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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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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역할 수 없는 사막의 마력

나는 아프리카 여행을 오기 전부터 붉은 모래언덕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사막, 붉은 모래, 그리고 모래언덕, 붉게 타오르는 해돋이와 서서히 지는 해넘이, 인적이 없는 사막에 미라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오아시스….

뜨거운 태양의 정열이 나를 오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외로움이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죽음이 손짓하는 것 같기도 한데, 뿌리치지 못하고 그 마력에 이끌려 간다. 사막은 그런 힘을 갖고 있다. 이상하게 사막의 유혹을 뿌릴 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오늘 사막으로 간다. 사막이 죽음의 키스로 가는 입구라 해도 왠지 가지 않고서는 허전할 것 같다. 붉은 모래언덕이 부르는 나미브 사막의 소수스플라이(소수스블레이)로 가는 날이다. 나미브사막은 대서양 해안을 따라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국경인 오렌지 강에서부터 북쪽으로 앙골라 남부까지 뻗치는 길이 1600km, 최대 폭 160km나 되는 해안사막이다. 나미비아(Namibia)라는 나라 이름도 바로 나미브(Namib) 사막에서 따온 것이다. 나미브는 나마족의 언어로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황량한 지역’을 말한다. 나미브 사막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하나인 나미브-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이 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사파리 회사의 차량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빨리 사막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에 직접 걸어서 사파리 회사로 갔다. 사파리 차량은 다른 여행객들을 싣고 오느라 내가 도착하고서도 30분 뒤에 왔다. 내가 가는 사막 투어는 빈트후크에서 출발해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을 본 뒤 다시 돌아오는 2박 3일짜리 투어다.

사파리 차량인 봉고버스에는 모두 6명이 타고 있었다. 나를 포함하면 7명이 간다. 애초 8명이 예약했으나 영국 비행기 테러음모사건으로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출발하는 비행기 운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영국인 여행객 한명이 오지 못했다. 여행객의 국적 구성이 신기하다. 6명은 모두 미국 국적이고, 아시아는 나 혼자다. 미국 국적이라고 해도 인종별 구성은 다양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두 명이나 탔다. 30대 후반의 미국 남자 의사와 일본계 부인, 컴퓨터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백인 연인들, 엔지니어로 일하는 30대 초반의 백인 남자, 그리고 30대 초반의 재미교포다.

재미교포는 뉴욕에서 공인회계사를 하는 젊은이인데, 다니던 공인회계사무소를 그만두고 유럽을 거쳐 두 달째 세계 여행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끝내면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러 간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젊은이는 “이번 여행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커졌다”며 “미국에 직장을 잡고 미국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번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일자리를 찾아 볼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행은 이렇듯 시야를 넓게 만들어 준다.

에보니 나무 아래 사막 텐트에서 잠을 자다

빈트후크 시내를 벗어나자 황량한 들판과 누렇게 죽은 작은 나무만이 있다. 작은 바위산들이 가끔 나타날 뿐이다. 전형적인 반사막지대다. 몽골 고비사막의 초입과 같다. 동물이나 가축을 찾아 볼 수 없다. 한참을 달리니 개코원숭이 한 마리가 길가에 있다 차 소리에 놀라 달아난다. 검은 색깔의 원숭이다. 사막의 햇볕에 적응하다보니 색깔도 검게 변했나보다. 숲속의 기름기가 흐르는 탄자니아나 짐바브웨의 회색 개코원숭이와 다르다. 먹을 것도 없고, 햇볕을 피할 그늘도 없는 나미비아 사막의 검은 개코원숭이가 불쌍해 보인다.

차량은 코마스 호히란트 산맥을 넘어 감스버그 패스 고개 길을 지난다. 3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나우클루프트(Naukluft) 산 근처의 나우클루프트 뷰(View)라는 곳. 이곳은 우리가 묵는 나무숲 텐트 캠프이다. 자갈과 바위 사막에 커다란 에보니 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나무 밑에 텐트를 설치해 놓았다. 텐트는 깨끗하고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두 명이 한 텐트에 자는데, 나는 미국교포와 짝이 되었다.

오후에는 근처 작은 강으로 갔다. 20여분 달리니 놀랍게도 작은 강이 나타났다. 찰스라는 운전사 겸 안내자는 “차우샤프 강(Tsauchab River)으로 작은 물줄기들이 바위산 밑에서 흘러나와 이곳에서 모아져 소수스플라이 쪽으로 흘러가다 모래사막 밑으로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강이라고 해야 우리네 개울가 정도지만, 풀한 포기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막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강을 따라 수백 년은 될 것 같은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검은 개코원숭이 한 마리가 물을 마시다 인기척에 숲속으로 달아난다.

강 주변을 따라 산책코스가 있는데, ‘마운틴 얼룩말 오솔길(Mountain Zebra Trail)’이다. 마운틴 얼룩말이 많이 산다고 한다. 안내자 찰스는 “마운틴 얼룩말은 주로 나미비아의 산악지대에 사는 데, 다른 초원에 사는 얼룩말보다 색깔이 엷고 검은 줄무늬가 하얀색 보다 가늘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찰스는 마운틴 얼룩말의 똥이 물가에 있다고 가리킨다. 물가에는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아침에 물을 마시고 산악지대로 들어간 것이다.

