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학교 생활도 거의 끝이 났다. 고등학교를 어디로 갈 것인지도 다 정했다. 나는 1지망을 부천 윈미구 상동에 있는 상원고등학교로 썼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상원고등학교는 3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이 훤히 내다보이는 아담한 학교라 바라만 보아도 정겹고 등하교가 쉬운 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당첨될 확률도 90% 정도 된다고 해서 당연히 나는 상원고로 배정을 받을 줄 알았다.
2월 첫날은 고등학교 배정 발표날이어서 학교에 갔다. 별로 떨리지 않았다. 당연히 될 줄 알았기에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설마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떨어지겠냐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배정통지서를 받는 순간 정말 막막했다. 2지망에 쓴 상동고등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말이 두 번째로 가고 싶은 고등학교지 사실 상원고등학교가 아니면 가고 싶은 데가 없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엄마한테 상동고등학교로 배정이 됐다고 문자를 보냈다. 엄마는 “너 운명이다. 뒤집을 수 없는 일은 한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분명 상원고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라고 위로해 주셨다. 상동고도 그렇게 멀지 않다고 해서 안심했다.
2월 2일, 내가 입학할 상동고등학교 소집 일에 갔다. 별로 멀지 않다고 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김장석 교장 선생님은 “희망찬 새해에 상동고등학교에 배정 받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참되고 의롭게’라는 교훈 아래 쾌적한 환경과 진취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여러분의 학업정진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우리 집에서 내가 다닌 중학교에 가는 것에 2배를 더 가야 된다. 가보니 학교 시설은 마음에 들었다. 아는 애들도 꽤 있었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던 친구들을 3년 만에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 우리 집에서 5분 내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다녔기 때문에 적응이 안 된다.
거리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가보기 전에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갔다 오니 막막하다. 앞으로 3년 동안 고등학교를 집 바로 옆에 두고 그 멀리 가야 된 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멀다고 투정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리 길을 걸어 다녔다. 시간으로 따지면 1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신나게 다녔다.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가 뭐 그리 멀다고. 운동하는 셈치고 다녀라”라고 하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다. 하루 30분 정도 걷기는 건강에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계속 우리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 멀다고 짜증을 부리지만 나보다 더 운 나쁜 애가 있으니까 나는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우리 반에는 거의 1지망 아니면 2지망에 다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한 명이 19지망에 걸렸다. 2지망에 걸린 나도 싫은데 거의 끝에 걸린 애는 얼마나 싫을까? 매일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을 가야되는데 정말 불쌍하다.
고등학교에서 받은 가정통신문을 보니 등록금이 50만원 정도다. 중학교 때까지는 무상이었던 수업료와 교과서대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 돈이 아깝지 않게 열심히 할 것이다. 벌써 예비신입생 과제도 받았다. <봄봄> <그 여자네 집>등의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문 쓰기와 영어문장 해석, 신문사설 읽고 논평쓰기 등 지식 위주의 과제보다는 독서 같은 창의적인 과제를 권장한다고 했다.
상동고등학교의 좋은 점은 실내화를 신지 않고 밖에서 신는 신발 그대로 교실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다. 그게 너무 마음에 든다. 중학교에서는 슬리퍼가 일회용처럼 자주 떨어져서 다시 사고 계속 그랬는데 실내화 걱정은 없다. 또 내가 관심이 있는 독서논술동아리와 영어클럽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2월 22일은 2차 소집일이다. 교과서를 받으러 간다. 내가 벌써 고등학교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교과서를 받으면 ‘이제 나도 고등학생이구나’ 하고 실감이 날 것 같다. 아직 고등학교 생활이 그려지지는 않지만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분명 힘들 것 같다. 중학생활을 발판으로 내 적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