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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1기 시민기자 기초강좌 마지막 날은,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서운함이 함께했던 하루였습니다. 미련이 얼마나 남았으면, ‘강좌를 하루만 연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강좌 시작부터 수료증을 받고 헤어지기까지 2박3일 동안의 일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반가운 만남이었고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으며 내일의 희망을 기약하고 헤어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좌 마지막 날 아침은 해돋이 사진을 찍던 전날과 달리 7시가 넘어 눈을 떴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정신없이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달려갔지요. 감자를 넣은 닭도리탕이 입맛을 당겼습니다. 2박3일 동안 식당을 네 번 밖에 이용하지 못한 게 불만일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헤어지는 것을 못내 서운해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출발하던 날 버스 안에서 짝꿍을 하자시던 조 선생님이 아쉬운 표정으로 “오늘은 헤어지는 날이구만”하시기에 “이번에 얼굴을 익혔으니 몇 개월 후에 참가하면 이번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렇겠네” 하시면서 웃으시더군요.

 

식당의 주방 아주머니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하고 친교시간도 포기해가며 블로그에 올린 스트레이트/인터뷰 기사를 이한기 게릴라본부장님에게 평가받기 위해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지루함을 몰랐던 마지막 강의

 

‘현장 취재 요령’과 ‘취재원과의 바람직한 관계 맺기’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 이정희 시민기자님의 강의는 예상보다 길었지만, 하나같이 몰두하며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교직에 있으면서 주로 교육계의 비리와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는 기사를 올린다는 이 기자는 온후하면서도 고향의 개구쟁이 친구를 연상시켰습니다. 

 

2000년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면서 정착된 새로운 개념의 시민기자는 ▲스스로 취재대상을 결정하고 ▲자신이 가진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제약 없는 형식과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자발적 뉴스생산자이며, 뉴스게릴라(news guerilla)로 표현하기도 한다는 내용을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참가자들의 부러움과 관심의 대상이었던 김혜원 시민기자의 강의를 듣고 블로그에 올린 기사에 대한 이한기 본부장의 촌평은 대체로 후했고 진지했습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여성상을 풍기면서도 안경 너머에는 날카롭고 예리함이 숨어 있을 것 같아 가까이 가기가 어렵더군요.  

 

30여개 가까운 기사 가운데 이 본부장에게 칭찬받은 여윤정님의 ‘깜순이와의 인터뷰’ 기사는 신선했습니다. 깜순이와 흰돌이의 귀여운 얼굴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늦게나마 여윤정 시민기자님의 첫 기사 등록을 축하드립니다.

 

예정된 강좌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수료증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오연호 대표 기자가 누가 대표로 수료증을 받았으면 좋겠는지 묻기에 “우리 모두가 젊어지는 의미에서 가장 어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가장 연장자인 조 선생님과 함께 받았지요. 고등학생과 동기라는 것이 신기해서인지 참으로 좋았습니다.    

 

 

헤어지기를 못내 아쉬워했던 참가자들

 

수료증 수여식이 끝나고 운동장 계단에서 기념촬영이 있었는데 졸업앨범을 찍던 학창시절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40년 아래의 고등학생과 여대생들도 동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참석자들은 기념촬영을 하고도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서로 짝을 이뤄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와 필명을 주고받더군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어진 관계를 보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첫 강의를 하기 전 소개를 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 기억을 못하니 다시 소개하는 시간을 갖자는 여성 참가자의 제의에 한 사람씩 돌아가며 했지요. 행사에 참석한 28명 중 가장 연장자인 조 선생님은 자신이 작사 작곡한 곡이라며 열창을 해서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들과의 인연이 자랑스럽다. 제1기 수료생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결속이 잘돼야 시민기자 기초강좌가 100기 1000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헤어지기가 아쉽더군요. 해서 시간이 있는 분들은 5천원씩 거출해서 점심이라도 함께 하자고 제의를 했지요. 그랬더니 8명이 호응을 해서 시래기감자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못했던 수다로 이야기꽃을 피운 뒤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제1기 시민기자 기초강좌에 참석해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참석 자체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만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그들과의 어울림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만남은 제2의 시작이다’라는 나름의 철학을 되새기면서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졸필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모두 건강, 건필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시민기자#기초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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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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