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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 MBC 드라마 <하얀거탑>, SBS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학드라마의 매력을 뽐내며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시작된 MBC 드라마 <뉴하트> 역시 7회 방송에서 시청률 25%를 넘어서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학드라마'인 만큼 전문적인 내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뉴하트>.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과 연기자들은 의학드라마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6일 <뉴하트> 야외촬영을 하는 중앙대 병원과 7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뉴하트> 세트장을 찾았다.

'진짜 환자' '가짜 환자'가 공존하는 병원

"쓰리, 투, 원…."
"움직여!"
"액션!"


긴장 속에 침묵과 고성이 교차하는 이곳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병원. 드라마에 등장하는 '광희대 병원'의 실제 무대가 되는 곳이다.

 <뉴하트> 야외촬영이 진행되는 서울 중앙대병원. 최강국 역의 배우 조재현과 이승재 역의 배우 성동일의 촬영 모습.
<뉴하트> 야외촬영이 진행되는 서울 중앙대병원. 최강국 역의 배우 조재현과 이승재 역의 배우 성동일의 촬영 모습. ⓒ PD저널


지난 6일 일요일, 이곳 중앙대 병원에서 <뉴하트>의 야외촬영이 진행됐다. 병원 내 권력 다툼으로 최강국 과장(조재현 분)과 김정길(이기영 분), 민영규(정호근 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부분이었다. 휴일이어서인지 병원 안은 썰렁했다. 그런데 1층 로비, 4층 복도 등 촬영팀이 가는 곳마다 구경하는 환자와 가족들로 북적댔다. 덕분에 바빠지는 건 조연출이다.

"야! 저 핑크 바지 아줌마 어떡할 거야!"

자꾸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오는 '구경꾼' 때문에 야외 촬영을 책임지는 이민우 PD의 신경이 예민해졌다. 촬영 때문에 어젯밤을 꼬박 샜다고 했다. 이 PD의 호통에 조연출이 구경꾼 무리들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때로는 윽박을 지르고, 때로는 허리를 숙이며 사정을 한다. 그렇다고 쉽게 말을 들을 구경꾼들이 아니다. 배우까지 말이 꼬여 NG 내기를 몇 차례. 로비를 쉴 새 없이 걸어 다니던 단역들의 발걸음만 바빠졌다.

병원 안에는 '진짜 환자'와 '가짜 환자', '진짜 의사'와 '가짜 의사'가 섞여 있다. '가짜 환자'는 열심히 휠체어를 굴리고, '진짜 환자'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구경꾼이 된다. 링거주사를 맞은 채 구경하던 한 환자는 "나 한번만 지나갑시다"라고 청해보기도 했다. 

목발을 옆에 세워놓고 의자에 앉아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젊은 환자는 한 손에는 종이를, 다른 한 손엔 펜을 들고 있었다. 지나가던 다른 환자의 간병인이 "사인 받으러 다니다가 다리 다 낫겠다"며 웃자 덩달아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결국, 사인은 받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찍 시작한 촬영은 오전 11시 40분 무렵 끝났다. 제법 빨리 끝났지만, 다음 세트 촬영을 위해 저녁에 여의도에서 집결, 곤지암으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 민영규 교수 역의 정호근씨가 중얼거린다. "꼬박 밤을 새고, 참 대단들 해."

실제 수술보다 더 긴장되는 수술실

"날 잘 잡으셨네. 오늘 대박 수술 있는 날인데!"

현장 취재를 왔다는 말에 박홍균 PD가 한마디 던졌다. 그의 말대로 <뉴하트> 세트촬영장을 찾은 7일은 "실제로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큰 수술"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직접 심장을 꺼내 심장 뒤에 붙어 있는 종양을 떼어내고, 다시 심장을 집어넣는 장면이다.

 심장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뉴하트>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의 모습.
심장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뉴하트>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의 모습. ⓒ PD저널


오전 9시부터 세트촬영을 시작해 11시 20분, 드디어 수술실로 이동했다. 먼저 심장을 들여다보다 피가 얼굴에 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이동했다. 촬영에는 내시경 카메라와 특수 카메라 두 대가 동원됐다. 특수분장을 담당하는 홍기천 MBC 미술센터 차장도 나서 즉석에서 마네킹의 등을 뚫는 작업을 진행했다. 심장을 들여다보는 배우의 얼굴을 찍기 위해서다. 단 한 장면의 촬영을 위해 약 1시간을 준비한 제작진. 오랜 준비 덕분이었는지 촬영은 한 번에 OK!