강물에는 작은 고기들도 살고, 올챙이 같은 물고기도 헤엄친다. 구슬피 우는 새도 있다. “끄~억, 꾸~억”하는 소리가 참 슬프다. 황량한 사막에서 친구가 없는 새의 울음소리다. 강 주변의 바위들은 오랜 세월의 역사를 보여주듯 마치 벽돌조각을 쌓아 놓은 듯 4각형으로 쪼개져 차곡차곡 포개져 있다. 단층들이 화산이나 지각변동으로 겉으로 드러났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스프링복 3마리가 마른 풀을 뜯고 있다. 사막의 자갈 틈새에서 자라는 거친 풀을 먹고 동물들이 사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나미비아 지폐에도 스프링복이 그려져 있다. 나미비아 지폐의 특징은 앞면에는 모두 ‘추장’ 헨드릭 비트부이가 나오지만, 뒷면에는 모두 동물이 나온다. 나미비아의 10달러 지폐에는 스프링복이 나오고, 20달러에는 하테비스트, 50달러에는 쿠두, 가장 고액권인 100달러에는 나미비아의 상징동물인 오릭스가 나온다.

나미브사막의 사막얼음나무
 나미브사막의 사막얼음나무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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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의 밤하늘과 몽골의 별

텐트 주변에는 채소밭 같이 푸른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맨발에 스치는 데, 이슬 같은 물방울이 발에 묻는다. 발 샤워하는 듯 시원한 느낌이다. 풀을 자세히 보니 잎에 이슬이 맺혀 있다. 사막의 풀에 어디서 물이 나서 잎사귀에 이슬이 맺히는지 알 수 없다. 하얀 꽃잎에 민들레 같은 노란 꽃을 피웠다. 안내자인 찰스에게 물으니 “사막 얼음나무(Desert Ice plant)”라고 한다. 학명은 ‘카르포브로투스 에둘리스(Carpobrotus edulis)’다.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물방울로 떨어진 이슬을 얼음 나무가 잎사귀에 매달아 놓고 있다.

사막에서는 해가 일찍 진다. 오후 5시 30분이 되자 사막에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해넘이 보는 장소라는 텐트 근처의 ‘선셋 뷰’라는 곳으로 갔다. 해가 지는데, 사막이 아니라 산 너머로 지니 여운이 없다. 산에 지는 해넘이는 노을이 없어 멋이 없다. 그냥 산 밑으로 사라질 뿐이다. 역시 해넘이는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봐야 빨간 노을이 퍼지면서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사막에 전기가 없다보니 저녁에는 텐트 안에 호롱불을 밝힌다. 텐트 밖에도 화장실에도 초저녁부터 호롱불과 달빛만이 길을 비춘다. 어쩐 일인지 달이 보름달이다. 사막의 달빛 아래 텐트에서 잠을 자니 천막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사막에 오는 이유는 바로 별을 보며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별이 없는 사막은 유령의 땅이다. 풀 한 포기 없는 쓸쓸한 사막에 사람이 사는 것은 밤이 되면 찾아오는 별이 있어서다. 사막의 유일한 친구는 바로 별이다.

천막에 누워 아프리카 사막의 별을 보니 몽골의 밤하늘이 생각났다. 오래전 칭기즈칸이 태어난 몽골의 헨티 아이막에서 유목민의 전통집인 천막 형태의 게르에서 잠을 잔 적이 있다. 난로의 환기와 햇볕이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게르에는 천막의 중앙 부분을 둥글게 뚫어 놓았다. 밤에 잠을 잘 때 그 둥근 틈사이로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수많은 별의 햇살에 눈이 부셔 눈꺼풀을 내리자 슬며시 잠이 들었다.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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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에서 세계적 슈퍼모델 와리스 디리를 생각하다

몽골의 게르와 함께 생각난 것은 ‘와리스 디리(Waris Dirie)’였다. 소말리아 태생의 세계적 여성 슈퍼모델인 와리스 디리 말이다. 나는 보츠와나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역사 안에 있는 서점에서 한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제목 때문이었다. 영문 “사막의 꽃(desert flower(2005년. 영국 비라고 출판사))”이라는 책이었다. 남아공을 거쳐 내가 가려는 곳이 나미비아 사막이다.

유목민 소녀에서 가정부를 거쳐 세계적 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놀라운 삶과 아프리카 사막생활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자서전적 책이었다. 사막에서 태어나 자란 와리스 디리가 도시에 왔을 때 가장 싫었던 것은 “하늘을 가리는 천장”이었다. “밤이면 나는 늘 밤하늘의 별 아래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언니와 서로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고 했다. 하루도 별을 바라보며 잠들지 않은 날이 없었던 유목민 소녀에게 도시의 천장은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나 역시 도시로 갔을 때 커다란 차이를 느꼈다. 내가 가장 싫었던 것은 도시에는 계절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골에서는 자연을 통해 계절을 안다. 봄이면 푸른 싹이 돋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가을에는 벼이삭이 누렇게 익고, 겨울에 눈이 오면 올가미를 갖고 토끼 사냥을 나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콧내음을 자극한다.

나는 혼자서 걸어서 한 시간 넘게 밭과 논두렁을 건너 중학교를 다녔는데, 방과 후 집에 돌아올 때 논두렁에 서 있는 아카시아 향기가 멀리서 바람을 타고 내 코를 스치면 봄이 오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교 때 도시에 처음 가면서 나는 계절을 잃었다. 도시의 아파트 숲과 차량들의 시커먼 매연들이 내 눈에서 하늘을 가려 버렸다. 여름 방학이 되어야 여름인줄 알고, 겨울방학이 되어야 겨울인줄 알았다. 시골에서는 자연이 계절을 알려주지만, 도시에서는 달력을 봐야 계절을 알 수 있다.

겨우 5살에 이른바 여성할례라는 ‘여성성기절제(FGM)’를 받았던 와리스 디리는 13살의 어린 나이에 낙타 다섯 마리에 팔려 60살 노인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사막을 탈출해 세계적 모델이 된 그녀는 현재 유엔 특별인권대사로 전 세계적인 여성성기절제 철폐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목민 소녀에서 가정부를 거쳐 세계적 슈퍼모델에 이어 여성인권의 수호천사로 그녀의 삶은 바뀌어간다.

