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의 태안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듣고난 뒤 개인적으로는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던 일이 있어 시간적 여유가 쉽게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정 조율을 하고 어렵게 시간을 낸 뒤 함께 갈 수 있는 기관이나 개인 등을 찾아보고자 여러 곳의 구인안내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갈 사람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활동의 경우는 1박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고, 행정기관(및 행정기관 소속 자원봉사센터) 혹은 각종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경우는 일찌감치 마감이 된 상태였습니다. 개인이 주관하는 자원봉사활동은 마찬가지로 상당수가 마감되어 있었으며, 설령 마감이 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출발지역이 제가 거주하는 양천구 신정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강변, 성남, 수원 지역이었습니다. 여러 여건상 1박 이상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아무리 늦어도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상황에서 새벽에 강변, 성남, 수원 등지로 시간 맞춰 가기에는 무리가 컸습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출발하는 개인 주관의 차량이 있었지만 예비번호가 대형버스 차량 승차 인원인 45명보다 많았습니다. 결국 저는 직접 봉사단을 꾸리기로 결심합니다. 저는 평소 여러 친목회-동호회 등 각종 단체의 운영진으로서 야외 활동을 주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봉사활동의 특성을 파악 후 태안군청과의 조율을 매끄럽게 마치고 전세버스차량 업체 및 도시락 업체와 가격협상을 잘 하는 등 각종 물품 조달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면, 알찬 자원봉사활동으로 뜻깊은 일정을 만들 수 있으리라 봤습니다. 결국 저는, 한 편으로는 태안군청 재난종합상황실(041-640-2644/2647)로 연락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을 덜고 참가할 수 있도록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버스와 도시락을 제공할 업체를 알아보고, 회원수 7만명(현 8만명)으로 태안 자원봉사 관련 국내 최대 인터넷카페인 '태안반도 시커먼 기름띠 걷어내고 바다 살려요' 카페에 봉사자 모집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출발일로 설정한 29일의 이틀 전인 27일에 올렸지만, 저처럼 급하게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갈 사람이 적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웃사랑봉사단' 운영자의 참가비 탈취 도주 사건으로 개인이 꾸리는 봉사단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지만, 봉사단에 접수를 못한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갈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어 모집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카페에는 그런 인원이 서울 지역만 1백명이 넘었고, 결국 봉사단 모집은 성공리에 마감됐습니다. 아쉬운 시간 낭비, 안타까워 저는 신도림을 출발지로 잡았습니다. 신도림은 수도권 최고의 교통요지 중 한 곳으로 인천·부천·광명·안양 등지에서도 접근이 용이해, 급하게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제 입장에서 인원 유치가 쉽고, 서부간선도로와 인접하여 태안 피해현장까지의 이동시간을 최소화하여 봉사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각자가 생겨 당초 예정한 7시보다 늦은 7시 20분에 출발했고,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쉬는 등 일이 있었지만 입지적 조건 때문이었는지 '눈이 내릴 수도 있다'라는 기상 예보 때문이었는지 태안군청으로 소개받은 목적지인 이원방조제 서북측의 민어도에 9시 50분에 도착합니다(민어도는 과거에는 섬이었지만 서산·태안 일대의 대규모 매립으로 육지가 된 곳으로 학암포 쪽에서 접근해도 되지만 이원면소재지 쪽에서의 접근이 훨씬 편리합니다). 태안군청은 3시간은 걸린다고 했고, 탐조활동과 천문관측 등으로 태안에 여러 차례 가본 적 있는 저는 2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지만, 2시간 10분이라는 순수이동시간으로 순탄히 도착한 것입니다. '봉사를 더 많이 하라'는 하늘의 계시 같아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당초 저는 태안군청과의 전화연락시 '민어도 현장에 방제복, 장화, 장갑 및 소량의 방제도구가 있으니, 만약 못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거나 가져왔는데 봉사 중 파손되는 경우가 있으면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어도에 도착하니 현장 본부는 없었고,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 1명과 10명 안팎의 봉사자 및 10명 정도의 지역주민과 10세트가 채 안 되는 복장·도구만이 있었습니다. 