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 저도 늘 불편한 심정입니다. 두달 전의 절망적 심정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삼성그룹 의혹 특검'이 10일 공식 활동에 착수하기에 앞선 9일 오전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서울 제기동성당 지하강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참여연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70일만의 심경고백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며칠 전 인수위는 법무부와 검찰에 기업에 대한 품격있는 수사와 포괄수사 금지를 요청했다"며 "국가기관의 권력행사가 정의와 합법성에 터잡지 않는다면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무제한의 폭력집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김 변호사는 "특히 법원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전제 아래 형사사법체계가 운용되고 있다"며 "특검수사에 임박해 기대와 희망보다는 다시 끝없는 절망감에 빠져든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김 변호사는 3주간 지속됐던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이하 특본)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법원이 지나치게 검찰의 수사를 통제해 혹시 '내부적 통제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고 토로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환경이 옛날과 많이 달려져 있었다"며 "검찰이 구체적 증거를 갖고 압수수색영장을 소명하는데도 법원이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해 개인적으로는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법원은 왜 거악에 대한 수사만 엄격한 통제를 하는가"
2007년 11월 30일 전격 단행됐던 삼성증권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김 변호사는 "영장전담판사는 당시 검찰의 삼성증권 압수수색 영장청구에 대해 퇴근했다가 다시 다음날 새벽에 들어와 기각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그때 다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니까 꼭 조사해야 하는 핵심 사무실은 전부 삭제하고 감사팀-법무팀만 수사하라고 명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정확한 비자금 조성 및 관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자금으로 쓰인 수표가 직접 입고된 계좌를 살펴봐야 하는 상황에서 포괄영장이 아니고 비자금 차명계좌가 명백한데도 거래내용을 못 보게 했다"며 "법원이 검찰수사에 대해 합리적 통제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체적 근거가 있는 영장까지도 기각하는 것은 내부통제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당시 검찰이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했을 때 삼성증권 사장 방에는 책상과 소파뿐이었다"며 "다이어리도 새것이었고 하드디스크도 모두 교체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법원이 검찰에 자의적 수사에 대해서 인권을 위한 합리적 통제를 한다면 당연히 찬성한다"면서도 "수사범위가 넓고 수사 대상자가 방대한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다면 당연히 수사의 속도가 지연되고 수사팀이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법원이 수사속도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이를 핑계로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게 아닌가 싶다고 심각하게 걱정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삼성 특검 수사에 대해 합리적 통제를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법원이 서민사건을 이렇게 영장기각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거악에 대해서는 왜 법원이 이렇게 엄격한 통제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발언의 전문이다.
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 저도 늘 불편한 심정입니다. 두달 전의 절망적 심정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며칠 전 인수위는 법무부와 검찰에 기업에 대한 품격있는 수사와 포괄수사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어렵게 꾸려졌던 특본은 3주만에 특검 임명을 이유로 문닫고 다시 3주가 흘렀습니다. 특본 수사 이튿날 삼성증권에서 조직적으로 차명계좌를 관리한다는 내부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삼성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기각했습니다.
영장 담당법관은 이 사건을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까지 말했습니다. 재청구한 영장에 대해서는 수색 장소 중 경영지원실 등 핵심 사무실 대부분을 삭제하고 감사팀, 법무팀만을 허가했습니다.
저의 계좌에 대해서는 국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포괄영장을 발부하더니 삼성증권 실권주가 실물입고된 저를 제외한 48명의 삼성임원들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거래내역을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계좌추적 영장에 대해 "수사의 필요성보다 금융정보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습니다.
부패사범 수사를 위해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을 하는데 검사가 거래내역을 보는 게 금융정보누설이라는 기가 막힌 이유를 들었습니다. 금감원, 국세청은 영장 없이도 거래내역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장 기각 때마다 담당 판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꼭 자정을 넘겨서 기각을 했습니다.
2004년 1월 사법부의 수장과 그 비서실장은 현재 대법원에 계속중인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 허태학, 박노빈에 대한 형사사건 변론을 수임했는데 당시 이종왕으로부터 받은 보수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실제 보수가 얼마였는지 저는 모르지만 파격적인 저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제가 삼성 법무팀장 재직시 이런 사건에 대한 보수는 통상 비자금으로 5억원 내지 10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국가기관의 권력행사가 정의와 합법성에 터잡지 않는다면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무제한의 폭력집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특히 법원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전제아래 형사사법체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특검수사에 임박해 저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다시 끝없는 절망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의 걱정이 터무니없는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