그녀의 삶에는 잘못된 현실에 맞서 싸우고,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자유로운 인간을 향한 용기가 있다. 그녀의 삶은 황량한 사막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들꽃과 같은 강인한 열정이 담겨 있는데, 그녀의 이름 와리스(Waris)는 소말리아어로 ‘사막의 꽃’이다. 내가 아프리카 여행 중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이다.

어떤 아프리카 여행정보 책보다도 아프리카 여성성기절제와 여성차별의 현실, 유목생활의 모습, 아프리카 부족 간의 갈등과 내전, 제국주의가 남긴 상처, 어머니와 딸의 애틋한 관계, 현실을 극복하려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용기와 의지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내가 아프리카 여행 가기 전 읽었던 책 중에는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 2006년. 웅진씽크빅)>가 있었다면, 여행 중에는 와리스 디리의 <사막의 꽃>이 있었다. 물론 영문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은 여행정보 책자로서 늘 내 곁에서 나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사막의 달은 무슨 미련이 그리 많은가

사막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둔. Dune)을 보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 5시부터 마음이 들떠 있다.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해 뜨는 사막을 보기 위해 달린다. 아침 추위는 마치 영하 4~5도와 같은 체감온도이다. 모두들 추위에 몸을 움츠린다. 어두운 새벽에 자갈길을 달린다. 작은 나무들도 사라지고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사막만이 보인다.

차는 열심히 달렸지만, 아침 해가 더 부지런하다. 붉은 모래 언덕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해가 차 뒤쪽에서 붉은 빛을 비춘다. 차 앞쪽 하늘에는 흐릿한 달이 여전히 떠 있다. 뒤쪽의 해는 이미 산 위 50m 정도 높이 떠 있는데, 앞쪽의 달은 저 멀리 하늘 위 100m 높이에 걸터앉은 채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해가 뜨면서 이미 달은 달의 의미를 잃어버렸는데 지평선 너머로 지려하지 않는다. 달은 어두운 밤하늘에 노랗게 빛날 때 아름다운데, 해가 뜬 아침에 여전히 하늘에 떠있는 달은 흐릿한 하얀색의 둥근 띠 일뿐이다. 달은 오랫동안 차가 사막을 향해 달릴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달은 지기에 뭐가 아쉬움이 많은가 보다. 달은 해가 비추면서 흐릿해진다. 지구를 비추는 것은 달이 아니라 해라는 것을 사막은 알려준다. 해가 뜨면 달은 사라져야 하는데, 여전히 달은 무슨 미련이 그리 많아 안달인가.

1시간 정도 달려 소수스플라이로 들어가는 국립공원 입구인 세스리엠(Sesriem)에 도착했다. 세스리엠에는 고급 숙소인 소수스플라이 롯지가 있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수속을 마친 뒤 서둘러 소수스플라이 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세스리엠에서 소수스플라이까지는 65km를 더 달려야한다.

소수스플라이의 붉은 모래언덕 '빅 마마'
 소수스플라이의 붉은 모래언덕 '빅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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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모래언덕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조금 더 달리니 붉은 색의 언덕이 흐릿하게 멀리서 나타난다. 앞쪽은 햇살을 받고 뒤쪽은 달빛으로 얽혀 언덕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불그스레한 언덕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차가 한발 한발 다가가자 언덕의 정체가 바로 드러났다. 소수스플라이 사막 모래언덕이다. 길을 사이로 왼쪽에는 검은 바위산이 있고, 오른쪽에는 붉은 사막언덕이 나타나 묘한 비교가 된다. 점점 왼쪽의 바위산은 사라지고, 온통 붉은 모래언덕이다. 암석사막에서 완전히 모래사막으로 바뀌는 사막의 얼굴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모래가 쌓인 길이 나오면서 우리를 태운 봉고버스 차량은 더 이상 갈 수 없다. 사막 팻말에는 “소수스플라이 5km, 4×4”라고 쓰여 있다. 소수스플라이가 5km 남았는데, 네 바퀴 굴림(4륜구동) 자동차로만 갈 수 있다는 표시다. 모래 때문에 네 바퀴 굴림 차량이 아니면 모래에 빠진다. 네 바퀴 굴림 모래사막 사파리 자동차로 바꿔 타고 간다.

온통 붉은색이다. 붉은 들판에 모래언덕이 솟았다. 붉은 모래언덕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붉은 사막의 유혹은 파멸의 길임을 알면서도 누구나 빨려들기 때문이다.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사막인가, 성인가. 나는 한 눈에 사막과 사랑에 빠졌다. 높은 언덕에 길게 뻗은 모래 언덕은 마치 만리장성을 중국에서 나미비아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만리장성이 돌로 쌓았다면, 소수스플라이 사막은 붉을 모래로 쌓은 성이다.

모래언덕과 모래언덕이 만드는 계곡이 번갈아 가면서 끝없이 이어진다. 붉은 모래로 쌓은 만리장성이 뻗어 있다. 만리장성이 내몽골에서 베이징을 거쳐 동쪽의 산하이관까지 뻗쳐있듯이, 나미비아 사막은 소수스플라이에서 웰비스 베이와 스와콥문트까지 모래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막 한 가운데 삼각형으로 뾰족이 솟아 있는 붉은 모래언덕은 천생 피라미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삼각 모서리가 그렇게 뾰족할 수가 없다. 마치 잘 갈은 칼날을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세워놓은 것 같이 모래 언덕의 모서리는 날카롭다. 해가 비추는 사막의 오른쪽은 밟은 붉은 색을 띠고, 왼쪽의 반대쪽 모래는 사막언덕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면서 모래 언덕의 등선을 경계로 명암이 선명하다. 사막 언덕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해가 사막언덕의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사막언덕의 색깔도 시시각각 변한다. 해가 높이 뜨면서 사막언덕의 그림자는 점점 작아지고, 온 사막은 붉은 색으로 변한다.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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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찬사도 아부가 아닌 소수스플라이의 붉은 모래언덕

