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이냐 '당내잔류'냐를 고민하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당내에 남기로 결심했다. 그는 곧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3일 오후 정청래 의원과 '정통(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 회원 등 50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충북 보은의 속리산을 올랐다. 이번 산행은 지난 주 계룡산에 이은, 대선 이후 두 번째 산행이다. "620만표에 담긴 뜻 작지 않다... 남은 것은 책무 다하는 것" 계룡산에서는 "곧 봄이 올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정 전 장관은 이날은 결심이 선 듯 3장 분량의 메모를 준비해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우선 "지난 12월 19일 개표 이후 입장을 정리할 기회가 없었다"며 "그래서 미리 인사말을 적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선거에서 620만표에 담긴 간절한 성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숫자가 적다고 해서 거기에 담긴 뜻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거의 패배 원인은 후보에게 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어떻게 저에게 남은 책무를 다할 것인가"라며 "닉슨 전 대통령의 얘기 중에 '사람은 패배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포기해서 끝난다'는 얘기가 있는데,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기를 "수십 년 이내에 개혁세력의 최대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따라서 개혁세력의 재결집을 통한 선명야당, 야당다운 야당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도 "당원으로서 우리 당은 정당정치의 위기, 민생정치의 위기, 개혁정치의 위기 등 3중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3중의 위기 속에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극복한 새로운 대안야당의 길을 거침없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의 씨앗'은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한 자릿수 정당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모셔서 개혁공천의 길을 가는 것, 민주당과의 통합을 다시 논의하는 것 등 3가지"라며 "이런 일들이 설 민심에 잘 전달되면 새로운 대안야당으로서 대통합신당이 다시 기대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야당정치인의 길을 가겠다" 3장 분량의 미리 준비한 원고읽기를 마친 정 전 장관은 관심을 끌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선명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와 인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몰입식 교육, 그리고 FTA에 대한 입장, 통일부와 농촌진흥청 폐지 등 시대착오적인 노선과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비판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건전한 견제세력,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대통합신당의 목소리는 너무 약하다, 시시비비로 밀고 나가야한다"라며 "그런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렇다면 당에 남겠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에 그는 "오늘부터 그리고 나부터 확실한 야당정치인의 길을 가겠다, 어설픈 여당 마인드는 떨쳐 버려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야당하라고 우리에게 새로운 좌표를 부여해 줬다, 확실한 야당정치인으로서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정확하게 발언하고 행동하겠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선명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에 대한 기대를 모아내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당내잔류'와 '정계복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다시 '손학규 대표와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곧 만날 것이다"라고 짧게만 답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먼저 전화가 왔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손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정 전 장관이 이를 잡는 방식으로 '정동영계 탈당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그는 또 '서울 출마설'에 대해 "그 문제를 포함해 총선과 관련한 모든 입장은 설이 지나서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눈시울 붉힌 정동영 "최루탄 뿌린 것도 아닌데" 이에 앞서 정 전 장관은 출발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매표소 앞 광장에서 지지자들 앞에 인사말을 위해 선 그는 "너무 보고 싶었다, 이렇게 만나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누가 최루탄을 뿌려놓은 것도 아닌데 왜 나만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돌렸다. 그는 "오늘의 산행은 새롭게 충전하고, 새롭게 채워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의 산행"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흔들리지 않고, 한발 한발 걸어가자"고 의미 있는 출발신호를 울렸다. 한편, 산행을 마친 정 전 장관과 일행들은 '사랑 유스호스텔'에 모여 마무리 단합대회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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