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를 대강 보아 넘기지 말자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언론에서 여러 형태로 이번 사건을 다루었다. 보도기사, 사설, 칼럼 등. 그 가운데 신문의 시사만화(만평)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시사만화(만평)의 영어명칭이 Editorial Cartoon, 즉 논평 만화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중요성과 영향력은 분명 간과되어 온 측면이 있다. 신문의 시사만화는 단지 시사를 소재로 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논평으로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설보다는 덜하지만 분명 데스크의 게이트키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해당 언론사의 사설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면 비슷한 논조를 지니는 점도 있기에 사설이나 칼럼을 비평하듯 시사만화(만평) 또한 찬찬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촌철살인의 풍자, 기발한 해학성을 가미한 만화언어로서 시사만화(만평)는 삼성비자금 의혹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경향신문의 만평, 삼성 비자금 의혹 으뜸으로 주목하다우선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의 1칸 만평을 대상으로 한다. 10대 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는 1칸 시시만화가 없으며, 중앙일보는 작가 건강으로 연재가 중단된 상태이다. 또한 <내일신문>과 <국민일보>도 성향이 유사해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고 각 신문사의 화백과 연재명을 보면, <경향신문>은 김용민의 그림마당, <한겨레신문>은 장봉군의 그림판, <조선일보>는 신경무의 조선만평, <한국일보>는 배계규의 한국만평이고 마지막으로 <서울신문>은 백무현의 서울만평으로 독자에게 찾아간다.
조사 기간은 첫 기자회견이 있었던 2007년 10월 29일의 다음날인 30일부터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가 임명된 다음날인 12월 21일까지로 한다.
먼저 삼성 비자금 의혹을 가장 높은 비율로 다룬 곳은 <경향신문>이었다. 총 연재된 45회 가운데 23회(51.1%)가 삼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한겨레신문> 46회 중 13회(28.3%) ▲<조선일보> 46회 중 6회(13%) ▲<한국일보> 40회 중 5회(12.5%) ▲<서울신문> 46회 중 4회(8.7%) 순으로 나타났다.
총 삼성 비자금 관련 만평 가운데서 ‘중심 주제’로 다룬 것과 ‘배경 소재’로 이용한 것을 나눌 경우, <경향신문>이 23회 가운데 중심 주제 16회 배경 소재 7회이고, ▲<한겨레신문> 13회 중 각각 8회, 5회 ▲<조선일보> 6회 중 2회, 4회 ▲<한국일보> 5회 중 4회, 1회 ▲<서울신문> 4회 중 3회 1회였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중심주제’로서 다루었는데, <조선일보>는 ‘배경 소재’로서 더 많이 활용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실질적인 논평으로서 기능은 가장 미약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만평으로 다룬 언론사는? <한겨레신문>이 제일 빨랐다. 첫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월 30일 지면에 반영했다. 그 다음으로 경향신문이 10월 31일에, <서울신문>이 11월 2일, <한국일보> 11월 6일,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11월 13일자 만평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다루었다.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첫 기자회견과 11월 5일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자리한 2차 기자회견 후,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사대상의 나머지 언론자의 만평은 삼성문제를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11월 12일 3차 기자회견의 있고 나서야 삼성 비자금 의혹을 만평에 반영했다.
특히 11월 12일 3차 기자회견이 있기 전,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삼성을 ‘업무상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었고(11월 6일), 전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하기도 했고, 16일에는 당 선대위 워크숍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 도입 주장하는 등 정치 분위기까지 감안한다면, ‘조선만평’은 삼성 비자금 문제에 다소 소극적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겨레신문> 10월 30일자 만평의 테스트를 보자. '골리앗', '삼성', '떡검', '비자금', '김용철 변호사'. 삼성을 골리앗에 비유 했고 김용철 변호사는 그저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힘든 싸움을 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삼성의 권력에 숨은 검찰의 모습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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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경향신문>의 만평은 '전기원 노동자 고 정해진', '삼성 비자금 계좌', '막아!'라는 텍스트를 통해 사건을 배후에서 은폐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음을 드러냈다.
<서울신문>의 11월 2일자 만평의 정몽주의 단심가 의 내용과 함께 '떡값', '난 5백인데 이쪽은 천? 정말 썩었네'라는 글과 함께 파리와 이건희 회장의 뒷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어, 삼성에 일편단심하며 충복 노릇을 하는 검찰과 판사 비판했다.
<한국일보> 11월 6일자 만평은 이에 더해, '김용철 파문', '금감원', '국세청', '검사', '아직 타냐?'의 텍스트와 아예 등을 돌리고 앉은 검찰의 모습뿐만 아니라 강 건너 불구경하는 금감원과 국세청을 비판했다.
첫 기자회견 후 2주가 지난 11월 13일에야 만평에 삼성비자금 문제를 다룬 ‘조선만평’을 보면, '떡값 검사 3명 명단 공개', '다 밝혀라 그럼 떡값 받은 검사가 수사하리?', '말 되네'등의 텍스트를 통해 알 수 있듯, 비판의 칼끝은 삼성 비자금의 직접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에 향하지 않았다.
검찰의 대응과 3명의 떡값 받았다고 주장하는 검찰명단을 밝힌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에 회의적인 뉘앙스를 띠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말 되네'라는 텍스트는 검찰에 더 힘을 주는 듯 읽히기도 한다.
삼성 비자금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각 언론사 만평은 내용과 접근에서 많이 달랐다.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을 직접 그림 속의 인물로 등장 시킨 만평이 있는가 하면, 왠지 '변죽'을 울리는 듯한 만평도 있다.
이쯤대면 삼성 비자금 의혹을 다룬 각 신문사 만평들을 신문사별로 주제 소재별 더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글의 분량이 많아 상/하로 나누어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