소수스플라이 사막의 붉은 모래언덕은 칼보다 더 날카롭고, 밀가루보다 더 곱고, 펭귄의 피부보다 더 미끄럽고, 솜보다 더 부드럽고, 산보다 더 높고, 여자의 허리보다 더 완만하고, 노을보다 더 붉고, 바다보다 더 넓고,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아름답다. 빅토리아 폭포보다 더 시원하고, 남아공의 와인보다 더 향기롭고, 마티니보다 사람을 더 취하게 한다. 소수스플라이의 붉은 모래언덕은 그 어떤 찬사도 아부가 아니다, 아첨이 아니다.

삭막한 모래언덕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오아시스처럼 작은 연못 같은 물웅덩이가 있다. 3면이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나미브 사막에 물이 있다니.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가 있어서야”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스플라이(Sossusvlei)다.

안내자는 “소수스(Sossus)는 나마족 언어로 ‘물이 모이는 장소’를 뜻한다”고 했다. 플라이(Vlei)는 아프리칸스어로 ‘물이 모이는 웅덩이’를 말한다. 소수스플라이는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물웅덩이를 말한다. 사실상 같은 뜻의 나마족 말에다 아프리칸스어를 이중으로 붙인 셈이다. 소수스플라이 국립공원에는 소수스플라이와 그 옆으로 나라플라이, 그리고 건너편 쪽으로 데드플라이와 히든플라이 등 4개의 플라이, 즉 물웅덩이가 유명하다.

앙골라에서 시작된 오카방고 강이 오카방고 델타를 만들면서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보츠와나의 칼라하리 사막으로 사라지듯이, 나우클루프트 산맥에서 시작하는 차우샤프 강은 소수스플라이를 만들면서 대서양의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나미브사막으로 빨려든다. 나미브사막의 플라이에 물이 고일 정도의 강물이 흐르는 것은 고작 5~10년 만에 한 번씩 비가 많이 올 때뿐이다. 차우샤프 강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고 평소에는 메마른 강인 사막의 와디다.

소수스플라이 오른쪽에는 모래언덕이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 중에서 여행객이 언덕 정상을 오를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모래언덕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어디서 모였는지 나미비아의 여행객들은 모두 여기에 모였다. 일본의 노인 단체여행객 10여명도 보이는데, 모두 하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사막의 모래가 입으로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까 우려한 탓이다.

이미 부지런한 여행객은 언덕의 정상에 올라가 손을 크게 벌리고 있다.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가장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모래언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래언덕  중 두 번째로 커서 ‘빅 마마(Big Mama)’라고도 불린다. 발칙하지만, 풍만한 여인의 엉덩이 같이 육감적인 허리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은 매력이 넘친다.

소수스플라이 붉은 모래언덕을 오르는 여행객
 소수스플라이 붉은 모래언덕을 오르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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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모래언덕을 오르는 길은 인생의 길

붉은 사막이 나를 유혹하고, 모래언덕이 빨리 올라오라 손짓한다. 아름다운 장미 속에 가시가 있듯이, 붉은 모래언덕 등성이에 비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잠시 주춤했다. 잘 버려진 칼날처럼 서 있는 모래언덕에 혹시 내 발이 벨 것만 같았다.
 
모래언덕이 나를 부르는 대로, 나는 정상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갔다. 모래 언덕 등성이를 걷는데 너무 부드럽다. 손으로 모래를 집어보니 너무 곱다. 잔지바르 해안가의 모래가 하얀색이라면, 나미브사막 언덕의 모래는 붉은색일 뿐이다. 손끝에 와 닿는 촉감은 해안가의 모래나 사막의 모래나 다르지 않다. 해변과 사막이 같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먼저 밟고 간 자리를 내가 밟고 오르고, 또 내 뒤에 다른 사람이 내가 지나간 발자국을 따른다. 나의 발자국은 모래에 순간적으로 남아 있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 위에 겹쳐져 사라지거나, 바람에 새로 날아온 투박한 모래에 덮인다. 자신이 지나간 발자국이나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은 사막이 반기지 않는다. 인생에서 족적을 남기려는 사람은 모래사막이 아니라 황토 진흙 밭으로 가야 한다. 조용히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인생을 찾으려는 사람만이 모래사막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길은 그 자체가 인생의 길이다. 한걸음에 내달리거나 뛰어가려면 뒤로 더 밀려난다. 모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나 단단한 자갈길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모래를 다져가면서 올라가야 정상에 가까이 갈 수 있다. 나미브사막의 모래는 결코 뜀박질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순간에 정상에 올라가려는 사람에게는 힘든 등반이 되고, 명상을 하면서 발길을 내걷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 인생은 사다리를 밟고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이지, 로켓을 타고 갑자기 하늘로 솟아오는 것이 아니다. 소수스플라이 사막의 모래언덕을 오르는 길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길이다.

까마귀 울음소리를 내는 나미브사막 소수스플라이의 까치
 까마귀 울음소리를 내는 나미브사막 소수스플라이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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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의 아리아 ‘나미브사막의 사랑’이 들리는 듯 하고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의 정상에 올라서니 사방이 온통 붉은 모래성이다. 모래언덕의 정상은 300m 높이다. 정상에 오르니 건너편 모래언덕이 또다시 나를 부른다. 붉은 모래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사막은 사람에게 평온을 가져다준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들이 발굽 아래 하얀 눈을 보면서 느끼는 평화와 같겠지. 아마도 그것이 산이든 모래언덕이든 높은 건물이든 정상에 오르는 것은 그곳에 나를 기다리는 평온이 있기 때문이리라.

