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앙대학교에서 바라본 흑석동 전경
중앙대학교에서 바라본 흑석동 전경 ⓒ 송주민

2기 지하철 역명 제정기준

○ 정거장 주변의 옛 지명 또는 법정 및 행정구역 명칭
○ 고적·사적 등 문화재 명칭
○ 국가 주요 공공기관 또는 주요 공공시설 명칭
○ 기타 시민이 정거장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지역 명칭
* 부득이 특정기관 명칭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역사주변 여건, 역사와의 거리, 시민의 인지도, 시설의 규모, 통행인구 등을 감안하여 정거장 고유명칭 하단에 병기합니다.

* 2기 지하철(도시철도공사 운영구간)의 경우 대학명을 역명으로 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다만, 역사가 대학 부지 내에 위치하거나 대학과 접하여 대표 지역명으로 인지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대학명을 표기하고, 국철구간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이격거리 500m정도, 학교규모도 종합대학이상으로 재학생 2000명 수준인 경우에는 병기합니다.

(국철구간인 철도청은 전문대이상, 재학생 3000명 이상인 경우에 병기 사용)

담당부서: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관리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흑석동과 중앙대가 시끄럽다. 2009년 상반기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흑석지역(919정거장) 역명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중앙대 측에서는 지역적 특색과 역명의 상징적 역할을 고려하여 '중앙대흑석역'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흑석동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지하철 9호선 흑석역 이름지키기 추진위원회'(이하 흑석역추진위)를 구성했고, 행정구역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흑석역'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분위기다.

지하철 역명의 제정은 관할구청의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지명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계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 특별한 규정이 없었던 1기 지하철(1~4호선)과 달리, 2기 지하철(5호선 이후)은 명시해 놓은 역명 제정기준을 고려하여 역 이름을 결정한다.

현재 역명기준에 의하면 "대학명을 역명으로 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정거장 주변의 옛 지명 또는 법정 및 행정구역 명칭을 우선시 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숭실대와 같이 역사가 대학 부지 내에 위치하거나 500m 내외에 접하여 있을 경우는 예외적으로 대학명을 표기하도록 인정하였다.

[중앙대] 종합대학의 존재는 지역 발전의 큰 원동력

중앙대 측에서는 ▲일반 사람들에게 '흑석'보다 '중앙대'가 더 잘 알려짐 ▲하루 3만여명의 유동인구가 중앙대와 부속병원 등을 이용하므로 이들의 편의를 고려 ▲교육단위에 해당하는 중앙대병원이 지하철역과 500m 이내의 거리에 위치 ▲역명으로 대학이름을 사용한 선례를 무시할 수 없음 등의 이유로 처음에는 '중앙대역'을 제시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과의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중앙대흑석역'으로 변경하여 이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대 홍보실에서는 지난 12월 '중앙대흑석역'을 위한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학내구성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열흘 간 9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중앙대 홍보실 이지성씨는 "흑석동 안에 중앙대가 있고, 지역도 대학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고, 지역과 유기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면서 "현재 많은 주민들이 도와주고 있고, 일부 주민분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걸로 안다"며 지역 화합을 강조했다.

중앙대는 주민들에게 역명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중앙대병원 전면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의 이미지를 위해 '지역주민을 위한 특선 영화 상영', '학습지도 자원봉사 활동', '흑석주민을 위한 섬머 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사업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왼쪽 : 흑석동 중대병원 앞에 걸린 역명 홍보를 위한 대형 현수막. 오른쪽 : 중앙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위)와 대학본부(아래)가 9호선 역명을 위해 내걸은 현수막.
왼쪽 : 흑석동 중대병원 앞에 걸린 역명 홍보를 위한 대형 현수막. 오른쪽 : 중앙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위)와 대학본부(아래)가 9호선 역명을 위해 내걸은 현수막. ⓒ 송주민

중앙대 재학생인 방용배(22)씨는 "대학이 존재함으로써 지역적인 발전도 한다. 건대입구역, 홍대입구역 등 대학 명칭을 사용해 대학과 지역이 서로 이익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냐"며 학교 측 입장을 뒷받침했다.

