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깊은 산 속의 절 같은 느낌을 주는 약사사 모습
깊은 산 속의 절 같은 느낌을 주는 약사사 모습 ⓒ 김종신

인천 동암역에서 한 15분 걸어가면 약사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도심에 있지만 만월산을 끼고 자리잡은 이 절은 깊은 산 속에 위치한 느낌을 주는, 절 다운 느낌을 주는 도심의 몇 안되는 절이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가깝고 하여 매일 아침 산책 삼아 갔다가 향내를 온 몸에 안고 돌아가는 마음의 공부방이기도 하구요.

오늘(1월 1일)은 특별히 아내와 이제 115일 된 딸과 이 곳을 나들이 나왔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 먼 곳에 가기는 겁나고 하여 오게 되었지요. 아이는 1시간 넘게 제 품에 안겨 계속 잠을 자느라 절 구경은 못했지만 모처럼 아내와 오붓한 나들이라 기분은 꽤 좋았습니다.

 납골당 내부 모습
납골당 내부 모습 ⓒ 김종신

우선 아내와 전 경내에 위치한 납골당을 가보았습니다. 고인의 혼이 고이 모셔지는 공간이라 쉽게 들어갈 엄두를 못내던 곳이었지요. 중앙에 큰 불상이 놓여있고 양쪽으로 3개씩 방이 있습니다. 양미리 추모의 집이 주는 차가운 느낌보다는 경건한 느낌을 주고, 고인들의 넋이 부처님의 보호아래 잘 모셔지고 보호받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선 경건하게 절을 한 후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각각의 사연들이 담긴 사진들과 흰 국화들이 놓여있더군요. 천천히 둘러보며 고인들이 주는 충고를 가슴 속에 담아 두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한 고인의 넋이 담긴 함. 그 앞에 가지 않는 시계와, 고인이 사용하던 안경과 술 병 하나가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 고인의 넋이 담긴 함. 그 앞에 가지 않는 시계와, 고인이 사용하던 안경과 술 병 하나가 삶을 돌아보게 한다. ⓒ 김종신

납골당을 나와 대웅전에 들러 예불을 드린 후 밖으로 나와 천천히 경내를 돌아다녔습니다. 매일 오는 곳이지만 질리지 않는 것은 절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인 듯합니다. 늘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지요. 아니 절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기 보다는 절에 들를 때마다 무언가를 기원하고 난 후 내 자신이 새로워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오늘이 2008년의 첫 날이라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은 듯 합니다.

 약사사 대웅전에 달려있는 풍경
약사사 대웅전에 달려있는 풍경 ⓒ 김종신

우리들은 새해가 되면 무언가를 새롭게 다짐을 합니다. 그건 지난 해에 못 다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며, 자신의 부족함에 때한 깨달음이며,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는 마음이며,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그러한 바람들이 2009년 도에 다시 반복되는 것이 우리내 인생사인지도 모릅니다. 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후회도 되는 것이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과 후회가 내 자신이 게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것들 조차도 내것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 봅니다.

공간에 매달려 갈 수 없는 바다를 꿈꾸는 풍경의 물고기가 내는 아름다운 애절한 소리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소리들이 애절하지만 아름답게 채색되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또 드리셨으면 합니다.


#약사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