정상에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모래 언덕을 타고 올라와 내 얼굴을 스치고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모래언덕 봉우리에 올라보면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느낌이다. 산등성이를 통해 산과 산이 산맥으로 연결되듯, 소수스플라이에는 모래언덕이 등성이를 통해 또 다른 모래언덕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마치 끝이 없는 모래궁전을 보는 느낌이다.

나는 소수스플라이 ‘빅 마마’ 모래언덕에 올라보니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 생각났다. 걸어도 걸어도 장대하고 웅장한 자금성은 정말 규모로 치면 왕궁 중의 왕궁이었다. 자금성의 길이가 자금만치 1000m나 되고, 방이 9000개나 된다고 하니 가보지 않은 사람도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성은 일반인들에게 3살짜리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푸이의 귀여운 모습이 나오는 영화 <마지막 황제>와 중국의 유명한 감독 장이머우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한 무대가 되기도 했던 곳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자금성을 무대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하고, 이집트 피라미드를 무대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하듯이 나미브사막의 붉은 모래언덕을 무대로 멋진 야외 오페라가 올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붉은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하는 야외 오페라 공연을 생각하자 문득 떠오른 상념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자금성에 있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의 마음을 녹이고, 호세 카레라스의 <청아한 아이다>가 청순한 아이다에게 전해지듯이,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르는 상상속의 아리아 ‘나미브사막의 사랑’은 붉은 모래언덕의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 열정적인 유목민 소녀의 마음을 움직일 텐데.

소수스플라이의 물웅덩이
 소수스플라이의 물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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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처럼 각기 다른 얼굴의 모래언덕

모래언덕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말 그대로 끝이 없는 모래바다이다. 바다의 바람이 파도를 만들듯이, 사막의 바람은 모래언덕을 만든다. 아직 언덕이 되지 못한 모래는 파도처럼 바람에 휩쓸리면서 모래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평지의 모래사막은 햇볕에 아지랑이가 출렁거리며 마치 바다의 파도가 치는 모습이다.

모래언덕의 모양과 크기는 우리의 얼굴과 지문이 다르듯 모두 제 각각이다. 포물선 모래언덕도 있고, 초승달 모래언덕도 있고, 별 모양의 모래언덕도 있고, 종단 잔물결 모래언덕도 있고, 횡단 잔물결 모래언덕도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매일 모래언덕의 얼굴은 바뀐다. 내가 서 있는 나미브사막의 모래언덕은 수천 만 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그렇게 해왔다.

안내자는 “나미브사막 언덕의 모래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만들어진 자갈과 흙, 모래 등이 오렌지 강을 통해 흘러가다, 대서양에 이르러 북쪽 연안을 따라 밀려간 뒤 바람에 의해 소수스플라이까지 날아와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수스플라이의 모래언덕은 70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대서양으로부터는 고작 55km 떨어져 있다. 나미브 사막은 5천 500만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중의 하나이고, 모래언덕으로는 가장 큰 사막이다.

모래언덕의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내 발길에 치인 한 움큼의 모래가 밀려났다. 모래의 경사면을 통해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강물이 물살을 가르며 흐르듯 잔잔한 모래파도를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밀어낸 모래 자리에는 밤사이 바람이 모래를 실어와 메워 놓는다. 나미브사막의 모래언덕은 아침이면 늘 밤사이의 바람에 의해 잘 버려진 칼날이 된다. 산도 오를 때 보다 내려 올 때 더 조심해야 하듯, 모래언덕도 내려올 때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인생도 마지막을 잘 정리해야하는 것과 같다.

모래언덕 아래 소수스플라이의 물웅덩이 근처에는 큰 나무가 있었다. 큰 나무의 가지에 노란 꽃을 피우는 열매는 하얀 완두콩 열매 같은데 돌멩이 같이 단단하다. 안내자는 “낙타가시 나무(Camelthorn Tree)”라고 한다. 아프리카 아카시아의 일종이다. 안내자는 “낙타가시 나무의 가시는 처음에는 부드럽지만 열매를 맺을 때는 창 같이 단단하게 되는데, 이는 동물들로부터 열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막의 식물들이 낙타가시 나무처럼 잎이 작은 것은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한 것이고, 뿌리는 모래속의 지하수를 찾아가기 위해 길게 뻗어 내린다.

말라 죽은 낙타가시 나무에는 까치가 많은데, 우는 소리는 까마귀 그대로이다. “까~악, 까~악”하는 길면서도 어딘가 음습한 소리가. 사막에서 까치의 울음소리가 변한 것일까. 왜 사막의 까치는 우리가 듣는 “깍, 깍”하는 짧으면서도 경쾌한 소리를 못 내는 것일까. 안내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볼까하다 그냥 놔두었다. 안내자는 까치가 “까~악, 까~악”하는 소리만을 듣고 자란 나미비아 젊은이일 텐데, 왜 까치 소리가 그러냐고 물으면 얼마나 황당하게 느낄 것인가.

