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은 ‘2008환경성과지수(EPI)’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EPI는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환경 관련 각 분야별 목표치 대비 국가별 달성도를 평가하여 분야별로 점수를 매긴 국가별 순위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합 평균점수 79.4점을 얻어 평가 대상 149개 국가 중 51위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같은 선발 개도국군에 포함된 40위 대만과 49위 멕시코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아황산 분야 등수는 세계 꼴찌 하수설비 분야 1위, 위생급수 분야 65위, 환경질병 분야 38위 등 환경보건 분야에서는 종합 95.6점으로 37위를 차지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아황산가스(SO₂) 배출량은 영점을 받아 148위, 오존(O₃) 오염은 118위, 생태계위험지수 127위, 보호서식지 111위, 1인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많이 배출하는 측면에서 103위를 기록하는 등 생태계 지속성 분야에서는 109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여기서 대기질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SO₂배출량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981년부터 연료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황함유에 관한 법적 기준을 도입하여 실시해오고 있다. 또한 1985년부터는 수도권 및 대도시 등 대기오염 우심지역에 대해 석탄, 코크스, 땔감 및 숯, 폐기물 등 고체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법적인 제도 도입 이후 연료사용을 원천적으로 규제하는 황함유량을 줄이고 규제 대상 지역을 점차 넓혀왔다. 이처럼 강력한 연료 규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산업활동에서 황함유량이 높은 벙커-C와 경유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도시지역의 아황산농도가 높아져 오염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배출허용 기준으로는 당시의 환경기준인 아황산농도 0.05ppm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연료규제 중심의 정책 손질해야 연료규제제도를 도입한 정부는 황 함유 기준을 몇 차례 강화하고, 적용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1981년에는 중유의 경우 4.0%에서 1.6%로, 경유의 경우 1.0%에서 0.4%로 강화했다. 1993년부터는 중유의 경우 1.6%에서 1.0% 이하로, 경유의 경우 0.4%에서 0.2%로 강화했다. 1996년도에는 저유황유의 황함유 기준을 중유의 경우 2001년부터 0.3%, 경유의 경우 0.1%로 더욱 강화하였다. 그리고 2007년 12월 현재 경유의 경우 0.1% 이하를 전국에 공급하도록 하였으며,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7개 광역시와 수원을 비롯한 13개 시에 대하여는 0.3% 이하의 중유만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국가별 EPI 분야 중에서 아황산가스 배출량 성적이 백점 만점에 영점을 받아 평가대상 149개 국가 중 꼴찌를 차지했다. 이게 어찌된 이유인가? 정부의 대기질 개선 정책이 헛발질을 했다는 것인가? 정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문제점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재정 투입 확대와 시장경제 원리 도입 필요 가장 큰 문제는 먼저 역대 정부의 예산규모에 있다. 수질개선에는 매년 수조원의 돈을 투입한 반면 대기질 개선에는 2000년대 이전까지는 수백 억원에 불과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투입 규모를 천억대로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질 개선은 공적 부문이 책임을 진 반면, 대기질 개선은 대부분을 민간 부문의 책임에 의존해왔던 데에도 원인이 있다. 이제 정책의 일대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 연 간 십수조원에 달하고,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질병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사람도 연간 수천 명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로 대기질을 개선하겠다는 후진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EPI 지수 하나만 보아도 이미 정부의 대기질 개선정책은 상당부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재정 투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오염총량제와 배출권거래와 같은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전환과 산업계의 투자 확대는 물론 오염물질 생산자이자 피해자인 소비자도 대기질 개선에 발벗고 나섬으로써 내년부터는 세계 꼴찌의 불명예로부터 탈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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