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에서 시중에 동전이 부족하다며 '잠자는 동전을 깨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을 들었다.
요즘은 동전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길을 걷다 10원짜리가 눈에 띄어도 줍지 않고 그냥 지나칠 정도다.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있는 동전, 헌데 이것을 만들기 위해 1년에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10원짜리 동전을 천대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큰맘 먹고 수색작업을 하듯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죽은 듯 잠자고 있던 꽤 많은 동전들, 그 중엔 파랗게 녹이 슬어 있는 것도 있고 해외여행에서 쓰고 남은 여러 나라의 외화도 섞여 있었다.
하얀 종이를 깔고 10원짜리, 50원짜리, 100원짜리, 500원짜리 그리고 낯선 외화를 밝은 곳에 '쭉' 늘어놓고 나니 동전들이 "이제야 살았다"하며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면 귀찮다는 이유로 으레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은 아무데나 굴리기 일쑤, 그런데 나의 무관심 속에 버려지다시피 뒹굴러 다니던 동전이 이렇게도 많았다니…. '무지한 백성의 소치로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구나' 생각을 하니 보는 이가 없음에도 몹시 낯이 뜨거웠다.
이처럼 제 기능을 못하고 잠자고 있는 동전이 대형마트에선 없어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10원짜리 동전만 2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은행에 가도 교환해 줄 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원가가 30원이 넘는 10원짜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구리와 아연 값이 오르면서 주조원가가 30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모두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 지는 것을 생각하면 남의 일처럼 방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각 가정에서 돼지저금통이나 서랍 속, 동전지갑 속에서 동면을 하듯 잠자고 있는 동전을 깨워, 꼭 필요로 하는 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나라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이 근검절약해야 가계부가 풍요로워 지듯 국민들이 조금만 나라살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좀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일부에선 쓰임새가 많지도 않은 10원짜리 동전을 비싼 제조비용을 들여 굳이 만들 필요가 있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이도 있지만 10원짜리 동전을 없앨 경우 사회와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한다.
한 예로 10원, 20원 오르던 물가가 50원, 100원, 이런 식으로 껑충 뛴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란다.
최근 2007년도에 발행된 10원짜리 동전의 크기와 색상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주조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구리 65%와 아연 35%를 섞어 만들던 것을 구리 값 인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알루미늄에다 구리를 덧씌워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간 40억원이라는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다고 하는 이야길 듣고 나니 정말 많은 고심 끝에 나온 방법임을 짐작케 된다.
이처럼 무게와 크기 그리고 재질을 달리해서까지 만들어야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10원짜리 동전, 온 국민의 관심과 동참만이 더 많은 비용을 절감케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들이 낸 세금이 보다 유용한 곳에 쓰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