데드플라이 가는 길에 만난 프랑스 노부부(앞쪽)
 데드플라이 가는 길에 만난 프랑스 노부부(앞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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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플라이로 가는 길에서 만난 프랑스 노부부

소수스플라이를 보고 다음으로 간 곳은 건너편의 데드플라이다. 데드플라이(Dead Vlei)는 말 그대로 옛날에는 '플라이(물웅덩이)'였으나 지금은 모래언덕에 막혀 물이 흘러들어오지 못해 ‘죽은 물웅덩이’라는 뜻이다. 10년마다 차우샤프 강이 흘러 소수스플라이에는 물이 고이지만, 데드플라이에는 모래언덕으로 막혀 흘러들어가지 못한다. 물이 흐르지 못하니 풀이나 나무 등 모든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소수스플라이에서 차를 타고 다시 돌아 나오다 보면 팻말이 있다. 사막의 팻말이라고 해야 나무 막대기에 돌멩이로 이정표를 매달아났는데, “데드플라이 1.1km”라고 되어 있다. 데드플라이로 가는 길에는, 잎은 없고 가시만 있는 ‘나라 식물(Nara Plant. 학명Acanthosicyos horrida)’만이 자라고 있다. 울타리용 가시나무처럼 생긴 ‘나라’는 나라 멜론이란 열매를 맺는다. 나라 식물 옆에서 갑자기 검은 딱정벌레 한 마리가 땅속에서 기어 나온다. 딱정벌레는 새벽에 땅 위로 나와 짙은 안개로 생기는 이슬을 등과 뒷다리로 받아 앞쪽 몸을 숙여서 이슬을 입으로 들어가게 한다.

사막에 사는 동물들은 이처럼 나름대로 부족한 물을 보충한다. 소수스플라이 사막 속에는 딱정벌레 뿐 아니라 물갈퀴 도마뱀과 황금 두더지, 나미브 모래뱀, 전갈, 아프리카 쥐 등이 산다. 낮에는 햇볕을 피해 모래 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다. 사막의 온도는 최고 60℃까지 오르니 어지간한 동식물은 살 수가 없다. 사막의 모래는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사막의 파충류나 곤충류는 남대서양 벵겔라 한류의 영향으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사막의 열기와 만나면서 밤사이에 만들어지는 안개에서 이슬을 뽑아내 먹고 산다.

데드플라이까지 걸어가는 것도 꽤나 힘이 든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고 밀리면서 산을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산에서는 한 걸음 내딛으면 한 걸음 앞으로 가는데, 사막에서는 모래에 반걸음 밀려 한 걸음을 내디뎌도 반걸음만 나아간다. 70이 훨씬 넘은 프랑스의 노부부가 각자 작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걸어간다.

멋진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할머니가 자세를 취하자 할아버지가 사진기를 꺼내 찍어준다. 붉은 모래언덕을 배낭을 메고 나란히 걸어가는 노부부를 상상해봐라. 누구라도 저 멋진 노후가 부럽지 않겠는가. 무슨 미련이 있어 해가 떴는데도 기울지 않으려는 나미브의 일그러진 아침 달보다, 늙어감에 동행하는 프랑스 노부부의 뒷모습이 훨씬 아름다웠다.

데드플라이의 죽은 나무
 데드플라이의 죽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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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는 역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데드플라이
  
한참을 걸으니 데드플라이가 나온다. 축구 운동장만한 크기의 둥근 평지에는 물이 말라 소금처럼 하얀 덩어리만 남아 있고, 마치 모래 위의 화석이 된 것처럼 말라 죽은 나무들이 검게 서 있다. 붉은 모래언덕이 사방으로 데드플라이를 둘러싸고 있다. 물론, 그래서 물이 흘러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다. 데드플라이는 정말 모래언덕 안의 운동장이다. 붉은 모래언덕은 마치 관중이 앉는 스탠드 같고, 데드플라이는 나무들이 축구경기를 하는 마당이다.

데드플라이 바닥의 하얀 진흙 모래와 미라처럼 서 있는 나무들의 검은색,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언덕의 붉은 색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하얀색과 검은색, 붉은색이 모이니 합쳐지기 보다는 자기 색깔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안내자는 “소수스플라이보다 데드플라이가 더 멋지다”고 한다. 소수스플라이는 사막에 물이 고여 있다는 사실이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청량감을 주고, 데드플라이는 플라이 자체에서 심오함을 준다. 죽어 있는 나무들은 낙타가시 나무들인데, 오래된 것은 900년이 나 됐다고 한다. 죽어서도 900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이다.

오랜 옛날 물이 고였다가 물 흐름의 줄기가 바뀌면서 갑자기 말라붙은 뒤 나무들은 선 채 그대로 미라가 되었고, 땅 위에 드러난 화석이 되었다. 정말 지구의 종말, 우주의 끝에 온 느낌이고, 공룡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화석처럼 데드플라이에는 모든 나무와 풀, 모래까지도 수백 년 동안 생명이 끊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령처럼 굳어 있다. 죽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뒤쪽의 모래언덕이 아름답다. 죽은 나뭇가지에 모래언덕이 대비되는 순간, 모래언덕은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로 다가왔다.

서 있는 나무는 서 있는 나무대로, 드러누워 있는 나무는 그 나무대로 사막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소금이 되어 하얗게 말라붙은 대지와 검게 죽어 있는 나무, 그 뒤로 붉은 모래언덕의 조화는 그 자체로 사막이다. 아니, 사막의 유령 집 같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렌즈 속으로 보이는 모습은 어디나 사각형 사진 상자이다. 죽은 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물체가 없는 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이다. 죽음에는 역사가 있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당긴다. 찰칵찰칵 어디를 찍어도 데드플라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죽음도 아름답다는 모습을 데드플라이는 보여주고 있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죽음이 부르는 소리인가, 유령이 붙드는 힘인가, 내 발은 차량으로 향하는데 내 등 뒤의 유령은 데드플레이쪽으로 간다.

앞쪽의 가슴은 생명의 방향이라면, 뒤쪽의 등은 죽음의 방향이다. 햇볕은 얼굴로 오고, 어둠은 등으로 온다. 죽음의 힘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다. 사실은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의 등 뒤로 음울하게 뒤쫓아 오고 있었는데. 죽음은 보이지 않는 등 뒤에서 오기 때문에 우리는 염라대왕의 출현을 결코 알 수 없다. 무언가 음습한 한기가 느껴져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어두운 죽음은 날카로운 갈퀴로 내 뒷덜미를 움켜잡고 있다.

