하고 싶어 구포 장터를 찾았습니다.
낙동강 하류 중심에 위치한 구포는 장날이면 김해, 양산, 밀양, 창원 등 경남 지역을 비롯해서 경북 전남지역 등 전국의 상인들이 모이는데 주로 농산물, 해산물, 수산물 등을 비롯하여 공산품, 일용품, 잡화 등의 매매가 이루어집니다.
지난 10월에는 돼지고기를 사려고 푸줏간에 들렀다 주인이 고향 사람인 것을 알았는데, 고향을 뜬 지 30년이 되었다며 무척 반가워하더라고요. 어쩌다 한 번 들르면 자판기 커피도 대접받고 고기도 듬뿍 많이 담아줍니다.
학창시절부터 여행을 할 때는 그 도시의 재래시장에 들러 기념품을 사거나 먹거리를 맛보는 버릇이 있는데, 시장이 가까운 동네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도록 살았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손님을 부르고, 때에 따라서는 손님과 고향이 같다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인간냄새가 나기 때문이지요.
오늘처럼 추운 날 시장 구경을 하면서 출출할 때 사먹는 어묵과 뜨거운 국물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지요.
낙동강 입구의 요지 '구포'18세기 중반에 제작된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포구로 김해 칠성포를 들고 있는데, 구포-사상-하단을 연결하는 낙동강 하류의 흐름이 본류를 이룸에 따라 해상운수상 유리한 위치에 있던 구포가 점점 포구로써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낙동강 입구의 요지인 구포의 상업이 발달하게 된 것은 주변에 삼량창, 감동창 등 조창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호남의 쌀을 수탈해갔던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전북의 군산항과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됩니다. 군산 역시 옛날에는 진포, 군창이라 불렸거든요.
구포 시장은 기차역과 덕천로타리를 끼고 있으면서도 시골장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으며 김해, 양산, 원동 등 부산의 북서부근교의 농산물과 낙동강변의 수산물이 총집결되는 대규모 재래시장입니다.
오전 9시부터 곡물시장이 서는데, 지난달 장날에는 보리, 콩, 조, 수수 등이 들어간 일명 ‘웰빙잡곡’을 한 되 사서 밥을 할 때마다 한 주먹씩 넣어 먹는데 밥이 차지고 심심하지 않고 누룽지도 고소해서 좋습니다.
리어카에 엿을 싣고 구닥다리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가락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는 품바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무자(戊子)년 첫 번째 장날(1월3일)에는 굽이굽이 넘어가는 인생의 굴레처럼 춤추는 품바 아저씨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보이(http://www.newsboy.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