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보면 힘이 난다. 아무리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다른 나무를 보면 쉽게 싫증이 난다. 특히 겨울에는 더 하다. 겨울나무는 볼품이 없다.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있어 삭막함만이 넘친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따뜻한 온기다. 그런데 겨울나무에게서는 그런 포근함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쉽게 싫증을 내고 만다. 그러나 소나무는 다르다.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초록에서 배어나는 싱그러움이 마음에 온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소록소록 배어나는 소나무의 느낌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넉넉해지고 세상을 가슴에 안은 것처럼 안온해진다. 이럴 때면 누구라도, 무슨 일이라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용서. 용서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용서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놓아주는 행위다. 살다보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속상해하는 것이 인생이다. 거꾸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것 또한 재미없는 인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상처를 받으면서 좌절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활기 넘치는 인생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만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상처를 가장 아름답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용서다. 용서를 하게 되면 상처를 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놓아주는 해위를 말하고, 그 것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는 하는 것이다. 무자년의 문화의 주제를 '인간, 건강, 환경'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행복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삶의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행복을 가슴에 담으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서를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용서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질 수 있다. 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질 수도 없다. 이렇게 소중한 삶을 행복으로 그득 채우기 위해서라도 용서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소나무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소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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