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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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의 우려를 털어버리려고 작정한 것일까?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삼성특검')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특검은 14일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에 이어 15일에는 삼성그룹 본사 전략기획실(구 구조조정본부)과 이건희 회장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집으로 '삼성의 혼이 담겨있는 성지'로 불리는 곳이어서 이 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삼성가를 크게 당혹시켰다는 후문이다. 기자는 전광석화와 같은 수사진행이 삼성특검의 수사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삼성특검이 불법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에버랜드사건'의 또다른 주역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까지 조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삼성에버랜드사건 증인·증거 조작됐다" 주장 제기돼 현재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재판과정에서 불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고소·고발사건 4건 ▲불법로비와 관련한 불법 비자금 조성 경위 ▲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의혹과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불법 상속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에버랜드사건'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에버랜드사건이란 96년 삼성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를 헐값으로 발행해 이를 이재용(삼성전자 전무)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게 넘긴 사건을 말한다. 이를 두고 '부도덕한 편법세습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2000년 6월 법학교수 43명이 이건희 회장 등을 에버랜드 편법증여사건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허태학, 박노빈 등 전·현직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에버랜드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그런데 에버랜드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증인과 증언이 통째로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와 큰 충격을 주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경영권 세습과 관련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의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다"고 폭로한 것. 김 변호사는 "유죄를 받은 허태학·박노빈은 이 일과 무관하고 일부 증인은 시나리오에 의해 가공된 인물"이라며 "고령이어서 답변에 미숙하거나 욱하는 성격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외국으로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에버랜드사건 당시 삼성 구조본의 법무팀은 삼성 본관 옆에 위치한 태평로빌딩에 검찰청 조사실을 모방한 방을 꾸며 놓고 검찰수사에 대비했다고 한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그 풍경을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사역을 맡았고, 예행연습은 실제처럼 준비했으며, 이학수 부회장도 엄숙하게 임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김 변호사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삼성은 치밀하게 사법기관을 우롱한 것이다. 기자는 특히 이러한 '사법기관 우롱사건'에 '법조계의 삼성' 김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업권력' 삼성과 '법률권력' 김앤장의 관계는?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네 번째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양심고백에는 김앤장에 관한 놀라운 증언이 새로 추가됐다. 좀 길긴 하지만 놀라운 그 발언의 중요성을 헤아려 그대로 옮겨본다. "삼성의 불법행위, 특히 불법적인 승계에 관련한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대부분 김앤장이 법률조언자 내지 대리인의 방식으로 관여하였습니다. 김앤장은 삼성의 범죄행위를 축소 무마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았습니다. 김앤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수가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허위사실을 조작하는 것에 적극 가담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또다시 김앤장은 합법적인 변화활동을 가장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삼성의 범죄를 축소 왜곡하는 데 앞장설 소지가 있음을 우려합니다. 김앤장은 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자신의 수익을 챙기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면 에버랜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발생한 법률비용 수십억원을 김앤장이 요구하여 삼성전자의 자문료 형식으로 지급하였습니다. 김앤장은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CB사건에서는 소송 도중에 약정 외 보너스로 10억원을 요구하여 5억원을 받아갔고, 대선자금 수사시에는 약정된 이상으로 거액을 비자금에서 받아갔습니다. 김앤장은 의뢰받은 사건에 대해 이재용씨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매우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이종왕 전 법무실장은 김앤장을 그만두고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6개월 동안 태평로빌딩 26층 이학수 부회장의 안가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에서 수시로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회합하고 대선자금 수사 축소와 무마를 협의하였습니다." 김 변호사의 증언은 에버랜드사건의 증인·증거 조작에 김앤장의 개입과 역할이 매우 컸음을 보여준다. 에버랜드사건과 관련해 '기업권력' 삼성과 '법률권력' 김앤장의 '공모의혹'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삼성특검, 성역에 맞설 수 있어야 성공한다 이렇게 중요한 의혹들이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에 김앤장이 포함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법률을 다루는 김앤장권력이 돈으로 쌓아올린 삼성권력보다 더 세기 때문일까? 김앤장의 실체를 최초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공저자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그런 현실을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독점자본 삼성권력에 대해 많이 얘기하면서도 김앤장에 대해선 거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김앤장이 에버랜드사건(전환사채 헐값 발행사건)의 조작을 주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삼성 특검 대상에는 김앤장이 빠져 있다. 왜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또다른 공저자인 임종인 의원은 "삼성문제와 김앤장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같이 다루어야 한다"며 "에버랜드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박노빈, 허태학 등이 피고인으로 바뀐 부분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임 의원은 "론스타사건 때 국회에서 김앤장을 압수수색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검찰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삼성특검이 오늘(15일) 이건희 회장 자택도 압수수색했다고 하니까 한번 지켜보자"고 일말의 기대를 나타냈다. 특검제가 도입된 이후 몇 번에 걸쳐 특검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특검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해주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특검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삼성특검이 '성공하는 특검'으로 남기 위해선 '성역'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수사의지를 바탕으로 마지막 남은 성역 김앤장까지 조사해 불법 상속 의혹의 진실을 꼭 밝혀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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