또한 중앙대 게시판과 서울시 메트로 9호선 홈페이지에는 수 많은 재학생들이 "3만명 이상의 중앙대 관계자들이 매일 이용할 곳이다, 수많은 유동인구를 고려해 대학이름을 내세우는 게 맞다" "흑석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앙대다, 종합대학은 상당히 매력적인 랜드마크인데 이에 따라 흑석동도 동반성장하지 않겠냐"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심지어는 "최초로 담장 허물기 사업도 하고 지역민을 위한 행사를 했는데 일이 있을 때마다 학교 발목을 잡는 흑석 주민들을 도통 이해 못하겠다" "중대 없는 흑석동은 주민들도 바라는 바가 아니지 않느냐"는 등의 감정 섞인 의견도 올라와 있었다.

[주민들] "고유 행정구역 이름인 흑석으로 해야"

반대로 흑석역 추진위에서는 ▲역명 제정 기준에 의거하여 행정구역 명칭인 '흑석역'이 맞음 ▲덜 알려진 지역 홍보 효과 ▲역에서 500m 이상의 거리에 중앙대 정문이 위치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흑석역'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흑석역 지키자! 안 된다 중대역'이란 문구의 푸른색 어깨 띠를 두른 추진위 회원들은 흑석주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 2개월 동안 진행된 서명운동에서 무려 1만2096명의 동민이 이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굴러든 중대 돌이 수백년 뿌리박힌 흑석 바위를 뽑으려 한다"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의 서명 홍보물 내용 때문에 중대생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도 있었다.

흑석역 이름지키기 추진위원장 유현준씨는 '지하철 9호선 전철역 이름과 관련하여 친애하는 중대생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서울시 메트로 9호선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명문 대학이 구비할 요건은 훌륭한 학생과 정상급 교수진, 그리고 배출한 졸업생의 사회 기여도 등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중대가 왜 이제 와서 겨우 전철역의 명칭으로 학교 이미지를 PR하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여러분들은 중앙대를 졸업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생활할 것이나 36000의 흑석동 주민은 앞으로도 계속 이곳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잠시 이 곳을 스쳐 지나는 여러분이 우리 고장 이름을 함부로 홀대하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일은 마치 조선조 말, 일본이 우리나라를 탐내어 침략한 다음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개명하였던 지난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 완강히 저항했던 우리 선조와 같은 기세로 우리는 끝까지 '흑석역'을 지킬 것이다."

이 글을 본 중대생들은 댓글을 통해 "왜 이렇게 지역내 대학에 친화적이지 않은지 모르겠다", "일부 사람들이 자극적인 문구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왼쪽 : 흑석역추진위에서 서명운동을 위해 흑석동 곳곳에 붙힌 홍보물. 흑석동을 지나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이 홍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오른쪽 :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계안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동작을)이 흑석역추진위 보고회에 참석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갈등에 안타까워하며 잘 해결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뒤쪽에는 파란 어깨띠를 두른 흑석역추진위 사람들이 앉아 있다.
왼쪽 : 흑석역추진위에서 서명운동을 위해 흑석동 곳곳에 붙힌 홍보물. 흑석동을 지나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이 홍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오른쪽 :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계안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동작을)이 흑석역추진위 보고회에 참석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갈등에 안타까워하며 잘 해결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뒤쪽에는 파란 어깨띠를 두른 흑석역추진위 사람들이 앉아 있다. ⓒ 송주민/이계안 의원 블로그

1951년부터 흑석동에 거주했다던 이재하(73)씨는 "중앙대흑석역이 말이나 되느냐? 옛날부터 전해오던 흑석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게 맞다, 중대는 자기들 이익 챙기는 행위 그만 둬야 한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주민은 "두 이름 다 장단점이 있다, 지역 내에 종합대학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나 현재 인지도가 낮고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그래도 흑석동을 강조하는 역 이름이 낫다"며 "흑석 중대앞 역이 가장 적당할 듯 하다"며 '흑석역' 쪽에 무게를 실었다.

올해 상반기 안에는 결정날 예정

역명결정은 학교와 지역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작년 12월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1월 중에도 정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메트로 운영시설팀 정종선 부장은 "현재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상태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난감하다"며 "지역, 학교, 주민, 역 주변 상황 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역명 선정은 쉽지 않은 사항이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안에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개교 이래 많은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 해왔던 중앙대와 흑석동 주민이 역명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군대 휴가 중에 학교에 들렀다는 휴학생 박세헌(22)씨는 "어떤 식으로 역명이 결정되든 간에 지역주민과 학교가 이렇게 대립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지역과 학교는 상생의 파트너지 경쟁하고 싸울 상대가 아니다"라며 조속한 갈등해소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흑석#중앙대#지하철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