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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하면 송편, 설날하면 가래떡을 떠올리게 된다. 1월 1일, 설날은 아니지만 해도 바뀌고 휴일이라 모처럼 쉬는 남편을 위해 간식으로 뭘 준비할까 생각하다가 냉동실에 있는 가래떡이 생각나 꺼내보니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은 평소 주전부리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가래떡을 해동시켜 떡볶이를 할까 하다가 어릴 적 가래떡에 조청을 찍어 먹던 생각이 났다. 조청 대신 꿀에 찍어 먹을 요량으로 채 녹지도 않은 걸 억지로 떼어 직화로 석쇠 위에 올려놓고 타이머를 20분에 맞춰 놓았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가래떡을 찍어먹기 위해 조청대신 집에 있는 꿀을 준비했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가래떡을 찍어먹기 위해 조청대신 집에 있는 꿀을 준비했다. ⓒ 김정애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굽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일부러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그냥 굽기로 했다. 제 맛을 내려면 연탄불 위에 석쇠를 놓고 구워야 하는데…. 전원을 넣고 작동을 한 지 15분 가량 지났을까. 벌써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직화로 투시창을 통해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래떡을 보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뚜껑을 열고 고루 익도록 뒤집어 놓고 더 기다렸다. 요즘은 가래떡 색깔도 다양해 쌀로 만든 흰색, 쑥을 넣은 쑥색, 호박을 넣은 노란색, 백련 초를 넣은 살색, 흑미를 넣은 갈색, 딸기를 넣은 분홍색 등 재료에 따라 색상도 다양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래떡은 흰색이 원조다.

 

 직화로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래떡을 고루 익도록 뒤집어 놓았다.
직화로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래떡을 고루 익도록 뒤집어 놓았다. ⓒ 김정애

 

옛날엔 설 2, 3일 전이면 집집마다 미리 떡을 뽑아온다. 대청마루에 갓 해 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래떡을 자르지도 않고 기다란 것을 저마다 하나씩 들고 조청에 범벅을 해서 실컷 먹고 나면 며칠은 떡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뒤주 위에서 하얀 광목천에 덥힌 채 한 이틀 정도 지나면 썰기 좋게 적당히 굳는다. 지금은 방앗간에서 기계로 썰어주기도 하고 동네 떡집이나 마트에 가면 떡국용으로 포장이 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일일이 손으로 썰어야 했다. 

 

더욱이 우린 종가집이라 명절이면 친척을 비롯해 여러 지인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떡도 날을 잡아 많은 양을 썰어야했다. 명절 준비 중 떡 써는 일도 큰 일이라 작은어머니들도 오셔서 같이 써셨다.

 

기계로 썰듯 고른 모양으로 썰려지는 것이 하도 재밌고 쉬워 보여 나도 해 보겠다며 끼어들면 어른들은 손 다친다고 못하게 말리신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르고 졸라 한 번 해 볼라치면 썰기는커녕 용만 쓰다만 기억이 난다. 

 

떡국으로 쓸 양을 충분히 썰어 놓고 나머진 기다란 채로 광에 있는 항아리에 보관을 했다. 뿐만이 아니라 인절미도 두고 먹을 것은 콩고물을 무치지 않고 두툼하고 넓적넓적하게 썰어 두었다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우면 굳어서 단단했던 것이 말랑말랑하고 노릇노릇해져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 난다.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엔 정월대보름까지 서늘하고도 어두컴컴한 광, 항아리 속에 넣어두고 즐겨 먹던 가래떡과 인절미 구이가 오늘따라 입덧을 하는 아낙모양으로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빼빼로데이처럼 우리나라에도 2006년 11월 11일에 재정된 가래떡데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기에 한때는 쌀이 부족하여 정부에서 ‘분식’이 건강에 좋다며 캠페인까지 벌이고 혼, 분식을 장려하기도 했다. 

 

학교에선 혼분식을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점심시간이면 일제히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선생님께서 교실을 한 바퀴 도신 후에야 밥을 먹곤했던 시절도 있었다.

 

헌데 이제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쌀 소비량이 줄어 창고에서 쌀이 썩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농민들은 울상이다. 그러다 보니 쌀 소비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고 아마도 가래떡데이도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가래떡데이가 쌀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되고 농민들의 시름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 

 

구운 가래떡을 먹기에 딱 좋은 계절, 주말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먹을 주전부리 감으로 노릇노릇 구워진 가래떡을 준비해 놓고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구운가래떡#꿀#가래떡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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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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