'모래언덕 45(둔 45)'의 모습
 '모래언덕 45(둔 45)'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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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사막의 모래는 왜 붉은 색을 띨까

데드플라이 옆쪽으로는 모래언덕을 몇 개나 넘어서 ‘숨겨진 물웅덩이’라는 뜻을 가진 히든플라이가 있다. 나미브사막에는 플라이 사이사이에 멋진 붉은 모래언덕들이 만들어져 있다. 돌아오는 길도 온통 붉은 모래언덕이다. 소수스플라이는 어딜 가나 붉은 색 모래다. 하얀 모래나 검은 모래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붉은 모래언덕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되는데, 나의 궁금증이 다시 발동됐다. 나는 체질적으로 오래 감상에 젖지 못하고, 바로 이성으로 돌아온다. 안내자에게 물었다.

“나미브 사막의 모래언덕은 왜 이렇게 붉은 색 뿐이냐.”
“아 그건, 모래가 갖고 있는 철 성분 때문이다. 소수스플라이 사막의 모래는 석류석(Garnet)과 자철석(Magnetite)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나미브사막의 모래언덕이 온통 붉은 색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철이 녹슬 때 약간 붉은색을 띠는 것과 같다. 마치 오랫동안 궁금증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모래언덕 45(Dune 45)”라고 이름 붙여진 유명한 붉은 모래언덕에 들렀다. 세스리엠 공원 입구에서 거의 첫 번째로 볼 수 있는 언덕인데, 우리는 먼저 소수스플라이와 데드플라이를 보기 위해 ‘모래언덕 45’를 지나친 뒤 곧장 달려갔었다. 소수스플라이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일반 차량이 들어가기 전까지 가장 유명했던 모래언덕이 바로 이곳이다. ‘45’는 공원입구인 세스리엠에서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모래언덕이라는 뜻이다.

사막에서는 이정표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공원입구에서의 거리로 모래언덕의 이름을 지어준다. 모래언덕의 모양도 비슷하고, 끊임없는 모래의 이동이 생김새도 자주 바꿔버리니 달리 이름을 지어줄 방안이 없다. 숫자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참 멋대가리 없는 생각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 2005년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 5km 전방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이제는 승용차를 타고 더 깊은 모래언덕까지 구경할 수 있다. 자연히 사막의 ‘모래언덕 45’는 옛날의 명성을 잃어갔다. 지나가는 여행객들도 과거의 명성 때문에 잠시 머무르는 것으로 ‘모래언덕 45’의 과거의 명성에 예우를 하고 있다. ‘모래언덕 45’는 그런 명성에 개의치 않고 여전히 높이 150m의 아름다운 봉우리를 뽐내고 있었다.

나미브사막에서 풀을 뜯고 있는 스프링복
 나미브사막에서 풀을 뜯고 있는 스프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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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가 없는 나미브사막

스프링복 10여 마리가 모래사막의 한 편에 돋아난 풀과 노란 들꽃을 뜯어먹고 있다. 강렬한 햇살과 붉은 모래만이 있는 나미브사막에서 살아가는 스프링복의 생명력이 놀랍다. 조금 더 오다보니 놀랍게도 타조 5마리가 먹이를 찾아 열심히 땅을 쳐다보면서 성큼 성큼 걷고 있었다.

나미브사막에서는 막상 사막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낙타가 없다. 소말리아 유목인 출신의 세계적 슈퍼모델 와리스 디리는 <사막의 꽃>이란 책에서 사막과 낙타를 동일시했다. “소말리아에는 사람보다 낙타가 더 많다.”, “낙타의 우유는 비타민 시(C)가 많아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마신다.”, “신부값은 낙타로 지급한다.”,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낙타 100마리를 그 가족에게 제공해야 한다.”, “한 남자의 인생은 낙타의 숫자가 좌우한다.” 와리스 디리도 낙타 5마리에 60살 노인에게 팔려갈 뻔 하지 않았는가.

나미브사막 자체는 오랫동안 인간이 살던 곳이 아니고, 사하라사막처럼 무역이나 교역의 통로도 아니었기 때문에 낙타가 있을 리가 없다. 낙타는 인간의 삶과 같이 하는 동물이지, 홀로 야생하는 동물이 아니다. 사막을 건너 무역하는 카라반도 없으니 애초부터 나미브사막에서 낙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

텐트 숙소로 오기 전 세스리엠 입구 근처의 세스리엠캐년(Sesriem Canyon) 계곡을 들렀다. 작지만 그런대로 멋있는 계곡이다. 길이는 2km이고, 깊이는 30m이다. 1천 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계곡이다. 계곡의 동굴에는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계곡 밑에는 작은 웅덩이도 있다. 특히 계곡 밑으로 내려가자 가을처럼 선선한 느낌이 들어 사막의 햇볕에 익은 몸을 시원하게 한다.

세스리엠캐년의 모습
 세스리엠캐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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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나미브사막

소수스플라이 모래언덕을 보고 나의 사막 개념이 바뀌었다. 사막은 몽골의 고비사막이나 미국 서부의 사막처럼 삭막하고 황량한 것으로 생각했다. 바위나 자갈만이 나뒹굴고 푸른 나무는 찾아볼 수 없고, 기껏해야 생명이라고는 나무인지 풀인지 모를 작은 관목이나 거친 풀만이 자라는 것이 내 머릿속의 사막이었다. 그런 사막만을 보았으니 다른 사막의 모습이 떠오를 리가 없다. 나의 상상 속에서 사막이 아름다울 리 없다.

