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누나만 사랑하지!”
막내아이가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울먹이며 하는 말이다. 이것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평소 큰아이를 더 혼내고 다그치기도 하고 야단도 치곤했지 막내는 늘 어리다는 생각에 오로지 사랑만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사실 아이 엄마가 막내보다 큰아이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라 어설픈 부모들은 잔뜩 긴장하게 된다.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키워야 할지 바짝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유치원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고, 학교에 보내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주변의 이야기와 나름대로 주워들은 정보를 가지고 아이에게 적용(?)시켜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둘째에겐 첫째를 키운 노하우로 오로지 사랑만 베풀게 되는 것 같다. 첫째에게 유치원 다닐 때부터 학습지도 해보고 한글도 가르쳐 보았지만 별거 없다는 결론이 났다. 늘 실험대상은 첫째이고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의 해택’은 늘 둘째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둘째인 막내는 늘 소외된 듯 보이는 모양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엄마가 우리 막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는 누나만 안아줬잖아?” “누나가 아파서 그렇지.” “나도 아프단 말이야!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단 말이야! 그런데 엄마는 나는 안아주지 않았잖아.” “... ...!” 기가 막힐 노릇이다. 머리를 짚어보았다. 열이 없다.
“지금은 배가 아프단 말이야!” 아이가 아픈 것은 머리도 아니고 배도 아니다. 마음이 아픈 것이다. “배가 아팠어?”하고 아이 엄마가 막내를 안아주었다. 그래도 토라진 얼굴을 풀 기색이 없다.
오늘 막내가 흘린 눈물의 진상은 이러하다. 첫째가 어제부터 몸에 열이 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린 것이다. 아이가 아프니 엄마가 학원도 가지 말고, 공부도 미루고 쉬도록 해 주었다. 그런데 멀쩡한 둘째에겐 하루의 과제가 내려졌다. 과제란 오늘 일기 쓰고, 책 읽으라는 것 정도. 그때부터 막내의 마음이 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기 싫은 공부를 누나는 면제시켜주고 자기에게만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는데 다음날이 되어도 엄마 아빠가 누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전날과 같으니깐 억울한 감정이 폭발했던 것이다.
한쪽엔 아이가 열이 나서 끙끙 앓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아이가 소외를 호소하고 있다. 누나가 아픈데 저런 마음이 들까 싶기도 하다. 하기야 누나는 축 늘어져 아이의 눈에는 별로 아파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첫째는 어릴 적부터 때를 쓴다든가 보채거나 어리광을 잘 부리지 않는다. 첫째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린 마음이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지만 육아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가정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선생님도 자신의 아이교육은 못시킨다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 키우는 방식은 모두 비슷한 듯하다. 첫째아이에겐 과중하다 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면, 둘째에겐 너무 관대할 정도의 자유를 준다.
내가 자라 온 날을 되돌아본다. 장남으로 태어나 자라오면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재주가 별로 뛰어난 것이 없어서 동생들이 훨씬 훌륭히 되어 있지만, 어른들의 관심만은 아직도 내 어깨에 매달려 있는 듯하다. 지난날 어려서도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아이들에게 이런 현실이 되물림 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