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를 거쳐 바닷길이 하루에 2번 열리는 곳 제부도를 찾았다. 물이 빠지고 바닷길이 열리면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몇 군데 안 되는 모세의 기적이란 물길이 갈라지는 곳 중에 하나인 제부도, 지금은 포장공사를 하여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그곳을 찾을 수가 있다.
물때를 알아두면 제부도를 여행하는데 불편함이 없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섬 제부도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사전에 물의 흐름을 알아보지 않고 섬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썰물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뱃길을 건너 제부도에 도착한 뒤 곧바로 우회전하여 조금만 들어 가다보면 2004년에 만들어진 길이 830여m의 해안산책로가 오는 이들을 반긴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돌아 뜨끈한 어묵국물로 추위를 달래려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포장마차 주인은 묻지 않았는데도 친절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란초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해안산책로 입구를 들어서기 전 좌측으로 깎아지른 듯 한 바위 틈 사이로 한 겨울인데도 푸른색을 띤 고란초가 보인다.
뿌리를 제외한 식물 전체를 약재로 쓰며, 종기와 악창에 효과가 있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에도 사용한다는 고란초, 그늘진 바위틈에서 자라는 고란초는 숲이 무성할 때는 잘 나타나지 않다가 나무나 잡초들이 낙엽이 되어 지고 나면 겨울에도 파릇한 잎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다. 아주머니를 따라 고란초를 구경하고 산책로를 향해 출발한다.
해안 산책로는 바다 가장자리에 다리를 놓아 바다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는 연인들과 가족, 친구들이 찾아와 추억을 남기고 희망을 안고 떠나는 곳이다. 이곳을 산책하다 보면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려도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추위는 잠시 잊을 정도로 낭만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군데군데 계단을 통해 물이 빠진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이들은 그곳을 통해 내려가서 굴도 따고 조개도 줍는 가족들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민들이 이곳을 관리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채취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가족 단위로 체험하는 정도야 어민들도 문제시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신기해 하며 바닷가 체험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몇 발짝 건너서 마을 주민들이 굴을 따고 있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려 굴을 따는 분들도 있지만, 이상하게 생긴 돌멩이 사이에서 굴이 나오는 모습을 신기해 하며 굴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산책로 끝 지점에 도착하자 멀리 매바위가 보인다. 모래사장을 연인들이 걸어간다. 제부도의 상징과 같은 매바위는 섬 남쪽 끝에 있는 세 개의 바위로서 화성 팔경 중에 하나이다. 얼핏 보면 매의 형상과도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실제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보인다. 어떤 위치에서 보면 사람의 옆모습 형상을 한 모습도 보인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보이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가족들도 매바위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
오랜 시간 동안 매바위가 있는 곳에서 머물며 신기한 것도 만났다. 매서운 한파와 폭풍우와 폭염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틴 향나무가 바위틈 사이에 의젓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묘한 자연의 신비 앞에 숙연해진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무한정의 서비스 제공자이다.
한 시간 후면 물이 들어올 거라는 매표소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 나오는데 저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난다.(참고로 제부도에서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바닷길이 없어지기 때문에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에 빠져 나와야 한다.) 굴을 채취하고 돌아오는 어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경운기에는 한가득 굴을 담은 자루가 보인다. 매서운 바닷바람과 싸웠을 어부들의 모습에서 한기가 감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온통 얼굴을 가렸지만 빼꼼이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경운기의 뒷좌석에 타신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갯벌의 힘겨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았던가? 고생하신 만큼 큰 행복도 함께 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제부도의 겨울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보여 주기도 하며, 낭만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아오는 이방인들에게도 언제나 고향 같은 따뜻한 온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끈끈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물이 들어와 바닷길이 사라지기 전에 빠져 나와야 했기에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