사막도 그렇게 아름답고 예쁠 수 있다는 것을 소수스플라이를 통해 알았다. 모래언덕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을 주고, 빨리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머물고 싶도록 잡아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떠오르게 하는 나미브사막이다. 아프리카 대륙여행의 마지막을 소수스플라이에서 한 것은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콩고민주공화국의 마운틴고릴라, 탄자니아의 사파리와 킬리만자로 등반,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해변과 나미브사막은 전혀 다른 아프리카의 모습이다. 소수스플라이의 경이로움을 안고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수 있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나미브사막의 밤하늘 은하수

소수스플라이를 보고 온 우리 일행은 모두 들떠 있었다. 사막의 텐트 캠핑장에서 저녁 바비큐 파티가 이어졌다. 소수스플라이 사막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 상태에서. 사방이 어두운 사막에서 나무로 불을 붙이고, 캠프파이어 하듯 우리 일행 7명은 둘러 앉아 저녁을 먹었다. 쇠고기와 닭고기, 쌀밥도 나왔다.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쌀을 많이 먹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미국 연인의 여자가 재미있게 말을 한다. 미국 의사는 지적이고 똑똑하다. 의사는 사진에도 취미를 붙여 큰 망원렌즈를 가지고 하늘의 별을 찍는다. 내가 가진 일반 디지털카메라로는 전혀 쩍을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몽골 초원의 밤하늘처럼 수많은 별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꽤 많은 별들이 나미브사막 위에서 빛나고 있다. 어둠이 짙어지자 그 별들 사이로 구름같이 하얀 띠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은하수이다. 밤이 자정에 다가오자 은하수는 별들과 별들을 이으며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빅토리아 폭포의 무지개처럼 서쪽하늘에서 동쪽하늘 끝까지 이어져 있다. 하늘이 시작되는 곳에서 하늘이 끝나는 곳까지 마치 하얀 구름도로를 놓은 것 같다. 은하수 띠 안의 흐릿한 부분은 하늘의 강을 건너는 다리이고, 그 다리 옆의 별들은 소행성들이 우주선을 기다리는 은하수 도로의 하늘 정거장이다.

은하수를 이렇게 선명하게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별들의 도로에 하얀 아스팔트를 깔은 것처럼 선명한 구름도로이다. 음력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이야기가 오랜 옛날부터 왜 전해져 내려오는지 이해할 것 같다. 사막 위의 밤하늘에 놓인 은하수 다리를 보니 정말 견우와 직녀가 두 손을 잡고 나올 것만 같다. 은하수 다리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은하계의 수십억 개 별들이 잠을 자지 않고 모여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잠든 늦은 밤에, 그것도 사람이 살기 힘든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의 밤하늘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고 새벽이 오기 전에 헤어지니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려하지 않는다. 상상이라느니, 가설이라느니, 전설이라느니, 신화라느니 하면서 일단 부정해 버린다. 사실에 대한 인간의 판단은 실재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눈에 보이느냐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미브사막의 밤하늘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고 있는 것을 보니 달나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달과 별과 은하수는 시골의 어린아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솔직히 촌티 나는 시골의 아이에게 달과 별과 은하수 이외에 밤에 놀아줄 친구는 아무도 없다. 달과 별과 은하수가 없다면 시골 아이는 어두운 밤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을까 하는 악몽을 꿔야 할 것이다. 달과 별과 은하수가 있어 시골 아이에게도 꿈과 상상력이 있다. 아마 달과 별과 은하수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구름도 쉬어가는 추풍령’ 고개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구름을 멍하니 보고 있는 덩치 큰 아이로 있겠지. 

미국 의사는 은하수와 별들에 대해 설명한다. “지구가 둥글듯이 은하수는 하늘에서 지구 전체를 둥글게 띠를 두르고 있다”며 “그래서 북반구든 남반구든 모든 곳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그는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아니, 천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연신 밤하늘의 은하수보다는 별들에 더 관심이 많은 듯 사진기를 하늘에 대고 별들을 담아오고 있었다.

데드플라이의 모습
 데드플라이의 모습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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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에는 다 사연이 있다

밤하늘도 나라마다 참 다르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밤하늘의 모습도 달리 나타난다. 오래전 칭기즈칸의 고향인 몽골 헨티 아이막과 티베트에서 바라보았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몽골의 밤하늘에는 천장에서 나의 얼굴로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듯 떨어지는 수많은 별들이 땅 아래로 내달려 몽골 기병의 횃불이 되듯이, 티베트 라사의 밤하늘에는 중국 인민군 몰래 지상으로 쏜살 같이 내려오는 별똥별이 깊은 밤에 인도로 망명하는 달라이 라마의 앞길을 밝히는 나침반이 되고, 마다가스카르의 밤하늘에는 마을 언덕까지 촘촘히 내려온 별들이 외로운 시골 아이의 말동무가 되고, 아프리카 나미브사막의 밤하늘에는 둥근 은하수가 견우와 직녀가 만나 몰래 사랑을 속삭이도록 하는 다리가 된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은 땅에서 시선을 떼고 밤하늘을 쳐다보자. 낮에만, 땅에만 풍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두운 밤에도, 밤하늘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밤하늘의 풍경이 외로움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안아줄지도 모른다. 특히 사막에서는….

나는 오래 전 티베트 라사를 여행할 때 보았던, 어두운 밤하늘에 갑자기 떨어지는 별똥별을 잊을 수 없다. 그 별똥별에는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주민들과 험한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장면이 나타났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마다 흐릿하게 나타나는 봇짐을 메고 있는 무리들이 바로 티베트 망명객들이었다. 일제시대 13살의 어린 나이에 압록강을 건너던 <아리랑>의 김산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티베트하면 달라이 라마와 리처드 기어, 별똥별이 하나의 띠처럼 다가온다. 밤마다 나미브 사막의 하늘에 은하수가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티베트 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은 다 사연이 있다.


태그:#나미브사막, #소수스플라이, #데드플라이,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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