도시락, 간식, 천조각, 헌옷(작업복) 등은 물론 우의, 장갑 등은 직접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장화와 방제복 등은 직접 준비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고 봉사활동 후 처리도 쉽지 않았으며, 태안군청 재난종합상황실의 전화상담원은 물론 인터넷 카페의 봉사활동 경험자의 글을 통해서도 '현장에서 제공되니 돈 주고 사지 마라. 돈 낭비는 물론 자원 낭비이다' 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봐 왔던지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화급히 태안군청 재난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고, 태안군청 재난종합상황실 측에서는 학암포 쪽에 현장본부가 있으니 그 쪽으로 이동하라고 일러줬습니다. 하지만 저와 기사님(봉사자 수송에 여러 차례 경험이 많음)은 이건 아니다 싶어 이원면사무소에 전화하고 찾아갑니다. 민어도 현장에서 이원면사무소까지는 편도 10분. 하지만 방제물품 수령 및 운반 등에 15분 정도를 소비합니다. 더불어 민어도 현장에 화장실이 없는 것을 본 봉사자들이 이원면사무소의 화장실을 대거 이용함으로서 20분 정도의 시간이 추가로 흘러갔습니다. 결국 봉사활동은 복장착용을 마치고 주의사항을 들은 11시에 시작합니다. 당초 오전에 2시간, 오후에 4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기름 흔적 민어도는 일반 대중교통으로는 닿기 힘든 격오지로, 자원봉사를 다녀온(혹은 자원봉사를 다녀오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조차 파도리, 만리포, 천리포, 의항, 신두리, 황촌리, 학암포 등 널리 알려진 지명에 비하여 인지도가 낮은 곳입니다. 민어도는 상대적으로 피해지역에서 빗겨난 지역으로 특히 저희가 봉사활동을 한 곳은 '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안쪽으로 움푹 파인 지점(이원방조제 서북측 및 민어도 남동측 지역)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이제 수습단계에 드러선 듯 약간의 흔적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저희 역시, 초반에는 이전 봉사자들이 돌들을 살피며 완벽하게 닦지 못한 부분을 찾아 닦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정작 처리하지 못한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방조제 외곽의 거대한 돌들 안쪽으로 아직도 기름이 흥건했던 것입니다. 손으로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어 혹시나 싶어 가져온 헌 옷(하지만 깔끔한)으로 닦았더니 한 번의 손길로 도저히 아무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졌습니다. 저는 함께 온 봉사자들 중 인접한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고 봉사자들은 돌틈 구석구석에 천조각을 든 손을 넣어 닦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돌 곳곳에 묻은 소량의 기름을 닦는데 그쳤던 봉사자들은 다들 흥건히 묻는 기름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무렵이 12시 30분이었는데(늦게 도착한 관계로 식사는 3시 넘어서 실시) 어떤 봉사자는 '5분 동안 90분 닦은 양보다 많은 기름을 닦았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결국 오전 봉사활동(11시~13시)에 저희가 가져온 천조각은 이미 심각할 정도로 더러워지게 되었고 그 정도가 심한 봉사자는 현장에 준비된 천조각으로 오후 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됩니다. 현장에 준비된 천조각은 새 천조각도 있지만 과거에 사용하던 천조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전 중 심하게 더러워진 천조각에 비해 현장의 천조각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며 '폐천조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방조제' 및 '틈새'라는 입지조건상 닦을 때 취한 자세는 민망했습니다. 순화해 표현하면 '암벽등반 자세를 45˚ 정도 기울이면 나오는 자세, 하지만 망가질 경우 어떻게 망가지는지 모르는 자세'였습니다. 지역주민 및 공무원과 저희 팀 외에는 소수의 봉사자만이 있었기에 이 자세를 사진으로 찍을 사람도 없었지만 봉사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인터넷에 뜨면 엽기사이트에 올라간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문제될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적지 않은 기름을 닦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 13시 40분부터 시작한 오후 봉사활동. 하지만, 봉사활동은 2시간 정도만 진행됐습니다. 눈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로 중단을 부탁받았기 때문입니다. 착용하던 장화·방제복·장갑 등 복장을 벗어 정리하고 각종 뒷정리까지 마치니 16시 30분. 