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작년 대선 기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한나라당의 18번 멘트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10년의 세월. 박정희 군사 쿠데타 이후 근 40년 간을 변함없이 집권당 생활을 했던 한나라당인 바에야 얼마나 견디기 힘든 통한의 세월이었을까. 그러나 10년 동안 한나라당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한나라당의 우상인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쓰던 ‘와신상담’이란 말이 있다. 쓰디 쓴 곰쓸개를 씹으며 패배의 굴욕을 되새길 뿐만 아니라, 훗날의 설욕을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뜻일 것이다. 정말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오늘의 정권교체를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한 것일까? 아니면 마냥 놀고먹은 것인가? 수많은 반대에도 대운하 공약을 내세웠지만, 사실 이를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은 거의 없다. 민간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추진계획서를 내야 한다니 말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그 구체적 조직 형태는 기껏해야 인수위가 한 달 동안 만들어낸 졸속 시안일 뿐이다. 게다가 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선진국이라! 한국과 국제 경제 상황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내건 공약이었다면 이미 그 실현성은 없다. 더구나 선진국, 선진국 하지만 과연 어떤 선진국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선진국이란 경제 외형은 크지만 잘사는 사람은 엄청나게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형편없이 못사는 그런 나라를 말하는가? 하지만 인수위가 그동안 매일같이 쏟아내던 자질구래한 잡동사니 정책들이 있다. 휴대폰 요금 인하에서부터 시작해 경차 LPG 사용 허용이니, 무슨 공항 귀빈실 사용 문제까지.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소위 정부 인수를 위한 조직이 이런 사소한 일에 매달려 세월을 보내야 하는가? 새벽부터 출근해서 샌드위치로 요기나 면하며 일할 정성이면 하루 빨리 국정 현안을 파악하고, 잃어버린 10년 동안 준비해 온 국가 청사진을 하나하나 펼쳐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과연 그것이 있기는 있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 분명 이것이 철학의 한 유파인 실용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념도 없고 도덕도 없고 그저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실용 아닌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앞날은 너무나 뻔하다. 국민이 잘 먹고 잘 살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급전직하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는 돈도 많고, 젊어서부터 출세한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능력이란 것이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능력인가, 아니면 국민이 모두 다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능력인가는 이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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