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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쩌려고들 이러나

 

민주노동당 민노당 로고
민주노동당민노당 로고 ⓒ 민주노동당

민노당 균열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출발점부터 NL과 PD로 양분되어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싸움을 해온 민노당 내의 충돌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우리사회 진보 지식인 그룹을 대변하는 홍세화, 진중권, 박노자, 손석춘 등으로 이어진 외곽때리기는 그 분들의 본래 진의와는 상관없이 마치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번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그동안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최대세력이라는 자주파(NL)의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선출된 권영길 후보의 '코리아연방공화국'에 대해 당내 평등파(PD)로 분류되는 조승수 전 의원의 이의 제기가 있었고 이는 대선이라는 정당의 가장 큰 행사를 목전에 두고 유야무야 묻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권영길 후보가 평소 당 지지율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겨우 3%의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를 함에 따라 '민노당 쇄신론'으로 다시 불거졌고 여기에 진보사회 지식인들이 가세함으로서 급기야 '분당이냐 아니냐'의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번지며 마치 복마전(伏魔殿)을 연상케 하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좀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민노당은 (현재 제도권 정당으로서는)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높은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쳐온 집단'이라는 국민 일반의 따가운 시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나는 이것이 전적으로 민노당의 잘못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현재 한국사회의 일반적 정치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몇가지 문제들, 즉 주류와 비주류 문제라든지 국민의식 문제라든지 민족(분단)문제라든지 심지어 미디어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나라도 민노당 입장에서 녹록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 이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로 여기에 기존 민노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즉 정당의 최고 목표가 '집권을 통한 자기 정체성의 가치실현'에 있다면 적어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보편적 속도 정도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융통성과 순발력 정도는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더도 덜도 말고 바로 여기에 실패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민노당의 변화와 변혁논의의 촛점도 바로 여기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80년대 담론으로 21세기를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갓쓰고 양복입자'는 우스꽝스러운 꼴 아닌가 말이다. 즉 난데없이 '종북주의' 논란이 웬말이란 말인가.

 

정말 종북주의가 문제인가

 

좀 솔직해 보자. 'NL'이고 'PD'란게 도대체 뭔가. 단적으로 말해 80년대 '사회변혁운동' 이론 아닌가. 그리고 완성된 이론체계도 아닌 이 둘의 차이점이 과연 있기나 한가. 도대체 원류가 뭔가.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National Liberation People's Democratic Revolution)이란 한 뿌리 아닌가 말이다. 그럼에도 이걸 굳이 갈라 '민족해방', '민중민주'로 몇십년 동안 서로 지지고 볶고 해야만 하나?

 

내가 보기에 그저 잘 봐줘야 '밥먹고 물마실 건가, 물마시고 밥먹을 건가'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이 케케묵은 구닥다리 운동이론을 가지고 어느쪽이든 상대를 수용하면 마치 당장 지구멸망이라도 온다는듯 꼭 이렇게 극단으로 치달려야만 하나? 이러고도 당신들이 정말 '진보' 맞는가?

 

노파심에서 미리 말한다. 나 역시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이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모토로 들고나온 것은 매우 중대한 실패요인이자 명백한 과오라고 생각한다. 또한 더 근본적으로 정파성에 치우친 후보선출 과정과 이후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서 당연히 이에 대해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하고 아울러 높은 강도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소위 '자주파'에 대해 어떤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하지만 말이다. 지금 민노당 안에서 평등파 등을 중심으로 자주파를 소위 '종북주의'란 매우 위험한 딱지를 붙여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참으로 해괴하고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왜 그런가. 정말 진중권 주장대로 민노당 안에는 종북주의자(김일성 추종세력)들이 너무 많아 그것이 '숙주를 위협할 정도'라는게 사실이라면 이는 단지 '분당'을 할 문제가 아니라 명백히 '당해체'를 해야할 문제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꼭꼭 숨기고 국민 표 얻어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이고 또 지금까지 알면서도 침묵을 지켜온 평등파 등 다른 제정파들은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우며 당만 깨서 나가면 된다는 소린가 뭔가 말이다.

 

종북주의는 결코 용납의 대상이 아니다

 

보자. '종북주의'의 본질이 도대체 뭔가. 그것은 바로 '주체사상'으로 대변되는 '김일성주의'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지금까지 이런 종북주의자들이 최대 정파로서 사실상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었으니 민노당은 북한의 꼭두각시인 '조선노동당 지부' 역할을 했단 말인가?