당초 '봉사활동에 의의를 두는 수준을 넘어 있는 힘껏 기름을 닦아내 보자'고 생각하며 순수봉사시간 6시간, 착용·탈의·정리 등을 합쳐 총 8시간은 활동할 수 있다고 봤기에 다들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자원봉사 적정인원 초과라구요? 사실 이번 태안 자원봉사는, 서두에도 언급했듯 화급한 일정 속에 진행된 터라, 태안군청과 연락에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태안군청 측은 28일의 전화통화 당시 '단체자원봉사 인원이 이미 가득 차 있으니 1월 15일 이후에 와 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제 이런 말에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만리포, 학암포 등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많이 닿는 지역에도 아직 인원이 부족한데,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지역은 오죽하겠냐며,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니고 태안군청 측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태안군청 측에 전화하여 '자체차량이 있고 길눈도 밝으니 격오지라도 가겠다'라고 이야기했고, 태안군청 측은 태안 자원봉사 인원을 여러 차례 수송한 운전기사조차 처음 듣는다고 말하는 민어도를 주선했습니다. 하지만 그 민어도 또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홈페이지에는 창내 팝업으로 '태안군 유류 유출사고 자원봉사 안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요지는 '자원봉사의 적정인원이 초과하여 받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당일 봉사활동을 다녀온 입장에서 '어떻게 태안군청 측이 이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이 내용은 실제 앞서 언급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면 언제 가야 하지요?'라는 질문이 주가 되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답답합니다'는 내용의 글이 많아진 상황입니다. 심지어 '공무원들이 컨트롤 할 인원을 초과했으니 오지 말라는 거냐'라는 격앙된 표현까지도 눈에 띕니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인간띠를 이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저 또한 동감하는 바입니다. 민어도처럼 무료급식소도 없고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든 곳은 아직도 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름 피해 흔적이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봉사인원의 초과' 및 '봉사장비의 부족'보다는 '많은 인원이 방문했을 경우 생길 봉사장비의 부족 우려' 때문에 겁을 먹고 저런 안내문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실제 그렇다면 태안군청 측은 표현방법을 잘못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지 마세요'가 아닌 '장비가 부족하니 챙겨 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장화+방제복+고무장갑+면장갑+마스크' 세트가 공동구매가로 1만원에 형성된 상태입니다. 장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1만원 주고 장비를 사서라도 봉사하러 올 사람은 많습니다. 식사와 간식 또한 안 주셔도 됩니다. 실제 저희는 '김밥+식혜(아침), 도시락+생수(점심), 크로와상+쥬스(저녁), 과자+생수(간식)'을 7천원 이하로 구입했고 다들 이 비용을 직접 내는 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이런 비용의 투자에 인색하지 않을 사람 한둘이 아니라 봅니다. 오히려 저는 태안군청에 '상주 자원봉사자'를 선발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합니다. 막상 자원봉사자를 선발하려고 했더니 모집인원이 적고 적당한 인원이 없다면 성금을 통해 비용을 제공하는 유급 안내원으로 전환하여 선발한다 하더라도, 차라리 현재처럼 하루 자원봉사자를 제한하는 조치보다는 훨씬 나은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 상황은 사고 초기와 많이 다릅니다. 쓰레받기로 기름을 퍼담는 때는 이미 지났습니다. 구석구석 닦고 격오지를 찾는 일이 중요한 때입니다. 이는 사고 초기에 비해 약간의 지식이 필요한 상태로 어떻게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릴 인원이 있다면 '어영부영 아무거나 붙들고 있다가 일을 파악하면 집에 갈 시간이 되는' 현 상황은 개선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제는 태안 기름피해현장에서의 자원봉사활동도 모두가 체계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 13시간을 투자하여, 현장에서 6시간 활동하고, 실제로는 4시간 기름 닦으며, 효율은 2시간 정도'인 현재의 봉사활동형태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태안군청과 시민단체의 고민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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