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하면 흔히 들어가는 입구에 사천왕이 있고, 대웅전이 있고, 스님들이 수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불자들이 찾아가 경건하게 예의를 갖추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내가 찾은 이곳은 참 특별한 부분이 많은 사찰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와우정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찰에 들어서 황금색 부처 머리를 보자마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자 좌측으로 보이는 탑들이 며칠 전 내린 눈 속에 푹 파묻혀 있다. 자세히 보니 탑들이 다른 사찰의 탑과는 다르다. 모두 돌로 쌓아져 있다. 많은 불자들이 통일의 염원을 안고 세계를 방문 할 때마다 그곳의 돌을 가지고 왔고, 그것으로 탑을 쌓기 시작했다는 것. 지금은 여러 개의 탑이 만들어졌고, 이것들은 사찰의 색다른 면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정성들이 모였고, 한 맺힌 실향민들이 성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쌓기 시작했단다. 탑 가장자리에 달려있는 풍경소리가 조용한 사찰에 울려 퍼진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더욱 더 특이한 형상들이 나타난다. 인도에서 직접 가져온 향나무로 만든 누워있는 석가모니 불상이 있고, 서울올림픽 타종에 이용된 '통일의 종'이 보관되어있다. '통일의 종'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요즘 통일부의 존폐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염원인 통일의 꿈이 후퇴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통일의 종'을 보면서 저 종을 치게 되면 통일이 이루어질까 하는 마음에 백번쯤 마음으로 타종을 해 보았다. 대웅전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대웅전을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 대웅전이라 하면 그래도 좀 오래된 건물에 부처님이 자리 잡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건물은 없고 5개의 불상만 한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곳이 대웅전이란다.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고정관념은 깨지고 말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니 군데 군데 불상들이 세워져 있다. 다른 사찰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불상들을 뒤로 하고 경내를 걷고 있는데 자연이 준 선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때는 아름다움을 뽐냈을 꽃들이 눈 속에서 한들거리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고, 간간이 비추는 햇살 따라 구경나온 나들이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산책하고 있다. 한참을 경사진 곳을 따라 올라가는데 석가모니가 남긴 교리를 결집하기 위하여 모였던 오백 나한이 보인다. 이 사찰엔 특별한 것이 또 있었다. 2시간여 동안 사찰을 돌아다녔음에도, 수행하는 스님을 한 분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찰과는 다른 풍경들이 곳곳에 많아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어 그냥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모두 구경하고 사찰을 나서는데, 다른 많은 사람들이 사찰로 향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도량 와우정사의 겨울도 깊어간다. 통일의 꿈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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