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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술에 약한 체질이면서도 부득이 술을 자주 마셨던 적이 있다.  퇴근 후 맥주 한잔으로부터 시작되어 포장마차까지 이어지면 다음날 오후까지 몸 여기 저기에서 술 냄새가 났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여러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이상한 호흡을 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코로 깊게 들이마셔 입으로 길게 내뱉고 있었다.  

 

관찰해보니 입에서 나가는 호흡에 역겨운 냄새가 뿜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마주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피했다. 상대방의 얼굴에 닿으면 얼굴이 따끔거리고 몸에 닿으면 몸이 따끔거리며 힘이 빠진다고 했다. 이후 술을 마실때마다 자연히 터져나오는 호흡을 관찰하며 의도적으로 해보았다. 술집을 나왔을때 다른 사람들은 취해있지만 난 말똥말똥하다. 호흡을 많이 했을 때는 바깥 바람을 쐬면서 곧바로 정신이 또렷해졌다.  

 

'지구'라는 큰 생명체도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오만한 의지를 갖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사랑보다 큰 힘을 갖은 '돈'을 벌기 위한 인간들의 집념으로 비틀거린다.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한 '지구'라는 생명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짓을 하는 현상이 지진, 화산, 태풍, 폭우, 폭설 등 재해로 나타난다고 한다. 버틸 만큼 버티다가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적인 몸짓이 곧 '자연치유력'이라고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편안히 눈 감고 허리 곧추 세우고 앉아 있으면 몸뚱이 여기 저기가 아프거나 차갑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현상을 느끼며 지켜보는 것을 '느끼미의 원리'라고 한다. 좀더 느끼며 지켜보면 그 아픔이나 차가움이 여기저기로 움직인다.   저리거나 차갑거나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상이 손발로 움직이며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 개운한 맛이 있다. 

 

그런 느낌을 그저 느끼기만 하는 것이다. 때로는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데 어느덧 목이 옆으로 제껴져 있거나 몸뚱이가 좌우로 또는 앞뒤로 기울어 있기도 한다. 이렇게 얼마간 시간을 보내고 눈 뜨고 일어날 때는 기분이 상쾌하며 충만된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몸을 스승 삼아 관찰하는 것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건강해지는 좋은 방법이다.  

 

기공, 지압, 마사지 등 다른 사람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은 상대의 좋지않은 기운이 옮아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몸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불균형의 상태가 지속되면 병이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쌓아온 불균형의 상태를 바로잡아 주는 일을 하는 건강관리사는 몸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잘 먹어야 한다. 농약으로 범벅이 된 농산물, 유전자조작 콩, 방사선조사식품, 화학소주, 항생제로 키운 닭이나 장어고기 등 사람 본래의 에너지값을 떨어뜨리는 먹거리는 피해야 한다. 이런 먹거리만 피해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일본,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건강과 밀접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자연과 인체에 치명적인 화장품, 음식, 가전제품, 주방용품, 생활공간 물질 등을 경계하라는 내용들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건강관리사는 아무리 바빠도 아침 저녁으로 단 5분이든 10분이든 허리 곧추 세우고 눈 감고 앉아 자신의 몸 내부와 외부의 변화를 느껴보는 '느끼미'를 권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온 몸의 힘을 빼는 것이다. 사실 편안히 앉아 힘을 뺀다는 것 역시 어렵다. 온 몸의 힘을 쭈욱 빼고 있으면 근육이 이완되어 기혈작용이 원활해진다. 이렇게 5분쯤 앉아있으면 기운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별도의 시간도 좋지만 잠깐씩 틈틈이 해주면 좋다. 힘을 넣고 빼는 것만 조절이 잘 되어도 탁한 기운이 옮아오는 것이 훨씬 줄어든다.  

 

환기를 잘 시켜야 한다. 생활공간에서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환기를 시키면 보약 먹는 것 이상으로 좋다. 잠을 잘 때에는 무의식활동으로 몸 내부의 탁한 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나갈 틈이 없으면 다시 호흡을 통해 들랑거린다. 평소에 몸의 힘을 빼는 훈련을 많이 한다면 잠을 자면서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자연치유본능의 효과를 맛볼 것이다.  

 

 건강관리사는 부득이 탁한 기운을 많이 받게되면 피로감이 쌓이거나 뱃속까지 차가움이 많아진다. 앉거나 서거나 걸으면서 온 몸의 힘을 빼는 연습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연습도 좋다. 주먹을 굳게 쥐고 어깨의 힘을 빼면 몸 내부의 차가움이 주먹쪽으로 옮겨오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느끼미의 원리',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98년말께 처음 만났던 보부상의 전통 맥을 이어온 부산의 '선인문' 강신무 문주를 통해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당시의 강신무문주는 <느끼미 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뇨병 말기가 되면 발바닥에 상처가 나도 아픔을 못 느낍니다. 그러다가 계속 세균에 의해서 썩어 들어가서 결국은 발을 자르게 됩니다. 여기에 모든 자연치유의 원리가 있습니다.  "아프면 낫는다"라는 진리입니다. 여러분 몸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아픔을 그냥 느끼십시오. 아프다는 그 사실이 바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온살도리 아리랑춤'을 멋지게 선보이며 조상님의 지혜와 슬기를 찾아 널리 알렸던 선인문 가족들이 그립다.   

 

건강관리를 받기 전에 '관리사의 입술이 시커멓다면 피하라'고 하는 말이 있다. 침술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의사가  환자들의 위장질환이 잘 낫지 않아 고민을 했다.  그 한의사는 위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통으로 고생하는 한의사는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치료하기 어렵다.  건강관리사들 가운데 지식은 풍부하여 진단을 잘 내리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진단을 잘 내린다 해도 몸에 이상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을 잘 고쳐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잘 고쳐주는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아진다면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얼굴색도 밝아야 한다. 건강은 얼굴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5년 전부터 일부 한의사들은 얼굴의 생김새,색,골격 등을 살펴 건강을 살피는 '형상의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수천년된 상법이다. 몸이 바르면 마음도 편해진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성전을 더럽히지 마라, 신이 거하는 곳이다"는 말이 생각난다. 몸이 바르면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면 나쁜 기운이 범하기 어렵다고 하신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내 몸을 스승삼아 잘 관찰하면 남의 몸이 보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월간 뷰티갤러리(Beauty Gallery) 2007년 1월호에 '칼럼 - 느끼미의 원리'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사)한국양명회 2007년호에 '건강관리사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글을 다듬었음을 밝힌다. 이 글을 본 선인문 가족들과 만나고 싶다.   


#느끼미#자연치유력#선인문#보부상#건강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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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삶을 위하는 삶의 이야기들을 엮어보고 나와 이웃의 삶을 위해 좀 더 나은 점은 널리 알려 좋은 삶을 엮어나가고 싶다. 삶에서 얻어지는 유익한 정보는 소수보다는 다수를 위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서로의 바램을 엮어줄 수 있는 보부상의 정신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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