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4일) 일터에서 기획한 <17대 대선평가포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등에 짊어진 가방이 무거워 삼화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밤이 내려앉은 서울거리는 요란한 불빛이 가득해 눈이 아파왔다. 광화문, 서울시청, 남대문을 지나친 버스는 서울역 앞에서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무거운 짐과 함께 발판에서 내리자 눈앞에 천막 3동이 보였다. 그 천막에는 'KTX·새마을호 승무원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한 천막농성 7일째'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지방법원은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로 1년 9개월간 KTX 여승무원의 고용문제를 수수방관해 오던 철도공사는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법치국가, 민주국가라면 말이다.
하지만 '위장도급'을 통해 탈법행위를 일삼고 노동자를 탄압한 철도공사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여전히 나몰라라 하며 KTX 여승무원과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해결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새해가 왔어도 서울역 광장 천막에서 겨울밤을 지새우고 있다.
농성천막을 엿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온전한 권리와 삶을 찾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겨울을 보내야 하는 건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해준다는 이명박 차기 대통령은 왜 가만있는지? 답답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 고층빌딩 사이로 거센 바람이 몰아쳐 천막을 덮은 비닐을 흩날렸다. 그렇게 서울역의 차가운 겨울밤은 깊어만 갔다. 첫차를 탈 수 없는 노동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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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겨울밤과 철도공사는 여전히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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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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