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6일 오후 1시 50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팀의 압수수색 수사에 앞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문제가 될 만한 내부 자료를 대부분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서울본사는 물론 지방 사업장까지도 광범위하게 자료폐기 지시가 내려져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영권 편법승계, 불법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핵심자료들이 모두 폐기됐거나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는 16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이달 초 본사 주관으로 모든 사업장에 '보안지침'을 내려 보내 자료파기를 지시했다"며 "삼성전자 경영지원 부문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침에는 "▲ 개인 통장은 회사에 두지 말고 ▲ 공무원한테 받은 명함은 즉시 폐기하며 ▲ 임원은 부장을, 부장은 차장과 과장을 점검해 실행여부를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보안지침에는 ▲ 2001년 이전 작성 문서 ▲ 시민단체·관청·구조조정본부·자회사·관계사 관련 자료 ▲ 구조본이 실시한 경영진단 문서 등을 모두 폐기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와 접촉한 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간부는 "금요일인 지난 11일 저녁 '일요일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테니 모두 출근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사무직 전원이 출근해 이건희·이재용·이학수 등의 이름이 들어간 문건들은 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없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사업장도 직원들을 소집해 ▲ 명함철 ▲ 과거 근무 수첩 ▲ 각종 대외비 문서들을 파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이나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문서가 드문 부서의 경우에도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문서를 자르고 하드디스크를 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일주일 또는 보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컴퓨터와 책상 서랍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했다면 특검 수사 방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4일 조준웅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 승지원 등 8곳에 대한 1차 압수수색에 나섰을 당시 논평을 통해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과거 자료 및 문서 페기 작업을 벌인 것에 대해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검찰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삼성그룹이 일상적인 자료정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찰 특본 수사가 진행되던 급박한 시기에 회사 밖으로 그 얘기가 전해질 만큼 대대적으로 진행된 '자료정리' 작업은 특검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이는 명백히 특검 수사에 대한 수사방해"라고 밝혔다. 현 특검법상 증거인멸 혐의가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특검팀의 제한된 수사 인력과 기간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와 별도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특검 구성을 핑계로 뒷짐 지고 물러나 있을 것이 아니"라며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닌 삼성의 불법행위 혐의 그리고 검찰이 응당 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에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일상적인 보안 점검을 하는 것"이라며 "특정 자료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마이뉴스>에도 지난 12일 오후 3시경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관계자가 "11일 퇴근 직전 '최OO 사장' 명의로 메일이 왔다"며 "일요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이 있을 예정이다. 서랍에 비치된 명함을 비롯한 자료들을 폐기하라,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어 실행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제보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메일을 열어 파일을 실행하면 '구조본' 'VIP' '조직도'와 같은 단어가 들어 있는 파일은 모두 자동 삭제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종진 삼성그룹 기획홍보팀 상무는 "굳이 계열사 홍보팀에 연락하지 않아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일반 직원들에게 사장 명의의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무는 "설사 문서파기를 지시하는 메일을 보냈다해도 사장 명의로 보냈겠냐"며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심재부 삼성전자 홍보부장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만일 사장 명의로 메일을 보냈다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을텐데 전혀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이어 심 부장은 "회사 안에 수사팀이 오면 오해살만한 것들은 정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메일을 보내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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