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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라는 생소한 제목의 드라마가 첫 선을 보였을 때 제목만 보고 ‘의학 다큐멘터리 영화’인가 싶었고, 예고편을 본 뒤에는 <옥보단>의 아류쯤 되는 TV 에로 영화이겠구먼 하고 지레짐작했다. 십중팔구는 케이블 드라마가 배출해낸 최고의 섹시스타인 서영의 노출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 것도 사실이리라.

결과적으로 봤을 때 <메디컬 기방영화관>은 케이블 드라마 장르에 있어서 꽤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단순히 케이블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선시대 기방의 방중술과 의술이라는 독특한 소재, 개성넘치는 섹시한 기녀들의 캐릭터와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의 미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케이블 드라마의 경쟁력은 그간 TV에서 볼수없었던 것, 혹은 다루지 못하는 것을 소화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상상력’에 있다. 그동안 <막돼먹은 영애씨>,<별순검>같은 수작들이 등장했지만, <메디컬 기방 영화관>은 기존의 케이블 드라마와도 차별화되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내는 데 성공했다. 성생활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 주는 ‘치색’(治色) 기방이라는 설정 자체가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메기방>은 <별순검>의 미스터리와 <전설의 고향>의 환타지, 그리고 <옥보단><변강쇠>의 코믹+에로 코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장르로 말하자면 퓨전사극이지만, 그 안에는 의학, 멜로, 미스터리, 코미디, 스릴러, 에로, 전문직 드라마의 여러 가지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드라마는 매회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로 꾸며지면서도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점층적으로 병행되는 일드(일본드라마)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메기방>은 지상파와 차별되는 케이블 드라마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섹시 코드’와 독특한 상상력을 현명하게 활용했다. 종래의 케이블 드라마들이 남성위주의 관음증적 시선을 부추기는 노골적이고 개연성 없는 성적 코드 남발로 당장의 시선몰이에만 치중했다면, <메기방>은 시리즈 자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하며 드라마 전개에 흡인력을 불어넣었다.

자칫 선정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설정들을 설득력 있는 드라마 구조 속에 담아냄과 동시에, 화려한 의상과 소품,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화면과 영상미는 ‘에로물’이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좀더 고급스러운 섹시 코드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불감증 부부’에서부터 ‘기녀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매회 성적인 문제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축으로 하여,  현실과 환타지, 정극과 코미디는 물론, 기존 TV드라마의 패러디까지 유연하게 넘나드는 극적 전개는 각기 다른 장르의 단막극을 모아놓은 듯한 색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일관된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며 극의 밀도를 높였다. 단순히 시간때우기용 TV용 에로물을 생각했던 시청자나, 설득력 있는 드라마 구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케이블 TV라는 무대에 최적화된 개성파 배우들의 캐스팅도 효과적이었다. 케이블 드라마의 ‘마돈나’로 불리는 서영은 <이브의 유혹>,<색시몽>에 이어 이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 케이블 최고의 섹시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종전 작품에서 노출 연기와 글래머의 몸매만이 부각되었던 것과 달리 첫 퓨전사극 도전에서 연기력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받은게 수확이다. 기방의 주인 계월 역으로 열연한 이일화나 연 역의 홍소희, 운 역의 최필립 등도 지상파 드라마에서와는 또다른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며 클라이맥스를 극적으로 마감하기 위하여 극 전개가 갈수록 비약이 심해졌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개 기방이 왕권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린다는 설정이나, 사건이 해결되고 등장인물들의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의 묘사가 다소 엉성하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부분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메기방>은 최근 국내 케이블 드라마의 진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이 작품이 주요 시청자층인 남성 못지 않게 3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것은 <메기방>이 여성 중심의 스토리 라인을 잘 드러냈다는 것을 증명한다.

<메기방>은 기존 드라마나 영화와 차별화된 TV 영화이자, 완성도 높은 ‘고급 퓨전 섹시사극’으로서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디컬 기방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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