 

민주국가에서 개인이 가지는 '사상의 자유'는 얼마든지 포용과 이해의 대상이다. 그러나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란 것은 이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정당은 집권시 자신들이 가진 사상과 이념을 정책으로 구체화 해서 실현할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결사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정당이 만약 기존 국가체제와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집단이 모인 곳이라면 이는 정당이 아니라 사실상 체제전복을 위한 '혁명결사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임으로 소위 '민주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도대체 어느 국민이 있어 이를 용납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는 '종북주의'도 포용 못하면 진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거야말로 무슨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소리란 말인가. 세상에 어느 진보가 있어 인민의 기본권과 거주의 자유 조차 없는 18세기식 봉건왕조사회를 꿈꾸는가 말이다. 그것도 개인도 아닌 정당이 그런 구체제 추종을 포용할 수 있어야 진보라니 차라리 조선왕조 부활하는 것이 진보의 최대 목표요 최고 덕목이라 우기는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진보란 무엇인가. 바로 구체제와 구시대적 잔재를 타파하고 보다 진전된 인간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무리들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여기서 확실히 명토박고 가자. '종북주의'는 진보정당이라면 포용 대상이 아니라 명백히 배척의 대상이다! 또 종미주의는 되는데 종북주의는 왜 안되느냐고 그리도 묻고 싶다면 먼저 진보가 아닌 보수쪽에 가서 트집을 잡을 일이다. 왜냐하면 보수야말로 누구보다도 구체제와 가치를 고수, 유지하려는 무리임으로 서로 상충될 것이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민주노동당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현 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사퇴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달 26일 오전 민주노동당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성현 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사퇴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한상균

변혁의 중심과제 다시 잡아라


나는 얼마전까지 민노당 양대 계파가 총선불출마와 지도부 일괄사퇴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시도들이 매우 신선하고 긍정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변혁의 초점과는 일정 거리가 있는 종북주의 문제로 서로 도를 넘어선 난타전을 바라보면서 이땅에 제대로된 진보정당을 소망해온 자로서 지금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친북주의도 아닌 소수의 종북주의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면 반드시 털고갈 문제이다. 그리고 부연하지만 만약 누구 말대로 종북주의자가 다수라면 결코 털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당해체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종북주의는 명백히 진보의 가치에 반하는 문제임으로 대다수 민노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지금까지 진보정당이란 포장으로 기만해온 죄, 그 하나만으로도 해체 이외의 다른 길은 감히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맺겠다. 외곽의 비판적 지지자의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내부의 실제상황을 잘 모르니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나는 민노당이 최소한 후자 정도로까지 썩어 있다고는 믿고 싶지가 않다. 해서 이 전제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NL과 PD를 한솥에 넣고 녹여라

 

즉 NL과 PD를 원래 모습인 NLPDR로 환원하여 이론적 체계를 시대에 맞게 좀더 발전적 모습으로 새롭게 정립, 계승하던지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박물관에 보낼지어다. 만약 이정도도 못하는 소아병 집단이라면 앞으로 진보정당 자처하지 마라. '분당'이란 모든 노력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빼들 수 있는 '최후의 칼'이란 것을 양 정파가 먼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둘째, 반신자유주의적 가치를 구심점으로 다시 뭉쳐라

 

역사적으로 모택동과 장개석은 서로 정반대의 이념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에 맞서 하나로 합치는 국공합작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물며 별로 다를것도 없이 한뿌리에서 출발한 한줌도 안되는 개념정도를 놓고 서로 등을 돌려 분당 운운 한다는게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공당으로서 낯부끄럽지도 않는가.

 

이제 신자유주의가 또다른 제국주의의 변형이라는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신자유주의적 이론체계는 아주 미약한 실정이다. 그러니 이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체계화하고 정치적으로 시대적 프레임을 걸 필요가 충분하다. 보다 큰 가치를 놓고 대의를 위해 서로 조건없이 뭉칠 때 비로소 제대로된 진보정치, 진보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할 지어다.

 

셋째, 당의 문호를 완전 개방체제로 바꿔라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존 민노총의 당내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동맹관계 정도로의 재정립이 절실히 요구되며 원래 안대로 양대 계파는 조건없이 '총선불출마'와 '지도부총사퇴'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라. 또한 비대위는 천영세 체제 아닌 보다 대중적 친근감과 중량감 있는 심상정이나 노회찬을 전면에 내세워 우선적으로 이미 검증된 진보학자들에 대하여 대대적 문호개방과 함께 적극적 영입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이후 총선에 대한 전략과 일체의 공천권은 물론 향후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기본 뼈대를 갖추는데 대한 전권을 일임할 것을 제안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그동안 민노당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과 민노당원들이 약자의 편에 서서 해온 투쟁들에 대하여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자중지란으로 망한다면 두고두고 진보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점 또한 노파심에서 거듭 경고한다. 즉 만약 이정도 수준의 강도 높은 환골탈태가 선행되지 않고 그것이 분당이든 아니면 미온적 봉합수준에 그치고 만다면 앞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만개할 꿈을 접는 것은 물론 더이상 선의의 국민적 호의마저 조금도 기대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 이스트플랫폼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종북주의#NL#PD#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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