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16일 낮 12시 58분]
유시민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유 의원은 16일 국회정론관에서 "대한민국에는 유연한 진보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이 필요하다"며 "당에 몸담은 채 이 일을 할 수는 없기에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2002년 정치를 시작하면서 보스정치, 돈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원리를 구현하는 좋은 정당을 만들고, 좋은 정당에 모인 분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온건진보 세력을 대표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두 가지를 약속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에는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칠 공간도 남아있지 않으며, 제가 꿈꾸었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인다"고 탈당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통합신당은 노선경쟁을 할 수 있는 정상적 의사결정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당대회 열어 노선경쟁 하려면 당이 파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아무리 노선경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서 "이것이 교정될 수 있느냐? 시스템 새로 짤 수 있느냐? 물어보신다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동영이 대통령 됐어도 탈당했을 것"
그는 이어 "지난 한 달 동안 어떻게 하는 게 책임지는 행동인지 깊이 고민했고, 많은 분들이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고 충고해 주셨다"며 "그러나 제가 당원임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좋은 정당이라는 확신도 없는 당에 계속해서 몸을 담는 것이 어떤 대의(大義)를 위한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스스로 소속 정당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국민 앞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어도 탈당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하는 신당에 대해 "경직되고 낡고 독선적인 진보정당이 아니라, 정체성이 모호해 어떤 정치세력도 대변하지 못하는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자는 민주노동당을, 후자는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린우리당은 중도보수세력이 압도적 우위를 가진 가운데 일부 중도진보가 결합된 연합정당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총선전에는 새로운 당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면서 신당창당에 대한 5년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2년 후에 지방선거, 또 2년 후에 총선, 다시 6개월 뒤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아래로부터 정당을 조직하기에 좋은 선거사이클이라는 것이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이와 같은 전망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이것을 포함해서 국민의 평가를 구해보겠다"면서 "총선 뒤에 충분히 논의하고, 5년 정도 걸리면 신당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창당 5년 구상 밝혔지만... 신당 결성 어려운 상황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이 구상하는 신당결성은 현재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총리는 의원 5명 정도만 확보돼도 신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유시민 의원이 탈당했고, 이화영 의원이 고민하는 정도다. 친노쪽의 한 의원은 "사실 신당창당 추진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죽어도 통합신당안에서 죽는 게 맞다는 게 친노의원들의 다수의견"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신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퇴임하는 대통령과 모여서 당을 하겠느냐, 그런 도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최근 보도와 참모들과의 통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타당성이 있고, 좋은 충고로 받아들이지만 제 자신의 정치적 미래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게 책임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해찬 전 총리는 당 정체성과 노선, 대표체제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서 탈당한 것이고 저는 그런 문제보다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탈당하는 차이가 있다"면서 "앞으로 함께 진로를 상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전 총리가 의원들에게 '통합신당으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정도만 말했고, 유 의원과 신당창당에 대해서는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며 "이 전 총리가 귀국하면 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시민 의원은 자신의 '유연한 진보'노선에 대해 "저보고 진보를 주장하면서 왜 한미FTA는 찬성하느냐고 한다"면서 "한미 FTA와 사회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정책노선이 21세기형 유연한 진보노선"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또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총선을 맞아 환골탈태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며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로 인해 상처받거나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께 너그러운 아량과 용서를 구한다. 저도 원망은 물에 흘려보내고 제가 받았던 은혜는 돌에 새기겠다"고 인사했다.
다음은 유 의원과 기자들의 문답.
- 지금 구상하는 신당은 가치와 철학에서 어떻게 다른 당인가.
"열린우리당은 제가 말한 그런 내용을 창당선언문에 명시하고 출범했다. 지향은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인 정당이었지만 원칙과 지향을 실현하는 내부의 풍토와 문화, 관행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고 사라져버렸다."
- 진보적 노선 가진 좋은 정당이란 어떤 것인가.
"유연한 진보라는 것은 경제적 기본질서로서 시장경제 시스템 인정하면서도 시장이 잘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국가가 확실하게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노선을 가진 정당을 말한다.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정당이 어떤 지향을 가진 정당인지, 어떤 민주적 원리에 의거해서 운영될 수 있는 정당인지 하는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목표를 다시 세우고 이런 작업을 다시 하기 위해 당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 제가 만드는 신당은 같이 가자는 분도 아직 없고, 세부계획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제가 지금 자세하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대선 패배 후에 집단적인 책임을 강조했는데.
"제 주장이 통합신당 안에서 공감대를 일으키지 못했다. 제 제안으로 끝난 것이었다."
- 이해찬 전 총리와 같이 가는 건가. "상의를 좀 해봐야겠죠. 이 전 총리께서는 당 정체성, 노선, 대표체제 문제제기하시면서 탈당하신 것이고 저는 그런 문제보다 길게 보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탈당하는 것이다. 함께 진로를 상의할 것이다."
