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도 압수수색에 대비해 상당한 준비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태평로빌딩 26층에도 이미 삼성의 다른 사무실이 일부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27층 비밀금고도 우리가 상당히 치밀하게 확인했는데 현재로서는 확인된 게 없다. 만일 이전에 존재했다면 구조변경으로 없어졌을 수도 있다. 사무실의 배치도 과거와 달라진 것 같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14일과 15일 양일간 강도 높게 진행된 압수수색 성과에 대해 다소 허탈감을 섞어 사실상 성과가 많지 않음을 실토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29일 첫 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무려 80여일이 다 돼가는 지금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한남동 고뫄스빌딩 6층에 마련된 기자실에 들러 "회사의 장부를 압수수색 한다면 압수품이 몇 박스 나올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를 수색하는 데는 하루 종일 작업해도 디스크 한 장으로 갖고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외부적으로 보이는 압수물이 몇 박스냐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특검보는 "현재로서는 양일간 특검 수사팀이 몇 박스 분량의 혹은 몇 기가의 분량을 들고 나왔다고 구체적인 양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이 사건의 수사가 한두 번의 압수수색으로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온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두 번 압수수색으로 결정적인 증거물 기대하기 어렵다" 이어 "이 사건의 수사는 그동안에도 상당히 진행돼왔던 바"라며 "이미 기존에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에서도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에 한두 번의 압수수색으로 결정적 증거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증거확보보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냐는 질문에 윤 특검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상징적 의미를 위해서만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수사의 정도가 아니다"라며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성을 제기되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만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얼굴을 붉혔다. 여러 언론에서 지적된 것처럼 삼성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수사여부에 대해서는 형법상 증거인멸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률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 형법상 증거인멸죄 해당 안돼" 윤 특검보는 "삼성에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이미 정리를 해놓은 것은 증거인멸 아니냐는 기사도 있었다"며 "넓은 의미로 볼 때 물건을 치운 것은 증거인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법적 의미에서 삼성이 증거인멸죄에 해당되는 행위를 했다고 연관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삼성의 증거인멸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으려면 우선 ▲사건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느냐 ▲제거한 증거가 그 사건과 관련한 증거로 볼 수 있느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증거를 숨겼다면 이것이 죄가 되느냐 등에 대한 특검 내부 논의가 있다고 전달했다. 15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압수수색 활동에 대해서는 "삼성본관 25층 이재용 전무의 집무실 압수수색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영장발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며 "밤 10시 수원 전산센터(삼성SDS 수원 SW연구소)를 끝으로 압수수색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의 집무실에 대한 특검팀의 압수수색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 등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처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 특검보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서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는 애로사항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물 등을 아주 치밀하게 정하고 왜 필요한지 등을 물어 범위를 정해 영장을 발부하기 때문에 사실상 압수수색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음을 성토했다. 특검팀이 본격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용철 변호사도 법원이 영장기각을 통해 삼성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윤 특검보는 "지금까지 특검팀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기각된 바는 없다"며 "기존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특검보는 "오늘은 압수수색이 없다"고 밝혀 양일간 수집한 압수품에 대한 검토작업 등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는 앞으로 필요한 경우라면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이 삼성전자 실적발표일에 굳이 압수수색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연"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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