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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떠할까? 주위를 겉도는 사람? 주류와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박이? 왕따? 이런 생각이 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아웃사이더’가 없었던들 이른바 ‘인사이더’라는 것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과연 ‘아웃사이더’를 위와 같은 개념에 한정지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낡은 관념이 아닐까?

 

하리수, 홍석천.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용기’라는 말을 갔다붙인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을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용기’라는 말 속에 어느새 그와 같은 이들을 ‘아웃사이더’라 생각하는 것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평범함이 아닐까? 그들의 행동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평범한 일로 생각해주기를 그들은 바라지 않을까? 그들은 자신만의 소신이 있었고, 그 소신을 밀고 나갔다. 그 소신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용기’라는 말도 어찌보면 우리의 편견이 낳은 오만한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이 그것을 충분히 가르쳐주고 있다.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는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던 사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생을 값지게 살았던 조선의 남자들을 다루고 있다. 비록 ‘아웃사이더’란 제목이 달려 있지만,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이 역설적으로 ‘아웃사이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책 속 인물들 가운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미 ‘아웃사이더’라는 말을 붙이기가 이상할 뿐더러 이들의 소신 있는 삶을 주류와 동떨어진 삶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나는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꽤나 미련하다 싶을 만큼 소신 지켜나가

 

또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웃사이더’들의 시선에서는 거꾸로 우리가 ‘아웃사이더’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아웃사이더’가 아닌 것은 이들의 삶이 평범하기 때문이다. 삶이 평범한 이들에게 ‘아웃사이더’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지닌 의미를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무엇 때문에 ‘아웃사이더’가 아닌 이들에게 ‘아웃사이더’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책 속의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그리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꽤나 미련하다 싶을 만큼 자신의 소신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면을 보여준다.

 

박지원. 사실 그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에 대한 비판은 그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의식이 있는 지성인들은 누구든 그들이 살고 있던 사회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냉철한 비판의식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박지원은 그것을 유머와 비속한 언어와 같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니 같은 비판이라도 다른 이들의 눈에서 본다면 “어허! 어디서 버릇없이……”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심노숭. 사실 웬만한 조선의 선비들은 심노숭만큼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남겨놓은 글의 참뜻을 읽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그러한 감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반면 심노숭은 자신의 사랑을 과감하게 표현하였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예사롭게 비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조선이 어떤 나라인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송시열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정치가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만약 부인에게 어느날 부인을 사랑하는 지극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오! 이씨! 그대를 사랑하오!” 라고 말했다면, 그러한 상황이 쉬이 납득이 가겠는가?

 

그런데 사실은 그렇게 못할 것도 무엇일까? 그리고 송시열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편견의 무서움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런 편견이 드는데, 하물며 조선은 오죽했겠는가?

 

물론 송시열은 저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이라는 사회는 자신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사회였다. 오죽하면 이름조차 그대로 부르는 것을 피해 자나 호, 그 밖의 다른 호칭으로 부르게 했을까?

 

행간이라는 장치, 불필요하게 여겼을 뿐

 

그러니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제했을 뿐, 감정을 숨겼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선 선비들의 삶을 그렇게 단순히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글의 행간(行間)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으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원이나 심노숭은 특이한 삶을 산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행간이라는 장치를 불필요하게 여겼을 뿐이다. 인간의 감정을 숨기는 것,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답답하게 여겼을 뿐이다.

 

그러니 이들의 삶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통념과 다를 뿐이다. 이들도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부르는 이상 이들은 이미 (좋은, 또는 나쁜 의미이건) 신격화한다.

 

그들은 이렇게 봐주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고,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켰다. 이들에게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이상하다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어쨌든 그것은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는 이들에게는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공감과 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통해 현실의 나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할 것이다.

 

소신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들의 삶을 아름답고 의미했다고 했을 뿐 전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는 삶을 그리 좋지 않은 삶이라 단정짓는 것 또한 또 하나의 낡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친 소신은 어찌 보면 고집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윤휴의 경우를 보자. 그는 분명 명분이 옳았으며, 드높은 기상과 소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의견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기만 했다. 그것은 어찌보면 그만의 고집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시 청나라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벌의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명분에 집착해서 그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소신은 참으로 드높았지만, 그의 소신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일 뿐임을 다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평범하게 보이든 비범하게 보이든 모두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늘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런 삶에 ‘아웃사이더’니 ‘인사이더’니 하는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편견, 고정관념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아닐까? 이상과 현실의 조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재 나의 현실은 이렇다. 그러나 나는 이런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늘려 서서히 그 꿈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이 나의 삶은 물론 내 주위, 크게는 내가 사는 이 나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면 그야말로 나의 삶은 아름답고 의미있다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상 더 나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가 있을까? 박지원은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법으로 하여 새 것을 만든다)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말의 참뜻은 무엇일까? 바로 평범함이다. 우리는 어제의 삶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며 또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그게 특이한 삶인가? 보통 사람들의 삶이 다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그 점에서 적지 않은 가르침을 준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카페, 북카페 등에 오늘 실은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

노대환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07)


#아웃사이더#노대환#조선의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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