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성된 전국 각 지역의 신도시들마다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집단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를 앞둔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들마다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고, 이 때문에 준공승인을 제때 못 받게 되면서 불법 사전입주가 야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 건축담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파트 사전점검 기간이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부실시공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고, 이어 시공사가 지자체에 신청한 임시사용 및 준공승인을 허가해 주지 말라고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는 민원을 의식해 법적으로 승인을 불허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승인을 놓고 고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결국 승인이 늦어지면서 불법 사전입주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고.
이러한 문제는 최근에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전국 각 지역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경남 양산시 신도시 2단계 지구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 입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걸핏하면 양산시청에 몰려와 항의집회를 열고 시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선을 통해 들어선 지자체는 민원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각 시공사와 시행사를 상대로 민원 해결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하게 되는 일이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
물론 시공사와 시행사들이 100%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분양당시 맺은 세부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건축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집단민원의 빌미가 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이들이 입주민들에게 변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사업이 진행됐더라도 집단민원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이들의 현실이다. 사업이 늦어지면 질수록 금융 부담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급한 지경에 몰리게 된 사업주체들은 조속한 사업완료를 위해 과도한 선물공세에 들어간다. 예컨대, 베란다 새시를 무상시공해 준다거나, PDP 등 호화가전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거나,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최후 협상카드로 전 세대마다 골고루 현금을 나눠주는 등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가야’ 집단민원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양산신도시 2단계 B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경기와 분양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현실 속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집단민원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이상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건설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전국 각 지역의 신도시들이 매일반이겠지만 특별히 경남지역의 아파트 분양경기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미분양아파트가 유달리 많은 김해지역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고, 거래량은 갈수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양산지역은 최근 부산 호포 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미분양아파트의 입주가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해와 마찬가지로 분양권 거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시장에 나와도 매수자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전세가마저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진주는 소형 아파트만 간간이 거래가 있을 뿐, 분양권시장과 전세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의 한 건축담당 중견공무원은 “민원이 고소고발보다 무서운 이유는 한번 민원이 제기되면 행정당국이 무조건 처리결과를 해당 민원인에게 통보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민원의 맹점을 악용해 개인부터 집단에 이르기까지 민원으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과잉민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문민정부시절부터 민원이라는 악법이 생겨 온 나라가 ‘민원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헌법’위에 ‘떼법’(집단민원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민심을 애써 무시할 수는 없지만, 소신 없이 민원에 휘둘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고 보면, “집단민원이라는 전가의 보도와 강력한 힘을 믿고 마구잡이식의 실력을 행사하는 일과 개별적 이익이 걸린 민원의 힘에 행정당국이 휘둘리는 것 모두 지양돼야 한다”는 양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제에 민원제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며, 한편으론 무분별한 민원제기로 국가경제를 좀먹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도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의 함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