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7일 밤 9시 5분] 대선 패배 이후 '묵언수행'을 해 오던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침묵을 깨고 지지자들과 산행에 나서 정치활동 재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 전 후보는 27일 오후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계룡산 갑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섰다. 이날 산행에는 지난 대선에서 정 후보와 함께 했던 캠프 사람들과 4·9총선 출마 후보자, 일반 당원 등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이는 당초 주최 측이 예상했던 100여명을 훌쩍 넘는 숫자여서 이번 정 후보의 산행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산행 출발에 앞서 정 후보는 모인 사람들을 향해 "계룡산은 대한민국에서 기운이 가장 성한 산"이라며 "우리가 서로 서로에게 산이 되고, 힘이 되어주어 기운이 솟아나도록 하자"고 격려했다. 이어 "오늘의 산행으로 지난해의 묵은 때를 모두 털어버리자"며 "여러분 가슴마다 새로운 희망을 맞아들이는 산행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인사말에 나선 박명광 의원은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며 "오늘은 끝이면서 시작이다,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서 반드시 승리를 만들어 내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이날 산행은 왕복 3시간가량 이어졌다. 정 전 후보와 지지자들은 갑사에서 출발, 신흥암까지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고 산을 올랐다. 그는 이번 산행을 '묵언산행'이라고 스스로 표현하며 정치행보에 관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신흥암'에 올라 "정동영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구호를 외치는 등 이번 산행을 정 전 후보의 본격적인 정치재개로 해석하기도 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던 정 전 후보는 취재진의 계속되는 요구에 신흥암 부근에서 간단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산에 오니 눈도 있고, 계곡도 있고, 공기도 참 맑다"며 "아래는 봄인데, 위는 겨울이다, 오랜만에 저를 도와 주신 분들과 산에 오르니 참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다음 주면 입춘이다, 겨울이 있으면 봄이 있다"며 "변화하는 게 세상의 이치고, 사람의 이치다"고 말했다. 곧 거취의 변화가 있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서울 출마설’ 등 총선출마와 관련, "정통 민주세력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총선에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당내 투쟁이냐, 신당 창당이냐" 산행을 마친 정 전 후보는 앞으로의 행보를 놓고 계룡산갑사유스호스텔에서 비공개 워크숍을 가졌다. 이 워크숍에는 박명광, 김충일, 박영선, 김현미, 채수찬, 장복심, 최재천, 우윤근, 양형일, 정청래 의원, 원외지역당협위원장, 총선예비후보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워크숍은 최재천 의원의 발제와 참석자들의 자유발언, 정동영 전 후보의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최 의원은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볼 때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으나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의 지지도는 여전히 75-80%이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50%가 넘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합신당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다 죽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특히 우리당 의원들은 사육당한 정치인 신세들이다, 대부분이 야당생활을 해 보지 않았다, 초·재선 의원은 물론이고 3선의원도 1년 6개원 정도 밖에 야당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로, 그 첫째는 당내 투쟁이다, 현 손학규 대표 체제는 후단협 출신 몇몇 인사와 386운동권 세력 몇몇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손 대표가 새로운 진보를 얘기하고 있지만 FTA조기 처리와 양도소득세 인하 외에 무엇이 있느냐"며 "이러한 인적구조와 의문시 되는 정책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내 투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말하는 두 번째 방안은 '신당창당'이다. 그는 "신당을 창당하려면 새로운 강령과 새로운 인적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최 의원의 발제에 이어서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20여명의 토론자들은 최 의원이 제시한 1번과 2번 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개진했고, 결국 "정동영 전 의장이 결심하면 다 따라간다"는 결의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결의에 대해 마무리 발언에 나선 정 전 후보는 "오늘 이 자리의 의미는 식구들과 동료들 앞에서 속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는 데 있다"며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잣대를 중심으로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옳은 지 생각하면서 결정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는 정 전 후보가 신당창당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날 워크숍에는 당초 예상했던 인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총선과 공천을 앞두고 당내세력 약화와 차별을 염려한 '세과시' 차원의 행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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