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아이쿠, 죄송합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초저녁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횡단보도 앞에 잠시 서있을 때였다. 그곳은 신호등이 없지만, 사람들이 이쪽과 저쪽 양쪽에서 웬만큼 모여들고 차들이 뜸해지면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는 곳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좀 풀려 재래시장과 마트 쪽으로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퇴근시간 즈음이라 그런지 어묵과 떡볶이 파는 곳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출출한 배를 따끈한 국물로 달래고 있었고, 붕어빵집 아주머니도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었다. 내 한쪽 손엔 물건들이 가득한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도 대파를 담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모였던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고 해 나도 발을 뗐다. 무심코 걷다 비닐봉지를 든 왼손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뭔가 찌릿한, 아니면 따끔한 그 무엇이었다. 순간, 내 앞으로 지나간 아저씨 왼손 손가락에 담배가 끼어있는 걸 봤다. 담배냄새도 코끝에 닿았다. “아니, 담배를 어떻게 들었기에…. 어후! ”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길 한복판에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아저씨는 정말 미안했는지 가던 길을 되돌아 와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담뱃불이 스쳐 쓰린 듯한 엄지손가락 위를 입으로 후후 불었다. 화가 났지만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지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난다고 하지만 내 눈엔 담배 피우는 이들이 눈에 더 많이 띈다. 그것도 길을 걸어가면서 피우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섰을 때도 담배연기에 절은 옷들이 내뿜는 냄새 때문에 코끝이 매캐한 적이 있다. 동네 공원에는 여전히 담배꽁초를 줍는 사람이 있고, 식당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심코 걸어가다가 누군가의 담배연기에 불쾌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을 앞질러 가거나 길을 바꿔 가곤 했다. 담뱃불이 스쳐간 내 손은 괜찮아졌다. 집에 와서 화상연고를 발랐더니 하룻밤 만에 아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때를 생각 할수록 아찔했다. 내가 그 아저씨와 키가 엇비슷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키가 작은 사람이거나 어린아이였다면 어찌되었을까? 그 아저씨 손가락에 낀 담배가 아이의 눈이나 얼굴에 스쳤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어쩌면 생각보다 아주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거리에서 피우는 담배, 어른의 손가락에 낀 담배는 아이의 눈높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흡연권’을 얘기하겠지만 학교나 공공건물의 금연장소는 물론 거리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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