그러나 수술 장면은 이제 시작이다.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다시 수술실 세팅을 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박홍균 PD는 "편집해봐야 다해서 5분인데 보통 수술 장면을 찍으려면 10~15시간 걸린다"며 "의사에게 배워서 하고 컷마다 감수받아야 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간호사, <뉴하트>의 숨은 공신

<뉴하트>엔 흉부외과 의사들의 수술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심장 위를 오가는 극중 의사들의 수술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뉴하트> 촬영에 '실제' 의사와 간호사들이 함께 참여한 덕분이다, 그들은 수술 장면에서 생길 지 모르는 실수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꼼꼼하게 촬영 장면을 점검했다.

심장 수술을 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할 땐 실제 의사가 대역을 했고, 아예 수술실 간호사 역은 실제 간호사 두 명이 맡았다. 수술실 간호사 역을 맡은 김숭양 간호사는 "현재는 일을 그만둔 상태"라며 "촬영장에서 수술실 세팅을 하고 직접 간호사 역을 한다, 꿰매는 것 등 간단한 건 연기자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장면 촬영에 앞서 배우 조재현이 김숭양 간호사와 함께 대본을 점검하고 있다.
수술 장면 촬영에 앞서 배우 조재현이 김숭양 간호사와 함께 대본을 점검하고 있다. ⓒ PD저널


웬만한 의학 용어는 술술 말하는 박홍균 PD는 연기자들이 심장을 꺼내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 의사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연기자들은 의사의 시범을 보고 즉석에서 연기했다. 최강국 역을 맡은 배우 조재현은 "선생님 어때요? 괜찮아요?"라며 본인의 연기를 의사에게 확인했다.

박 PD는 대본뿐 아니라 심장 뛰는 속도 등 모든 부분에서 의료진에게 확인을 받았다. 현장에서 박 PD가 가장 많이 한 말 가운데 하나. "선생님, 대사를 이렇게 써도 되죠?", "한번 시범 좀 보여 주세요". 

시간에 쫓기며 진행된 <뉴하트> 촬영. "오늘 수술 장면을 새벽까지 끝내는 게 목표"라고 박홍균 PD는 말했지만,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은 밤샘 촬영을 각오하고 있었다. 워낙 큰 수술 장면을 찍는 날이라 하루만 고생하고 나면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밥을 먹으며 스태프가 한마디 던진다. "9일과 10일 방송분량을 맞추려면 '50신'이나 더 찍어야 해요…."

현장 분위기 띄우는 배우들의 말 말 말
일주일 내내 밤샘 촬영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쪽잠을 청하는 스태프의 모습이 보이는 등 피곤함 속에 진행된 <뉴하트> 촬영. 하지만 한마디씩 던지는 배우들의 말이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1] 2층에서 나는 소음으로 NG가 나자 배우 성동일이 재치있게 한마디 한다. "위에 날아다니란 말이야. 걷지 말고!" 성동일의 말에도 계속되는 소음. 급기야 "누구야!!" 스태프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갑자기 살벌해진 분위기를 바꾼 성동일의 한마디. "사람이겠죠~."(웃음)

[#2] 베테랑 연기자들이 모여 있는 <뉴하트>인지라 연기 때문에 NG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하나 배우들을 괴롭히는 것은 어려운 의학 용어. "흉부 대동맥류"라는 대사가 꼬여 NG를 낸 성동일. "전문용어 나올 땐 전날 술 좀 먹어줘야 돼. 그래야 혀가 부드러워." 

[#3] 몇 시간째 이어지는 촬영에 수술 장면을 모니터해주는 의사가 걱정된 배우 조재현. "선생님 앉으시게 의자 좋은 걸로 갖다드려. 안전벨트까지 달아드려"라고 말해 스태프들을 웃게 만든다. 여기에 배우 지성도 거든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뉴하트#드라마#조재현#성동일#제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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