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7일 태안반도를 덮친 검은 기름은 벌써 네 명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여기 태안의 민심은 흉흉하고도 몹시 격앙되어 있는 분위기다. 가해자인 '삼성'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헤베이 스피리트호', 책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해경(海警), 그리고 정부에 대한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 어떠한 사태를 불러올지, 주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지 이상한 불안감과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의 조한태 노인은 해변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귀가하다가 오토바이가 산길 지름길에 설치된 쇠줄에 걸려 전복되는 바람에 사망했다. 그런 죽음임에도 재난 초기 너무도 정신이 없었던 탓에, '태안군민장'으로 장례를 치른 고 이영권씨 같은 '예우'는 아무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많은 주민들이 그것을 옳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 재난봉사 관련 사망임이 명백한 조한태 노인에게는 그에 합당한 후속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위기감 감도는 서해안 나는 신앙인의 시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매우 안타깝게 여긴다. 나는 내 뜻으로 이 세상에 나지 않았고 내 뜻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만들지 않았으므로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며,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삶의 터전을 앗아가 버린 기름 재난 속에서 두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권씨의 죽음이 감당할 수 없는 상실감과 절망감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창환씨의 죽음은 정부와 대기업들의 무책임, 그리고 오늘의 기름재난을 부르고 확대시킨 우리의 취약한 현실구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해와 책임 위치에 있는 이들은 사무적인 보상 처리에 앞서 피해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상실감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게 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의를 가지고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995년의 전남 광양만 씨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고가 가져온 어촌 붕괴 현상은 절대로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어장 상실에다가 미흡한 보상이 겹쳐지면 어촌은 필연적으로 붕괴되고 만다. 200호가 모여 살던 한 마을이 무려 150호나 이주하여 마을공동체가 깨지고만 사례를 반드시 거울 삼아야 한다. 희망 불어넣어야 그리고 가해자들과 정부는 보상 문제에 관한 한 1989년 알래스카 만에서 발생한 액손발데스호 원유 유출 사고의 예를 깊이 참고해야 한다. 사고로부터 18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보상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은 원유 유출에 의한 오염 피해의 심각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도 그 정도의 보상 수준까지는 가야 최소한의 어촌 붕괴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피해민들 쪽에서도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나도 살고 마을도 살고 바다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치 단결해야 한다. 너른 안목과 공동체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피해민들과 지역주민들은 지금도 연일 태안을 찾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자원봉사자들에게서 희망을 보아야 한다. 그들은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태안의 해변에서 땀을 흘렸다. 보상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그것이 이웃 간에, 또 마을과 마을 간에 갈등과 균열을 가져오고 마을공동체를 해치는 현상을 노정한다면 그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오늘도 전국 각지각처에서 태안을 찾는 수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희망의 등불을 켜 들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절망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 나보다는 마을 전체와 바다를 살리려는 마음, 수많은 은인들에 대한 감사지정, 그런 큰 마음이 태안의 바다를 되살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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