-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보수를 선택했다. 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인가.
"국민들이 보수적 가치로 기울어진 것 사실이다. 사회가 하나의 가치만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일시적으로 경제성장 물질적 후생의 증가쪽으로 기울어졌다 해도 건전한 발전을 위해 사회적 연대, 공정성 기회의 균등, 사회 정의 이런 것들에 대한 요구에도 제대로 정당이 준비돼야 한다.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많이 인식하는데, 신당은 중도보수세력이 압도적 우위를 가진 가운데 일부 중도진보가 결합된 연합정당이었다."
"노 대통령 생각과 내 판단 달라... 정치적 선택할 때" - 노무현 대통령은 '친노신당'에 부정적인데.
"퇴임하는 대통령과 모여서 당을 하겠나. 그런 도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대통령이 부정적이시라는 것은 최근 보도와 참모들과 통화에서도 여러차례 확인했다. 대통령 견해에도 타당성이 있고, 좋은 충고로 소중하게 받아들이지만 저 자신의 정치적 미래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게 책임있는 행동이다. 대통령 생각은 저의 판단과는 다르다. 이제 저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때가 왔다."
- 통합신당에는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당을 떠나면서 당에 부정적인 얘길 하지 않는 게 예의다. 한가지 말씀드리면 노선 경쟁을 할 수 있는 정상적 의사결정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원 범위가 획정돼 있지 않고, 전당대회를 열어 노선 경쟁하려면 당이 파열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아무리 노선경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것이 교정될 수 있느냐, 시스템 새로 짤 수 있느냐 물어보신다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 정동영 후보다 대통령 당선됐어도 탈당했겠나.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 됐더라도 탈당했을 것이다. 부담없이 그럴 수 있었을텐데 크게 패배했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당을 떠나게 됐다. 무엇인가에 반대하기 위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통합신당이 반한나라 연합을 만들어서 한나라당 집권시 끔찍한 시나리오 가상해서 공포감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주권의식이 워낙 확실해서 누구든 권력을 맡겼다가 남용하거나 횡포를 부리면 언제든 갈아치운다 하는 자신감 갖고 있다. 이제 더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무엇인가 하겠다는 긍정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승리를 추구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로 가야될 때다.
총선 앞두고 분열하면 안된다는 말은 일리 있지만 계속 그렇게 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20년 묵은 구조를 우리 정치가 벗어나기 어렵다. 솔직히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 많지 않다. 아주 적다.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따름이다. 지금 시작해서 제 생각이 올바른 것인지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 대구에서 무소속 출마하는건가. 개혁당하고는 어떻게 다른 건가.
"많은 분들이 신당하자 해서 만들어지면 되겠지만 현재로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과거에 어느 당과 같게 만들기는 어렵다. 상황과 시대가 많이 변했다."
"FTA와 사회투자 동시에 할 수 있는 정책노선이 21세기형 진보"
- 유연한 진보가 뭔가.
"왜 대구롤 출마 가느냐. 제가 생각해보면 대구지역이 16개 시도 가운데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 꼴찌가 된지 16년됐다. 그 지역 대통령이 집권한 막바지에 꼴찌가 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렇다. 지금은 지식정보화 시대다. 자유롭고 관용적이고 다양성 존중하고 문화적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에 인재들이 살고, 거기에서 테크놀로지 집적도가 올라간다. 미국이 최고의 지식강국인 이유도 그런 것이다.
대구를 보면 다양성이 없다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알 수 있다. 외지인이 거의 없다. 대기업 본사도 하나 없다. 대구에서 출생하고 자란 인재는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지역 인재들이 대구에 오는 일도 거의 없다. 다양성이 없고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불균형이 그 지역에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가 대구가 보여준다. 대한민국도 그런 것 아닌가.
저보고 진보를 주장하면서 왜 FTA 찬성하느냐고 많이 묻는다. FTA와 사회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정책노선이야말로 21세기형 유연한 진보노선이다. 고정관념으로 보면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이 통합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야 한국이 번영하고 세계 인재들이 와서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이건 현재까지 제 생각이다. 총선에서 그같은 계획, 전망, 창당 비전을 말씀드리고 그걸 포함해서 국민 평가를 구해보고 총선 끝난 다음에 충분히 준비하고 논의하고 참여해서 5년 걸려서 신당 만들 수 있지 않겠나. 날림정당, 졸속창당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말이다. 친노의 분열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 총선에서 무소속연대를 구상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론적으로 열망을 함께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만나서 얘기하고 가능하겠지만, 무소속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무소속이라고 해서 근거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정치결사로 무소속연합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